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권 사각’…출판계의 '싸늘한 봄'
‘노동권 사각’…출판계의 '싸늘한 봄'
  • 이준영
  • 승인 2014.04.04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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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출판사가 직원들을 잇따라 무더기로 해고한 사실이 드러나 출판계 부당해고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4일 한겨레에 따르면 중앙일보가 지분 100%를 소유한 출판사인 중앙북스가 지난달 직원 40명 중 15명을 정리해고한 것으로 3일 드러났다.

중앙북스는 지난달 19일 회사의 경영난을 이유로 인력 감축을 발표한 뒤 편집부 6명, 마케팅부 3명, 디자인부 2명 등 총 15명의 직원들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이들은 회사에 출근 한 뒤 사측의 갑작스런 해고 사실 통보와 함께 3월 안에 나가라는 요구를 듣고 모두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북스의 이러한 조처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근로기준법에는 회사가 직원을 해고할 경우 ▲50일 전에 근로자 대표와 협의해 해고를 회피할 수 있는 수단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해야하고 ▲경영진은 해고가 불가피한 '긴박한 경영상의 사유'를 설명해야 하며 ▲해고 예고는 서면으로 30일 전에 해야한다.

하지만 중앙북스는 심지어 대상자들에게 '개인 사유'로 사직해야 한다는 사직서를 쓰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해고자는 "이 때문에 회사에 대한 배신감과 불신이 더욱 커졌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지난 1월 대표로 취임한 노재현 중앙북스 대표는 "취임 후 경영 상황을 보니 아주 어려운 상태였다"며 "권고사직 형태지만 일방적인 정리해고가 아니고 회사 사정을 들은 직원들이 각자 사직서를 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동안 열악한 근로환경과 노동권에 대한 출판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았지만 표면화되진 않았다.

이러한 열악한 환경에 대해 '관행'처럼 현실에 순응하던 출판 노동자들은 3일 출판노조협의회를 출범하고 고질적인 문제 해결에 팔을 걷어 붙였다. 일부 출판사에만 있던 개별 노동조합을 묶어줄 상급 협의체가 생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다른 산업에 비해 전체적으로 뒤처진 출판사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긴밀한 연대가 필요하다고 보고 협의회의 필요성에 의견을 같이했다.

이들은 ▲출판노동자 실태조사 ▲공동단협 체결 추진 ▲파주출판단지 노동권 강좌 ▲정기 소식지 발행 등의 활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대표를 맡은 강변구(37) 사계절 역사기획부 과장은 "출판업계는 관리자의 말 한마디에 채용이 번복되고 해고자가 발생하는 등 기본적인 근로기준법이 통용되지 않는 곳"이라며 "협의회 출범 뒤 출판노동자들의 기본적인 노동권을 보호하는데 주력하고 첫 사업으로 출판계 노동 실태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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