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뿐인 기간제보호법
허울뿐인 기간제보호법
  • 김연균
  • 승인 2012.10.08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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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고용 개선에 집중하겠다던 고용노동부의 정책들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고용노동부가 기간제 노동자의 이동 경로와 근무 형태 변화를 조사해 발표한 ‘고용형태별 근로자 패널조사’에 따르면 2년간 비정규직(기간제)으로 일한 노동자 중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람은 3.8%에 불과했다. 또 직장을 그만둔 노동자의 45.4%는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가 오히려 비정규직의 일자리 불안을 키워왔음을 보여준 조사 결과라고 할 수 있다.

2007년 비정규직 관련 3개 법률 시행과 더불어 추진된 비정규직 정책의 핵심은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에서 규정한 ‘기간제 노동자의 2년 후 정규직 전환’ 조항이다. 비정규직으로 2년 일하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자동적으로 정규직이 되도록 도와주려는 취지였다.

그러나 노동계는 비정규직이 2년 만에 자동으로 일자리를 잃게 되는 제도라며 반대했고, 재계는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에 역행하는 처사라며 불평했다.

이미 비정규직 문제는 노사 문제를 넘어 사회적 문제로 비화한 지 오래다. 소득 양극화와 사회적 갈등의 주된 요인으로 대두해 우리 경제와 사회 발전의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있는 점을 정부와 정치권도 겉으로는 인식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도 비정규직 문제를 정책 우선순위에 두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논의만 무성할 뿐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노력은 찾아볼 수 없다. 특히 정부는 정책 기조는 그대로인 채 변죽만 울렸고, 심지어는 기존의 제도마저 무력화하는 모습까지 보여왔다. 기회 있을 때마다 2년으로 제한된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기간을 늘리려고 시도한 것이 그 예다.

이번 조사를 통해 현행법과 정책만으로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게 확인된 만큼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사용 기간만 제한하는 미완의 대책에 불과한 현행 비정규직법의 한계를 자인했으면 한다.

기간제 사용의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업무 외에는 사용 사유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사유 제한’ 없는 ‘기간 제한’만으로는 비정규직 남용을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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