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데이터 분석이 뜨는 이유
HR 데이터 분석이 뜨는 이유
  • 이준영
  • 승인 2014.07.10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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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HR 데이터 분석(HR Analytics)'이 주목받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사람에 대한 데이터 분석 인재의 잠재력 살린다’ 보고서를 보면, HR 데이터 분석이란 구성원과 조직의 성과 향상을 위해 사람 관련된 의사결정의 질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통계적 방법론을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블랙힐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방대한 HR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이 핵심인데, 이 때문에 HR과 빅데이터의 결합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해외의 경우 HR 데이터 분석이 점점 확산되는 추세다. 미국의 HR IT 서비스 컨설팅 업체인 '시다 크레스톤(Cedar Crestone)'이 617개 기업을 대상으로 HR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하는지 조사한 결과 ‘그렇다’는 응답이 2012년 7%에서 2013년에는 12%로 증가했다. ‘빅데이터 자체가 생소하다’는 응답은 2012년 41%에서 2013년 18%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기업 10곳 중 1곳 남짓 불과한 것 같지만, 지난해 드렉셀 대학(Drexel University)의 살바토레 팔레타 교수가 포천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HR 데이터 분석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이를 보면 응답한 기업 220개 중 77%가 HR 데이터 분석 관련 전담 부서 혹은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답했다. 따라서 아직 빅데이터 단계까지는 가지 못했지만 이미 상당수 기업이 HR 데이터를 어떤 형태로든 분석해 인재 관련 의사 결정에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HR 데이터 분석이 활용되는 방법은 앞서 살펴본 블랙힐스 외에도 매우 다양하다. 280여개 체인을 소유한 미국의 백화점 '봉통(The Bon-Ton Company)'은 매출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1층 화장품 매장에 어떤 직원을 배치해야 성과를 높일 수 있는지를 분석했다.

일반적으로는 자신을 잘 꾸미고 화장을 잘하는 세련된 사람이 제품을 판매해야 고객들이 호감을 느끼고 더 화장품을 살 것으로 생각했지만, 분석 결과 성과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인지 능력’이었다. 인지 능력이 좋아야 빠른 판단에 따라 고객에게 적절한 제품을 추천해 매출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지능력 상위 50%가 하위 집단보다 매출이 10% 더 높고 직업에 대한 만족도도 더 높았다. 이에 따라 업체는 채용시 ‘인지능력’, '상황 판단력', '주도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사람을 주로 선발했다. 그러자 이직률이 평균 25% 감소하고 1인당 매출도 1400달러 증가했다.

또 다른 업체 다우케미칼(Dow Chemical)은 대략 7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화학산업 특성을 고려할 때 인력 구조를 지금처럼 유지해도 되는지가 큰 이슈였다. 이에 따라 미래 인력 운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4만 명 임직원의 데이터 3년 치를 분석했다. 승진율, 퇴직 시점 예측 등 다양한 요소가 포함됐고, 이를 바탕으로 현재 재직인원을 총 5개 연령그룹,10개의 직급으로 구분해 미래 사업부별 인력분포를 추산했다. 이를 통해 산업 트렌드, 정치상황, 법률, 인원감축 등 다양한 외부환경 변화에 따라 어떻게 인력운영을 해야 할지 계획을 마련했다.

HR 데이터 분석에 기업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이 시장을 노린 관련 업체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포천 500대 기업을 중심으로 경영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CEB(Corporate Executive Board Company)는 최근 인도의 데이터 분석 스타트업인 '탤런트 뉴론(Talent Neuron)'을 거액에 인수했다. 탤런트 뉴론은 세계 주요 시장의 인재 관련 트렌드를 전망하는 자체 예측모델을 개발한 업체로, 이 모델을 활용해 전 세계 600개 도시 7500개 기업, 90개 직무에 대한 인력수급 현황을 분석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이에 앞서 2012년 IBM은 HR IT 솔루션 기업인 케넥사(Kenexa)를 인수했고, 오라클과 SAP는 각각 탈레오(Taleo)와 석세스 팩터(Success Factor)를 사들였다. 모두 HR 데이터 분석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HR 데이터 분석이 큰 주목을 받고 있지만, 주의해야 할 점도 많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가장 먼저 경계해야 할 것은 '아웃라이어(Outlier)'에 대한 편견이다. 아웃라이어란 표본 중 다른 대상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통계적 관측치를 의미한다. 조직에서 아웃라이어라고 한다면 일반적인 특징을 지닌 구성원과는 구별되기 때문에 마치 조직 부적응자로 쉽게 낙인찍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보고서는 스티브 잡스 역시 전형적인 아웃라이어였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이처럼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 중 혁신을 이끌어 성과를 창출하고 조직을 바꾸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HR 데이터 분석에 대한 조직 내 의심을 극복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과제다. 일반적으로 직원들은 자신이 분석의 대상이 된다는 것에 관해 부담을 느끼거나 비인간적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경영진도 HR 데이터 분석에 시간과 자원을 투입해야 하는지 우려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새로운 것보다 사실에 가까운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즉 HR 데이터 분석은 새로운 경영 기법이어서 시도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 관련 의사결정에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데이터의 한계를 인식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숫자는 거짓말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만, 데이터 분석 결과 일정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잠재력이 없거나 불성실한 사람으로 낙인찍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평소에 리더와 HR 부서에서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관심과 관찰이 전제된 상태에서 데이터 분석이 이루어져야 의미 있는 결과를 활용하고 구성원 관련 의사결정에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원지현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기업이 위기를 겪는 원인 중에는 상당수가 필요한 때 가장 적합한 인재를 활용하지 못하는 등 내부적인 요인 때문”이라며 "인재 관련 의사결정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으므로 우리 기업들도 HR 데이터 분석에 관심을 기울이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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