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률 70%’ 산넘어 산…장기불황에 노사갈등까지 악재 연발
‘고용률 70%’ 산넘어 산…장기불황에 노사갈등까지 악재 연발
  • 이준영
  • 승인 2014.04.17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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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인 ‘고용률 70%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당초 추산했던 규모보다 생산 가능 인구가 늘어나면서 취업 목표치가 증가한데다 장기 불황 여파로 산업 현장에선 채용 축소는 물론 인력 구조조정까지 단행되고 있어서다.

정부는 일자리 확대를 위해 근로시간 단축·시간선택제 확대 등 극약 처방을 내놨지만, 임금·고용 유연성 등의 이슈와 맞물리며 노사간 갈등만 격화시켰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정부는 16일 2017년 목표 취업자 규모를 당초 238만명에서 248만명으로 10만명 상향 조정했다. 생산 가능 인구가 예상보다 늘어났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작년 6월 ‘고용률 70% 달성 로드맵’ 작성 시 2013년 생산 가능 인구를 3578만3000명으로 추산했으나 실측치는 16만8000명 많은 3595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고용 확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산업 현장에선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다. 장기 불황의 여파다. 최근 KT가 대대적인 희망퇴직을 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KT는 이번에 6000여명을 정리할 계획이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금융업계에서도 인력 감축이 줄을 잇고 있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등 대형 보험사들이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데 이어 은행권 또한 지점 통폐합 및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다. 씨티은행은 190개 지점 가운데 56개 지점의 문을 닫고 600여명을 정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최근 407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곳 중 2곳(18.9%)이 인력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인력 중 감축 계획 인원은 평균 8% 수준으로 집계됐다.

근로시간 단축과 통상임금 이슈 등 주요 노동 현안을 둘러싼 노사간 대립도 고용률 70% 달성을 가로막는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로드맵’의 핵심은 노동시간 단축과 유연 근로 확대로 압축된다. 노동시간 단축 없이 대규모 일자리 창출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12년 기준 2092시간에 이르는 실근로시간을 2017년까지 1900시간 이하로 줄이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휴일근로를 연장근로 한도에 포함해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현재의 68시간(주중 법정 근로시간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휴일근로 16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중소기업 등 산업계가 크게 반발하자 정부와 국회가 나서 연장노동 제한을 초과해 법을 어겨도 처벌하지 않는 조항(면벌 조항)과 연장노동 제한 시행을 짧게는 2년, 길게는 8년 동안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정부가 발표한 통상임금 지도지침과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 등으로 노사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것도 ‘고용률 70% 달성’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고용률 70%를 달성하고, 이를 통해 저성장 기조에 빠진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큰 그림을 그렸다. 그 맥락에서 내놓은 정책이 양질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창출이다. 이를 통해 여성·중장년층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고 전체 고용률도 높이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최근 정부는 하루 1~2시간 근무하는 초유연 근로제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는 한편, 중장년층의 파견 가능 업종 확대, 고등학교 학생들의 현장실습 확대 등 불안정한 일자리 양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박성식 민주노총 대변인은 “정부가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데 주력하지 않고 고용률 70%라는 수치 맞추기에만 급급할 경우 많은 부작용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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