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잃은 생계형 텔레마케터
일자리 잃은 생계형 텔레마케터
  • 김연균
  • 승인 2014.02.24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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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산업 이슈 - 개인정보유출

개인의 정보를 철저하게 보호하고 있는 정보통신망법과 개인정보보호법을 철저하게 준수하며 합법적으로 전화를 통해 고객들에게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고 있는 수많은 생계형 여성텔레마케터들이(약 12만명 추산)이 개인정보 누출 사건으로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 특히 올 1월부터는 무분별한 전화권유판매 행위에 대해 소비자들이 거부의사를 표시할 수 있도록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전화권유판매 수신거부의사 등록시스템’도 운영 중에 있다.

그러므로 전화권유판매를 하고자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를 한 모든 기업은 방문판매법에 명기된 기간마다 수신거부의사 등록시스템에 등록된 고객을 확인하고 절대적으로 전화를 하지 않도록 되어 있다. 이렇듯 3중 장치(정보통신망법, 개인정보보호법, 방문판매법)를 철저하게 지키며 합법적으로 일하고 있는 12만명의 생계형 상담사들에 대한 고용 유지와 임금 보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자료 제공 : 한국컨택센터협회

■1억건 넘는 개인정보 유출

2012년 10월과 12월에 NH농협카드로부터 2500만 건, 2013년 6월에 KB국민카드로부터 5300만 건, 2013년 12월에 롯데카드로부터 2600만 건의 고객정보가 도난당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자그마치 1억 400만 건이다. 건수로는 세계 3위를 기록할 정도로 사상 최대의 개인정보유출사고다. 이로 인해 국민의 불안이 팽배해지자 이들을 달래기 위해 금융당국은 “유출된 정보는 검거즉시 100% 회수가 되었다”고 발표했지만 이 말을 믿는 국민은 거의 없었다.
그러자 1월 8일 고객정보 유출에 연루된 카드 3사 사장단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1월 17일에 개인정보유출에 대해 불안해하는 국민들을 안심시키고자 정보유출내역을 카드사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도록 조치를 취하게 되는데 이것이 국민들의 불안심리에 불을 붙이는 계기가 되었고, 수백만 명의 국민들이 카드사 창구로 달려가 카드 해지와 재발행을 요청하게 된다.

그 불길이 꺼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KB금융그룹과 KB국민은행, KB국민카드 임원 27명은 정보유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일괄 사의를 표명했고, 어느 정도 불안심리가 한 풀 꺾이는 듯 했으나 현오석 부총리가 “금융소비자도 정보를 제공하는 단계에서부터 신중해야 한다. 우리가 다 정보제공에 동의해주지 않느냐”는 발언으로 국민 감정에 불을 지르는 바람에, 피해를 입은 수백만의 국민들이 감독기관인 금융위와 금감원에 대해 책임을 묻는 사태로까지 전개되자 금융위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2014년 첫 임시회의를 1월26일 열게 된다.

그 날 안건은 ‘대출모집인을 통한 대출 승인 전 모집경로 확인에 관한 행정지도 시행방안’이었다고 하는데 누군가가 “전화권유판매도 금지하자”는 제안에 1월 26일 “27일부터 모든 금융사에 3월말까지 한시적으로 전화 권유판매 금지”를 요청하게 되면서 결국 회의 안건이었던 불법을 자행해 국민들을 불편하게 했던 불법대출에 대한 제재는 묻혀버리고, 엉뚱하게도 전화권유판매가 이번 사태의 발단인 것처럼 비쳐져 국민과 여론의 질타를 한 몸에 받게 되는 사태로 번져나간다.

■생계형 텔레마케터 실직 위기

금융위는 국민들의 관심을 ‘개인정보유출’에서 ‘전화권유판매금지’로 옮기는 데는 성공하면서 카드 해지와 재발급 요구는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지만 그로 인해 아무런 죄도 없이 하루 아침에 12만명의 생계형 텔레마케터들이 실직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러자 텔레마케터들은 무책임한 당국의 정책에 대해 청와대를 포함한 관계요로에 선처를 호소하고, 탄원서를 쓰기 시작했으며 이도 통하지 않을 때는 단체행동을 불사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그러자 박근혜 대통령은 2월 4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카드사 개인정보유출 사태 이후 정부의 금융사에 대한 텔레마케팅 (전화 영업) 금지 조치와 관련 “이런 비상조치를 취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측면은 없었는지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고 “특히 금융회사 텔레마케팅의 경우 상당 부분 생계가 어려운 분들이 종사하고 있다”며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재 진행 중인 금융사 고객정보 관리 실태 점검 결과를 감안해 적극적으로 보완할 방안을 찾아 달라”고 지시했다. 이러한 박 대통령의 언급은 정부의 텔레마케팅 금지 조치로 인해 전화영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이들의 대량실직 우려가 제기된 가운데 나온 것이었다.

■금융위, 금융사에 책임 전가

같은 날 오후에 당초 3월말까지 텔레마케팅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던 방침을 바꿔 자체점검리스트를 점검한 후 CEO확약을 해서 제출하면 2월부터 허용한다고 발표하기에 이른다. 이는 정책을 발표하고 제대로 시행도 해보지 못한 채 8일 만에 재조정하기로 결정한 것은 정책을 입안할 때 제대로 파급효과를 검토해보지도 않고 급한 불을 끄고자 급조한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제시한 조건부 전화권유판매 영업재개는 금융위로 향해 있는 텔레마케터와 그들의 어려움에 동조하는 많은 국민들의 시선을 금융기관으로 돌리는 시도였다. 하지만 이 조치를 보고 늦었지만 그래도 풀린다니 다행이라며 모두들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실상을 달랐다. 힘없는 금융사에 모든 책임을 떠넘긴 것에 불과했다.

금융위는 금융사에 방대한 양의 자체점검 체크리스트를 보내고 철저히 점검한 후 CEO확약을 거쳐 제출하면 풀어주겠다는 것인데 이는 시간도 많이 걸리는 일이지만 자신의 목이 걸린 확약을 선뜻 내놓을 CEO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다 보니 전화권유판매 비중이 많지 않은 CEO의 경우 전화권유판매를 금지하고 다른 대안을 찾으라고 지시하기에 이른다. 금융위가 보험사에 CEO확약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한 7일까지 제출하는 회사가 없자 다시 확인이 되는 DB에 대해서 순차적으로 영업재개를 허락하게 됐다.

드디어 2월 14일부터 보험사가 전화권유판매를 시작하게 되지만 보험사에 가입한 얼마 안 되는 자체 고객DB여서 금융사 내부 상담사들이 사용하기에도 부족한 양이기 때문에 아웃소싱 기업들에게는 DB를 공급하지 못했다. 카드를 포함한 다른 금융사들도 24일부터 순차적으로 영업재개를 한다고 하는데 언제쯤이면 모든 텔레마케터들이 본인들의 업무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고, 돌아간다 해도 텔레마케터에 대한 국민감정이 좋지 않아 걱정이 앞서는 상황이다.

■3개월 평균 임금 지불해야

이제 남은 것은 이번 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텔레마케터에 대한 고용유지와 임금보전이다. 이번 일이 일어나도록 정보보안에 철저를 기하지 못해 3개월 영업정지 명령을 받은 3개 카드사를 포함한 모든 금융사들은 그들도 피해자라며 금융위와 금감원의 임금보전 지시에 대해 어떻게 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서로 눈치를 보는 양상이다. 농협만이 3개월 평균 임금을 지불하려고 검토 중이라는 얘기가 들릴 뿐이다. 결국 금융위는 2월 16일 카드 3사에 3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면서 영업정기 기간 동안 카드사 모집인 생계보장을 강력이 지도하기로 했다. 하지만 1월 27일부터 아웃소싱기업에 DB를 제공하고 전화권유를 판매할 때까지 1달 가까이 일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임금은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최소한 이번 사건의 최대 피해자인 텔레마케터들에게 직전 3개월 평균 임금이라도 지불해 주어야 할 것이다. 이들에게는 이 돈이 생계를 유지하는 최소 비용이기 때문이다.

■풀리지 않는 의문점들

이번 일의 처리과정을 보면 이상한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첫째, 카드 3사에서 DB를 훔친 범법자는 전국을 뒤흔들어 놓았는데도 최대 5년형 밖에 주지 못한다.
둘째, 카드 3사 대표단을 포함한 임원 27명이 사의를 표명했지만 3명의 사표만 수리되었다.
셋째, 불법 DB의 온상지인 개인정보브로커를 포함한 보이스피싱 사범과 불법스팸사업체, 발신번호 조작제공업체들에 대해서는 대대적인 단속이 시작되어야 함에도 아무 죄도 없는 12만명의 텔레마케터들이 마치 이 일의 주범처럼 언론에 비쳐지게 함으로써 실직의 위기에 처했다.
넷째, 카드 3사외에 나머지 금융사들은 범법 행위가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금융기관에 전화권유영업을 중지시킨 것은 초법적인 행동이다. 만의 하나 유출된 개인정보가 금융기관에 유입된 증거가 있다면 자료나 서버를 압수해서 검사하면 될 일을 가지고 텔레마케터들이 일을 못하게 하는 것은 과한 처사라 할 수 있다.

■보상기준안 마련해야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 고용노동부 주관으로 2번의 TF회의가 열렸다. 고용노동부에서는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해 있는 텔레마케터들의 입장에서 관계부처와 금융기관에 강력히 조속한 보상을 요청한 상태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금융기관 자율에 맡겼다고 하는데 그 동안 금융위가 금융기관들이 스스로 무언가를 결정하고 집행하도록 놔두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어느 정도 보상기준안을 만들어 제시해주는 것이 그들이 결정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금융위는 그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텔레마케터들이 실직의 위기에 처했으니 해결할 의무가 있으며, 금융기관들을 아웃소싱기업들과 DB를 제공하겠다는 계약을 하였음에도 이유야 어떻든 DB를 제공하지 않아 발생한 일이니 실적이 없다 해도 텔레마케터에 대한 인건비와 그들이 지원하는 스탭인건비 그리고 사무실 임대료 등은 지불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갑사에서 재료를 제공할 테니 제품을 생산해달라고 요청을 해서 계약을 하고 공장을 임대하고, 제조기계 들을 설치한 후 제품을 생산할 직원들을 고용했는데 재료를 제공하지 않았다면 누구의 책임인가? 최소한 이익을 보장해주지는 못한다 해도 최소 필요경비를 지불해야 하지 않겠는가? 더 이상 일이 확대되지 않고 조속히 해결되어 텔레마케터들이 그들의 보금자리로 돌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비대면채널 판매 개선안 필요

이번 일을 보면서 현재의 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전화권유판매를 하고 있지만 국민의 법 감정을 고려해서 개선할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첫째, 개인정보 동의 시 포괄동의가 아닌 꼭 필요한 정보에 대해서만 최소한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둘째, 비대면채널의 취약점인 불완전판매가 일어나지 않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국민들이 전화를 안심하고 받을 수 있도록 발신번호인증제를 시행해야 한다.
넷째, 전화권유판매업체에 대해 실태조사가 이루어져야 하며, 한번 신고로 끝나는 것이 아닌 매년 신고를 하도록 해서 불법을 자행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기업이 생산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팔아야만 직원을 고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팔리지 않는데 무슨 돈으로 고용을 창출하겠는가? 대통령도 해외순방 시 기업총수들과 함께 세일즈외교를 하지 않는가. 한 번에 안 된다면 여러 번 방문해서라도 설득을 해서 팔아야만 국가 경제도 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이제는 대면채널을 통한 판매는 감소추세에 있으며, 비대면채널을 통한 판매가 급성장하고 있는 온라인시대다. 제품을 만들어놓고 가만히 있으면 고객들이 와서 구매해주는 것이 아니라 이런 제품이 있다는 것은 고객들에게 알리고 고객들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설득해야만 구매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해서 국민들의 법 감정을 고려한 법과 정책이 마련되어야 하고, 기업은 기존 고객에 대한 철저한 서비스가 필요하고, 신규고객을 창출할 때는 빅데이터를 잘 분석해 꼭 필요한 정보를 고객에게 제공해 국민들의 삶에 보탬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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