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상담사 조직화, 업계 가시방석
[단독]상담사 조직화, 업계 가시방석
  • 김연균
  • 승인 2012.10.04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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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공백 발생 시 재계약 차질 생길 수도


부당한 업무 관행 시정을 요구하다 해고된 한국교직원공제회 보험 상품 판매 상담원(한국고용정보 소속)들이 즉각 복귀를 요구하며 연일 농성을 벌이고 있다.


근무 여건이 열악한 컨택센터 상담사들이 체계적인 조직화를 통해 그들의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컨택센터 운영사업자들이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9월 12일 다산콜센터 상담사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며 불씨를 지폈다.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희망연대노조에 따르면 다산콜센터 내 상담사 500여명을 가입대상으로 ‘다산콜센터지부’를 결성했다. 노조 결성 이유로 다산콜센터에 근무 중인 상담사들의 근로 조건이 열악해 점심시간 1시간 조차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고 있으며, 강제적인 주말 근무 편성, 여성 근로자들의 월 1회 생리휴가 조차 지켜지지 못하는 등 감정노동을 수행하는 근로자들이 심리적 안정을 취할 수 있는 근무여건이 조성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다산콜센터 노조 결성의 결정적 이유와 관련해 희망연대노조 관계자는 “서울시를 대표하는 다산콜센터의 업무가 직접고용이 아닌 위탁업체의 간접고용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희망연대노조는 이미 지난 해 텔레마케터 지부를 결성, 2011년 11월 16일 고용노동부에 ktis와 ktcs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한 바 있다. 그 결과 본사 및 ktis 5개, ktcs 13개의 콜센터 감독 결과 법정수당 미지급, 휴게시간 법정기준 미준수 등 위반사항을 적발하여 시정조치, 위반사항 검찰 송치 등 일련의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다산콜센터지부 결성과 관련해 업계 한 관계자는 큰 우려심을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상담사들이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노조를 결성하는 것은 예견된 수순일지도 모른다”며 “그러나 노조가 위탁업체의 간접고용 형태로 존재하고 있는 것 자체를 문제로 삼고 있는데, 서울시가 직접 고용을 하고 노동조건을 개선하면 상담사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은 확실하지만 서울시와 관계 기관에서는 분명 많은 문제가 발생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우선 직접 고용에 따른 비용 증가를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노동조건 개선을 통해 상담사 증원이 발생될 가능성이 높아 추가 증원에 따른 비용의 증가와 관리자와 스텝들의 추가 증원이 필요하게 됨에 따라 드는 비용도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상담사들의 노조 활동으로 인해 시민의 전화를 받지 못하는 업무 공백이 발생할 경우 서울시와 위탁관계를 맺고 있는 컨택센터 운영 업체(ktcs, 효성ITX, 엠피씨)에 그 부담이 가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산콜센터 노조지부 결성과 함께 9월 18일 ‘콜센터 상담원 인권보장 캠페인단’이 출범해 콜센터 상담원들의 노동인권 보장을 위한 여론 조성과 권리보장 마련 활동을 전개키로 했다.

민주노총 등 19개 시민단체와 국회의원 등이 참여한 ‘콜센터 노동자 노동인권 보장을 위한 공동캠페인단’은 “30만~40만명으로 추산되는 콜센터 상담원들은 감정노동에 따른 우울증이 높고 언어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지만 대부분 간접고용 형태로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한 조직화가 어렵다”면서 “노동인권 권리보장과 법적·제도적 보호장치 조성, 근무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공동캠페인단은 ‘전화기를 내려놓고 숨ㆍ쉴ㆍ틈을’을 주제로 콜센터 상담원들의 감정노동, 열악한 노동환경, 성희롱과 언어폭력, 감시통제와 전자감시 등 노동인권을 찾기 위한 대시민 선전전, 국회차원 보호법제 마련, 노동부 특별근로감독 등을 전개할 예정이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상담사들의 조직적 움직임은 9월 24일 서울 여의도 소재 한국교직원공제회관 앞에서도 일어났다.

한국교직원공제회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한국고용정보 소속 상담원 3명이 해고됐기 때문이다. 해고된 상담원 3명은 6년가량 근무한 베테랑을 포함, 최소 1년 8개월 동안 상담원이라는 직업을 수행하고 있었다. 이들은 한국고용정보 대표의 친인척(처제)에게 유리한 상담건을 배정(보험 판매가 유리한 고객정보 제공)하고 그에 따른 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부당한 업무 관행이라고 시정을 요구했다는 이유에서 해고당했다.

현재도 시위 중인 전국사무연대노동조합 관계자는 “한국고용정보는 지난해 반듯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상까지 받은 기업이지만 그 실체는 대표의 처제에게 일거리를 몰아주고 수당을 높게 배분하는 등 힘없는 여성 상담원들을 비참한 삶 속으로 몰아가는 기업”이라고 비난했다.

전국사무연대노동조합원과 해고된 상담원들은 즉각 복직시킬 것을 요구하며 매일 농성 중에 있다.

그러나 한국고용정보는 이 문제에 대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근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일부 컨택센터 운영업체들은 고객사와의 재계약에 차질이 생길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또 다른 운영업체 관계자는 “도급단가 내에서 상담사의 복리와 급여가 결정되기 때문에 노조가 결성된 컨택센터 상담원들의 요구를 100% 수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노조 활동으로 업무 공백이 발생해 재계약 평가시 상담 실적, 만족도 등이 낮게 평가된다면 아무래도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이 관계자는 상담원들의 조직적 움직임이 타 고객사 사업장까지 확장되지 않을까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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