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비상’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비상’
  • 강석균
  • 승인 2012.02.20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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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월 복수노조 사업장의 ‘교섭창구단일화’ 확대 적용을 앞두고 산업계가 대응 전략을 마련하느라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7월 복수노조 제도가 시행되면서 관련 노동법 개정 시점인 2010년 1월 1일 이전에 생겨난 복수노조 사업장에 대해서는 교섭창구단일화 적용을 1년간 유예했는데, 그 만료 시점이 넉 달 앞으로 다가온 까닭이다. 문제는 새롭게 교섭창구단일화를 적용받는 곳 중 상당수가 대기업과 주요 공공기관 등 대형 사업장이어서 산업계와 노동계에 미치는 파장이 제도 시행 이후 현재까지보다 훨씬 클 수 있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와 산업계 등에 따르면 주요 기업의 사용자와 노조는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 확대 적용 문제를 놓고 대응전략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실제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양대 노총 등에는 이에 대한 기업과 노조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기업 노무 담당자는 “교섭창구단일화가 원칙이긴 하지만 예외적으로 개별교섭도 가능한 만큼 사측에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자신들에게 보다 유리할지를 저울질하며 전략 수립에 분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개정 노조법상 복수노조 사업장은 원칙적으로 정해진 절차에 따라 노사 교섭창구를 단일화해야 하며 사측이 동의한 경우 예외적으로 개별교섭을 허용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노동법 개정 이전에 가입된 복수노조 사업장으로 분류돼 교섭창구단일화가 유예된 사업장이 모두 215곳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중 산업계에서는 생산 공장이 각지에 흩어져 분포돼 있고 회사가 여러 차례 인수합병(M&A)을 거친 석유화학업종과 조종사·일반노조가 별도로 가입된 항공업종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LG화학, OCI, 효성, 코오롱인더스트리, KCC,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 등이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또 공공 부문에서는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가 합쳐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한국철도공사, 국민건강보험공단, 한국도로공사 등이 여기에 포함되며 금융권에서는 외환은행과 농협 등이 해당된다.

이런 가운데 당장 오는 7월부터 이들 사업장에 대해 교섭창구단일화를 확대 적용할 경우 발생될 파장을 놓고 전망이 분분하다.

먼저 새롭게 대상에 포함된 곳 중에는 이름 있는 대기업과 공공기관 등 대형 사업장들이 많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산업계와 노동계 전체에 미칠 영향이 클 수 있다는 관측이다.
대기업 관계자는 “새롭게 교섭창구단일화 확대 적용을 받는 복수노조 사업장들은 조합원 수나 기업이 갖는 상징성으로 봤을 때 지난해 복수노조 제도시행 이후 새롭게 생겨난 복수노조 사업장들과는 파장의 급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복수노조 제도 도입 당시 우려됐던 ‘노노 갈등’이나 사측의 제도 악용 등 여러 문제점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드러날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특히 한 사업장 내 여러 노조가 소속된 상급단체가 각기 다른 경우 창구단일화 문제를 놓고 한동안 노조 간 기싸움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기존 복수노조의 교섭창구단일화 적용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사측이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노조가 교섭권을 가지도록 유도하거나 예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개별교섭 제도를 악용해 ‘어용노조’를 지원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교섭창구단일화 확대 적용 초기에 혼란과 갈등이 있을 수 있지만 차차 해소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고용노동부 노사관계법제과 관계자는 “기존 복수노조 사업장 중 상당수는 이미 공동교섭을 진행해온 곳들도 많다”며 “노조가 소속된 상급단체가 다른 사업장은 시행 초기 노조 간 갈등과 기싸움이 있을 수 있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법적 절차와 테두리 안에서 해결책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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