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소싱 산업의 정체성
아웃소싱 산업의 정체성
  • 이준영
  • 승인 2014.09.29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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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소싱이 비핵심 역량을 담당한다고 해서 그 기업의 가치가 비핵심적인 것으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 모든 산업에서 아웃소싱은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사용기업의 실무자들을 만나 얘기를 나눠보면 모든 직군의 직원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아웃소싱을 단순히 역할로 구분하는 것이 아닌 한 기업을 이루는 여러 시스템 중에 하나로 구별해야 한다. 하지만 구별이 아닌 차별로 오인하는 경우가 아직 만연하다.

이런 이유로 아웃소싱은 당당한 협력의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소모품 혹은 방패막이로 사용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각종 비정규 근로자 파업의 화두는 아웃소싱이다. 파업 근로자들은 직접 고용을 촉구한다. 하지만 원청에서는 ‘도급’이라는 이유로 법적으로 경영에 관여할 수 없으므로, 아웃소싱 기업에 따지라는 식이다. 아웃소싱 기업 역시 ‘하청’이라는 이유로 급여 인상이나 복리후생을 확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해진 도급단가로 운영하는데 원청에서 도급단가의 중간 조정을 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 이윤을 남기기 위해 하는 사업인데 적자를 내서 운영할 수는 없지 않은가.

또한 장애인고용 분담금도 인력의 일정 수를 장애인으로 의무고용 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아 벌금형태의 금액을 지출하는 것을 아웃소싱 기업에 전가시킨다. 회사 이미지상 비정규 인력을 쓰는 것이 좋지 않다 여겨지면 계약기간이 남았음에도 일방적인 통보를 하고 계약을 해지시켜버린다. 터무니없는 금액의 입찰로 업체를 선정해서 오히려 적자운영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조장한다.

아웃소싱 산업은 이런 부도덕과 불합리가 판치는 곳에서 지금까지 성장했다. 용역이라는 오명을 씻고 당당한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일부 몰지각한 사업주가 불법적인 형태로 운영하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은 합법적으로 어느 기업보다 법을 잘 지키고 있다.

근로자의 월급에서 돈을 떼가는 것이 아닌 인력의 선발, 운영, 관리를 총괄하는 서비스의 대가로 원청에게 비용을 지급받는다.

아웃소싱 산업은 이제 단순한 외주, 하청, 용역 등이 아닌 하나의 산업으로, 기업의 협력관계로 당당히 어깨를 마주해야한다. 정체성이 굳건하지 않으면 얕은 뿌리의 나무처럼 작은 바람에도 그 뿌리를 드러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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