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도 제대로 못마시는 ‘상담원’
물도 제대로 못마시는 ‘상담원’
  • 김연균
  • 승인 2012.06.01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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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금융노조, ‘콜센터 상담원 노동인권 실태’ 조사
“피곤해서 쉬고 싶어도 쉴 수가 없어요. 물도 제대로 못 마시는 경우가 있을 정도지요. 쉴 수 있는 구조도 아니지만 쉬게 되면 점수가 깎이고 급여도 깎이니깐 쉬지 못하는 것이구요. 콜센터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게 되면 성대결절, 방광염, 목디스크가 많은 것 같아요”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사무금융노조)이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연 ‘콜센터 노동자를 말한다’ 토론회에서 소개된 실제 겪고 있는 고통 사례의 일부다.

사무금융노조는 2011년 10월부터 콜센터 상담원들의 작업환경과 노동 특성을 조사하고 노동인권의 법적, 제도적 개선방안을 마련해 상담원 스스로 근로조건을 향상시키기 위한 조직화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우선 사무금융직과 통신업종에 종사하는 콜센터 상담원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콜센터 상담사들의 노동실태 분석결과, 여성비율이 96.6%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30~40대 연령층이 93.4%를 차지하면서 대표적인 ‘여성 직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렇게 콜센터 상담사들 대부분이 여성으로 구성돼 고객들의 욕설과 성희롱 강도는 더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실태 분석결과에 따르면 상담사들이 고객으로부터 받는 폭언은 월 평균 15회, 성희롱 수는 1.16회로 나타났다. 이런 폭언 및 성희롱이 높아질수록 상담사들의 스트레스는 우울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 조사인원 전체 310명 중 221명이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그중 80.1%가 고도 우울 증세를 갖고 있다. 이는 콜센터 상담사들이 비인격적인 대우와 폭언, 성희롱을 빈번히 겪고 있지만 실질적 보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는 것이다.

인권침해를 겪은 콜센터 상담사 고충처리는 고객들에게 무조건 사과해야하는 경우가 70.8%로 조사됐으며, 전화를 끊지 못하는 경우가 78.7%로 집계됐다. 특히 회사에서 제공하는 스트레스 완화 프로그램을 갖추지 않은 회사는 90.2%에 해당됐고, 전문상담사를 둔 경우도 11.4%에 그쳤다.

반면, 스트레스 완화 프로그램이 있을 시에도 잠시 동안 휴식을 취하거나 상사 동료와 상담 후 근무, 경찰신고 등 대응조치는 열악해 콜센터 상담사들의 업무 상 고충은 개인이 직접 해결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무금융노조는 이날 토론회에서 조사에 따른 사례를 소개한 뒤 “콜센터 노동자들은 약 30만~40만명 정도이고 친절성이라는 감정노동을 수행하는 대표직업”이라며 “그러나 해당 노동자들의 고용조건은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또 “콜센터 노동자들은 간접고용 형태로 고용된다는 점, 감정노동이 높다는 점, 고객으로부터 받는 언어폭력 등 어려움에 처해 있다”며 “이들에 대한 노동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개선방안으로 적절한 휴게시설 보장, 실질적인 고객대응 매뉴얼 구축, 상급자·관리자 교육, 정신건강 진단·관리제도 도입 등을 제안했다.

박조수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은 “콜센터 노동자들은 상당히 비인권적인 상황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며 “이들이 조직화되기 위해 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 노력해야 해답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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