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외생산 의류 공장 감독 소홀
미국, 해외생산 의류 공장 감독 소홀
  • 김연균
  • 승인 2014.01.24 12: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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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큰 의류 구매자 가운데 하나로, 해외에서 생산된 의류를 구매하는 데 연간 15억 달러 이상을 지불하고 있다. 구매하는 의류는 공항 보안요원들이 입는 감청색 셔츠부터 군인들이 입는 위장 군복과 삼림감시원들이 입는 국방색 유니폼까지 다양하다.

2012년 11월 방글라데시 타즈린 패션(Tazreen Fashion)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근로자 112명이 사망한 것을 포함해, 지난 14개월 동안 몇몇 해외 의류생산 작업장에서 재난이 발생함에 따라, 오바마 행정부는 서구의 구매자들이 이들 제3세계 의류 공장의 근로환경이 개선될 수 있도록 협조해줄 것을 촉구하였다. 그러나, 정작 미국 정부는 기존의 구매 관행을 시정하기 위한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미 노동부 관리들은 연방기관이 해외 현지 법률을 위반하는 사업장에서 생산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으나, 감사와 현장조사 결과 방글라데시, 도미니카 공화국, 아이티, 멕시코, 파키스탄, 베트남 등의 국가에서 미 정부에 납품하고 있는 현지 의류업체들은 비상구 폐쇄, 붕괴 위험이 있는 건물에 위치한 공장, 임금 체불, 관리자의 재촉으로 인해 미싱 바늘에 지속적으로 손 부상을 입는 등 열악한 근로환경 및 법률 위반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0년 감사 결과 방글라데시에 위치한 의류업체 DK Knitwear는 미군부대 내 상점에서 판매되는 해병대 마크가 달린 셔츠를 생산했는데, 이 업체가 전체 근로자의 1/3을 미성년자로 고용하고 있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들 업체와의 거래가 중단되었다. 이 공장의 관리자들은 할당량을 채우지 못한 근로자를 구타하는가 하면, 예전에 화재가 발생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작동하는 화재 경보 시스템을 갖추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미 연방기관들이 해외의 어느 공장에서 그들의 유니폼이 생산되는지 거의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따라서 이들 공장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지도 않으며, 감사를 실시하더라도 다른 사기업보다 느슨하게 감사를 실시하고 있다. 게다가, 해외 공장의 폭력적이고 위험한 근로환경에서 생산된 의류를 연방기관이 구매하는 것을 금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사실상 없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미 연방정부의 조달 정책을 관리하는 백악관 예산관리집행국(Office of Management and Budget)의 대변인 프랭크 베네나티는 어떤 형태로든 강제근로가 발생하는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을 연방 정부기관에 납품하는 공급업체에게 불이익을 주는 규정을 강화하는 행정명령을 2012년 도입하는 등 행정부에서 해외 공장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부와 국무부 관리들 또한 공급업체에게 세계에서 가장 크고 위험한 의류가공 산업을 유치하고 있는 방글라데시 공장들의 근로환경을 개선하는 데 협조해줄 것을 요청해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 규정을 따를 경우 연간 50만 달러의 추가 비용이 소요된다는 이유로 정작 미 국방부는 2012년 한해 4억 8,5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린 미군부대 상점들을 강제할만한 법적 조치 도입을 2013년 12월 포기하였다.

대부분의 의류업체들과 마찬가지로, 미 연방기관들은 유니폼을 생산하는 공장과 직접 거래하지 않으며, 대부분의 경우 유통 하청업체에 의존한다. 따라서 연방기관들이 여러 중간 단계 업자들을 끼고 있는 국제 공급망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우며, 그 결과 구매자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다단계 하청이 이뤄지고, 실질적으로 이들을 감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유통업체나 노동단체 또는 다른 기관에서 이들 공장에 대한 감사를 실시할 때에도, 이들 공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발견하기 어려운데, 이는 공장 관리자들이 주기적으로 의료기록 등을 조작하거나 근로자들이 감사관에게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지 미리 훈련하기 때문이다.

미 정부 역시 두 가지 상반된 측면의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저가로 물품을 조달해야 하는 것과 다른 한편으로 노동/인권 이슈에 대해 바람직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 행정부는 제3세계에서 봉제/의류 산업과 같이 기술 축적이 없이도 시작할 수 있는 일자리를 증가시키기 위해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선호해왔다. 하지만, 무역장벽의 철폐는 또한 유통업체들이 더 싼 노동력을 찾아 다른 저발전 국가로 공장을 이전하는 것이 쉬워짐에 따라 제품가격과 그에 따른 임금을 하락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이 미 정부와 같은 기관 구매자들을 포함한 소비자들에게는 직접적으로 이익이 되지만, 생산공장이 있는 국가의 노동법 준수를 강제할 방안이 부재하고, 임금에 있어서 바닥으로의 경쟁을 가속화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분석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저발전 국가의 발전을 위한 정책이 결국 이들 국가의 공장에서 근로환경을 악화시키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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