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관계, 대화·타협보다 사법 해결에 의존”
“노사관계, 대화·타협보다 사법 해결에 의존”
  • 이준영
  • 승인 2014.01.10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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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노사관계는 한마디로 중요 쟁점의 ‘사법(司法)화’로 대변할 수 있다. 핵심 이슈를 노사 간 자율적 협상이나 타협으로 해결하기보다 법원 판단에 의존하고 최종적으로 대법원이 판결로써 해결하도록 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사회정책연구본부장은 9일 ‘2013년 노사관계 평가와 2014년 노사관계 전망’ 보고서에서 지난해 노사관계를 이같이 정리했다. 사내하청, 통상임금 범위, 휴일근로시간의 연장근로시간 포함 여부, 전교조 합법성 등의 다툼이 법원으로 옮아갔다.

배 본부장은 “이런 쟁점들은 법적 소송 또는 대법원에 갈 때까지 노사가 해결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면서 “그럼에도 법원이 결정하게 한 것은 기존 노사관계의 한계를 보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정부는 낡은 지침을 경제적 파장을 우려해 고수하다가 때를 놓침으로써 노사가 문제 해결을 지체하도록 유도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사법적 해결은 노사 간 점진적·타협적 해결보다 노사관계를 왜곡시킨다는 단점이 있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복지정책연구부장은 “노사관계에는 크게 ‘법과 원칙 추구’, ‘대화와 타협’이라는 두 가지 원칙이 작용한다”며 “이 둘 가운데 법과 원칙이 강조되다 보니 노사가 다른 원칙을 내세우며 누가 옳은지 따져보자며 자꾸 법 앞으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올해는 ‘사법화’의 여파로 그 어느 해보다 노사관계가 우울할 것으로 전망됐다. 배 본부장은 ‘통상임금 판결 이후의 노사관계’와 ‘휴일근로시간의 연장근로시간 포함 여부 판결이 가져올 영향’ 두 가지가 최대 이슈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통상임금 판결이 고용시스템과 노사관계에 던진 파장은 거의 쓰나미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대법원 판결이 논란의 종식이 아니라 새로운 노사 간 다툼의 시작을 알렸다는 것이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도 “올해는 노사 갈등이 폭발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갈등을 적극적으로 푸는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으면 대단히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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