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임금, 대기업의 54%… 더 벌어진 격차
中企 임금, 대기업의 54%… 더 벌어진 격차
  • 이준영
  • 승인 2014.11.07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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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년 사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기업규모와 고용형태에 따른 임금 격차가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장은 6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의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방향과 과제’ 심포지엄에서 “국내 노동시장은 기업규모와 고용형태에 따른 격차가 두드러진 이중구조”라고 진단했다.

허 본부장은 ‘일자리 창출과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의 역할’ 발제문에서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노동자의 상대임금은 2003년 58.7%에서 2014년 54.4%로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이는 올해 기준으로 대기업 노동자가 월 100만원을 받는다면 중소기업 노동자는 54만4,000원을 받는다는 의미다.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의 상대임금도 2003년 71.6%에서 2014년 65.5%로 하락했다.

특히 ‘대기업-유노조-정규직’과 ‘중소기업-무노조-비정규직’ 간의 임금과 근로조건 차별은 심각했다. 올해 3월 기준으로 노조가 있는 대기업에 다니는 정규직과 노조가 없는 중소기업의 비정규직을 비교하면 월평균 임금은 각각 382만원, 134만5,000원이었다. ‘대기업-유노조-정규직’이 100만원을 받을 때 ‘중소기업-무노조-비정규직’은 34만8,000원을 받는 셈이다. 근속 연수는 13.4년 대 2.3년, 퇴직금 적용률은 99.6% 대 36.4%, 국민연금 가입률은 99.5% 대 34.2%였다.

이와 관련해 허 본부장은 “성장률 저하와 노동력 고령화에 따라 연공임금체계는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과거의 종신고용 시대에 설계된 한국의 연공급 임금체계가 정규직 근로자와 비정규직 근로자의 임금격차를 확대함으로써 노동시장 이중화 현상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연공급 임금체계 하에서는 근속 연수에 따라 임금이 상승하는데, 한국은 20~30년차 노동자가 1년차 노동자 임금의 3.13배를 받아 일본(2.42배), 독일(1.91배), 영국(1.57배)등에 비해 격차가 크다. 반면 비정규직은 처음부터 계약 기간이 정해지므로 근속 연수가 짧아 불이익을 받게 되는데,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 채용이 합법화되자 기업들이 고용시장 유연화라는 명목으로 비정규직 채용을 폭발적으로 늘렸고 대기업 정규직, 중소기업 비정규직 간 차별도 심해진 것이다.

반면 높은 임금과 고용안정을 유지하는 일자리는 눈에 띄게 줄어 3월 통계청 조사 결과 노조가 있는 대기업 정규직은 전체 노동시장의 7.4%에 그친 반면 노조가 없는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26.4%에 이른다.

허 본부장은 “정년연장, 통상임금 문제, 원하청 상생협력, 임금체계 개편 등 최근 현안이 향후 노동자의 삶의 질과 노동시장 구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큰 틀에서 노사정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사정위원회는 노동시장 구조개선과 관련해 공론화 작업을 지속하는 한편 노동시장 구조개선 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연말까지 근로시간 단축 등 새로운 노동시장 구조의 큰 틀을 구축하는 사회적 대타협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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