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타결돼도 비정규직엔 ‘그림의 떡’
통상임금 타결돼도 비정규직엔 ‘그림의 떡’
  • 이준영
  • 승인 2014.08.1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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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업계 등 대기업 제조업체의 올해 임금·단체협상 교섭에서 통상임금이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지만 사내하청 노동자들한텐 ‘그림의 떡’이 되고 있다.

한국지엠(GM) 노사는 지난달 31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올해 임·단협을 확정했다. 지난해 대법원 판결 취지에 맞춰 올해 3월1일부터 소급되는 통상임금에 상여금을 넣는 내용이다. 이로써 한국지엠 노동자 1인당 평균임금은 연 570만원 이상 오르게 된다. 그러나 이는 정규직 조합원한테만 적용된다. 금속노조 한국지엠 부평비정규직지회가 원·하청업체에 “교대제 수당, 기본급 인상, 통상임금 적용 기준을 정규직과 똑같이 해달라”며 임·단협 교섭을 요구했으나 사실상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영수 부평비정규직지회장은 8일 “원·하청 모두 이 문제에 관심이 없다”며 “똑같은 일을 하는데도 비정규직만 소외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타결된 쌍용자동차 노사의 통상임금 관련 임·단협 교섭에도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언급은 없다. 애초 통상임금 확대 논의과정에서 비정규직이 소외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결과를 초래한 가장 큰 원인은 통상임금 산정방식 변경 등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 논의가 무산된 데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해 2월 노사정소위원회를 꾸려 근로기준법 개정을 논의했으나 두달 동안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 채 활동을 끝냈다.

결국 통상임금의 범위와 적용 시점 등은 노사의 개별 교섭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는데, 노조가 없거나 노조의 힘이 약한 곳은 방치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분석 결과를 보면, 비정규직의 노조 조직률은 1.9%에 그친다. 특히 비정규직 중에서도 하청업체와 실질적인 노동 여건을 결정하는 원청업체 모두를 상대해야 하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처지가 가장 어렵다. 지금대로라면 통상임금 확대가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임금격차만 벌린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상임금의 범위를 근로기준법에 담는 게 가장 좋겠지만 당장 어렵다면 고용노동부 예규에라도 명시해야 한다”며 “현실적으로는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임·단협 교섭에서 자신들의 몫을 나눠 하청업체 노동자의 통상임금을 확대하는 상생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비정규직이 간접고용 노동자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실제로 결정하는 원청과 직접 교섭할 수 있는 권리를 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은 “간접고용 노동자가 직접 원청과 교섭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등 원청의 책임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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