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제 일자리’ 동참 봇물
‘시간제 일자리’ 동참 봇물
  • 김연균
  • 승인 2013.11.18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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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나쁜 일자리 양산” 우려도 가득
정부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활성화 추진 계획'에 따라 기업들이 시간제 근로자를 확대 채용하는 데 동참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이번 정책으로 인해 '질 낮은 일자리'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과 LG, 한화, 롯데, 신세계, CJ 등 국내 대기업들이 시간제 근로자 채용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정부도 공무원과 공공기관, 국공립 교사직에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어 2017년까지 1만6500명을 고용할 계획이다.

우선 삼성은 하루에 4시간이나 6시간 근무하는 시간제 일자리를 새로 만들어 내년 초 6000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이는 올해 삼성 채용규모(2만6000여명)의 23%에 달한다. 계열사별로는 삼성전자가 2700명, 삼성디스플레이가 700명, 삼성중공업·삼성물산·삼성엔지니어링이 각각 400명이다.

특히 삼성은 결혼과 육아 등으로 직장 경력이 단절된 여성과 퇴직한 장년층을 주요 채용 대상으로 삼을 방침이다. 근로자들은 우선 2년 계약직으로 채용된 뒤, 추후 평가를 통해 지속적인 고용을 보장받게 된다.

LG도 시간제 일자리를 통해 500명을 채용한다.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LG하우시스, LG생활건강 등 10여개 계열사를 통해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채용할 계획이다. 채용 분야는 번역, 심리상담, 간호사, 개발지원, 생산지원, 사무지원, 콜센터 상담직, 뷰티 컨설턴트 등이다.

롯데는 내년 상반기까지 2000명의 시간제 근로자를 채용하기로 결정했다. 롯데백화점은 힐링 상담원, 롯데마트는 상품안전·서비스·디자인, 롯데하이마트는 판매사원을 모집한다. 신세계그룹도 연말까지 시간제 근로자 1000여명을 추가 채용한다. CJ는 지난 6월 여성인턴 150여명을 채용한 데 이어 500여명의 시간제 근로자를 추가로 뽑을 계획이다.

SK는 지난 6월 320명을 뽑은 데 이어 180명을 시간제 근로자로 채용할 예정이며, 한화도 한화갤러리아, 한화호텔&리조트, 한화손해보험 등에서 150명의 시간제 근로자를 정규직 채용한다.

앞서 정부는 민간 기업이 시간제 일자리를 확대하면 인건비·사회보험료·세액공제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00년대 들어 63% 안팎으로 고정된 고용률을 2017년까지 70%로 끌어올리겠다는 게 정부의 의도다.

반면 시간제 일자리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노동계에서는 시간제 일자리가 저임금 비정규직을 양산시키고 '질 나쁜 일자리'만 확대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은 논평을 통해 "일자리 문제는 단순한 수치상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질의 문제"라며 "고용률이라는 수치상의 목표에 맞추기 위해 나쁜 일자리를 양산하는 것은 노동시간 단축과 저임금 체계,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노총도 "시간제 일자리만 지나치게 늘리려는 시도가 보이는데, 일자리의 질이 나빠질까 우려된다"며 "한마디로 의지의 과잉과 전망의 부재"라는 입장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정부가 고용률 '수치'에 연연해 시간제 노동자 채용을 관료주의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김대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열린 한국노동연구원 조찬 세미나에서 "정부가 수치에 연연해 정책을 추진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며 "일자리는 조급증을 갖고 양적으로만 늘리면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간제 일자리는 상대적으로 좋은 일자리는 아닌데, 당정에서 처음부터 너무 좋은 일자리로 출발시키려고 한다"며 "국민들에게 환상을 심어줘선 안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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