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주 고려인, 노동권 보장 없어
한국이주 고려인, 노동권 보장 없어
  • 이준영
  • 승인 2014.12.11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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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살이를 접고 한국에 온 고려인은 고국에서도 강제 해고, 임금 체불에 시달리는 등 노동권 보장이 전혀 없이 고달프게 생계를 이어가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고려인 10명 중 9명 이상이 이웃 모임에 참석하지 못하는 등 여전히 한국 사회와 교류가 부족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남대 임채완 교수팀은 재외동포재단의 연구 용역으로 실시한 '국내 거주 고려인 동포 실태 조사'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전국 21개 지역의 고려인 동포 486명을 대상으로 지난 5∼9월 설문과 면접을 통해 이뤄졌다.

고려인 동포 중 78.1%는 직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나머지 21.9%는 직장 생활을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직업이 있더라도 공장이나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단순 노동자가 무려 67%에 달했다. 음식점 종업원 등 서비스 종사자가 6.5%, 기능 종사자 4.9%, 마트 판매원 등 판매 종사자가 4.1% 등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사무 종사자는 3.5%, 전문직은 1.6%에 불과했다.

고려인 동포는 한 직장에서도 그리 오래 근무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무 기간이 1년 미만이라는 응답이 62%로 가장 많았고, 1∼3년이 26.7%로 뒤를 이었다.

하루 평균 근무 시간도 법정 시간을 훌쩍 초과했다. 8∼10시간이 46.5%, 10∼12시간이 33.1%, 12시간 이상이 7.8%였고 8시간 미만은 12.6%에 그쳤다.

고려인 동포 10명 중 6명은 한 달 벌이가 150만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월평균 임금은 100만원 미만 13%, 100만∼150만원 51.8%, 150만∼200만원이 26.3%, 200만원 이상 9%로 집계됐다.

고용 형태는 정규직이 56.7%에 달했으나 전일제 임시 근로자(30.2%)나 시간제 임시 근로자(8.2%), 일용 근로자(3%)도 여전히 많았다.

특히 부당 업무에 시달리는 고려인 동포도 적지 않았다. 일이 없다는 이유로 해고당한 적이 있다는 답이 30.1%에 이르렀고, 정해진 날짜에 임금을 못 받거나(28.7%), 임금 잔액을 못 받는(28.1%) 경우도 빈번했다.

휴일에 강제로 일하거나(26.3%) 근무 중 화장실을 못 가거나(14.7%), 작업량을 마치기 전까지 퇴근이나 식사를 금지 당한(11%) 사례도 있었다.

주거 환경도 불안정했다. 월세 생활자가 68.4%에 달했고 전세는 21.7%, 회사 숙소는 4.5%로 뒤를 이었다. 자기 집을 소유한 비율은 2.3%에 지나지 않았다.

주택 형태로도 원룸이 36%로 가장 많았고 그 뒤로는 아파트(18.6%), 상가주택(16.3%), 다세대주택(12.1%) 순이었다.

이들이 느끼는 한국 생활의 만족도를 점수로 매기게 한 결과 10점 만점에 6.4점으로 나타났다.

고려인 동포는 빠듯한 생활 탓에 한국인 이웃과 어울릴 기회도 적은 것으로 풀이됐다. 지역 주민과의 모임에 참여한다는 답은 7.1%에 그쳤고, 그렇지 않다는 답이 92.9%에 달했다.

모임에 불참하는 이유로는 시간 부족(46.8%)과 정보 부족(45%)을 꼽았다.

이들은 여가 생활도 다양하게 즐기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주 이용하는 시설은 시장(46.9%)이 대부분을 차지했고 은행(9.7%), 병원(7.2%), 이주민 지원단체(5.4%) 등을 든 응답도 있었다.

고려인 동포 가운데 61.8%는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 직장 건강보험 가입자는 28.3%, 지역 건강보험 가입자는 9.2%였다.

의료기관을 이용하지 못하는 이유를 묻는 항목에서도 '진료비를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답이 26.6%로 가장 많았다. 병원 갈 시간이 없다는 답은 23.4%, 교통편이 좋지 않다는 답은 6.5%였다.

고려인 동포가 한국에 적응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는 한국어 학습에 관해서는 시간 부족(45.9%), 강사 자질 문제(7.6%), 교재 문제(6.2%), 비용 부담 (5.9%) 등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재외동포 정책의 문제점으로는 영주권 및 국적 취득의 어려움(34.2%), F-4(재외동포) 비자의 취업 제한(24.6%), H-2(방문취업) 비자에서 F-4 비자로의 갱신이 어려움(20.9%) 등이 꼽혔다.

연구팀은 "고려인 동포는 특히 근무 시간에 발생하는 산업재해, 과도한 업무 등에 따른 고충을 호소한다"면서 "이들은 직장 근무가 늦게 끝나 지역 주민과의 관계 형성에도 어려움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이어 "국내에 거주하는 고려인 동포의 정착과 지위 향상을 위해서는 정부, 지자체, 비영리단체(NGO) 간의 협력 시스템을 구축해 다면적으로 법과 제도를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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