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84일간 일한 파견 일용직도 상용직에 해당
법원, 84일간 일한 파견 일용직도 상용직에 해당
  • 이준영
  • 승인 2014.12.1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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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모씨(22)는 지난해 12월10일 인력파견업체를 통해 서울 중구 롯데호텔 뷔페식당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음식함이 비면 채워넣는 일이었다. 파견일용직이던 김씨는 매일 (주)호텔롯데를 상대로 초단시간 근로계약서를 썼다.

계약서엔 오전 11시30분~오후 10시30분의 근무시간, 하루 1시간 휴식 보장, 시급 조건 등이 적혀 있었다. 언제까지 일할 수 있다는 언질은 듣지 못했다.

연말연시를 바쁘게 일하며 보낸 김씨는 성탄절은 유급휴일로 인정돼 정직원들은 평일 근무보다 급여를 더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자신에게도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지 궁금했다. 계약서에는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는 내용은 근로기준법과 취업규칙에 따른다”고 적혀 있었다. 김씨는 올 3월29일 호텔 행정실을 찾아가 취업규칙을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호텔 측은 “아르바이트생에게는 취업규칙을 보여줄 수 없다”고 했다. 김씨는 이날 퇴근 후 파견업체로부터 “내일부터 나오지 말아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형식상으로는 ‘재계약 불가’ 통보였다.

파견업체 측은 “김씨 일은 여성이 적합하기 때문에 (호텔 측이) 앞으로 여성에게 맡기려고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까지 김씨가 작성한 근로계약서는 총 84장이었다. 파견사원으로 84일 동안 일한 것이다.

김씨는 지난 6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구제를 요청했다. 근로기준법은 사측이 정직원·무기계약직을 해고하거나 ‘기간제 근로자’를 예정 기간 전 해고하려면 1개월 전 미리 통지하도록 규정한다. 다만 기간제 근로자는 계약 기간이 끝나면 별다른 약속이 없을 경우 자동 계약 종료로 간주한다. 호텔 측은 일용직인 김씨는 일과가 끝나면 계약이 끝난 것이므로 법적 문제가 없다고 했다.

김씨는 84일 일했고 계약 기간도 명확히 듣지 못한 만큼 ‘무기계약직 근로자’와 같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하루에 한 장씩 근로계약서를 84장 쓴 노동자를 ‘일용직’으로 볼지, ‘상용직’으로 볼지가 쟁점이었다. 서울지방노동위는 호텔 측 손을 들었고, 김씨는 청년유니온 도움을 받아 9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요청했다.

중앙노동위는 롯데호텔의 계약 해지는 “부당해고가 맞다”며 김씨 복직과 미지급 임금 지급 판정을 내렸다고 15일 밝혔다. 중앙노동위는 기간제 근로자 판정은 실질적으로 어떻게 일했는지가 기준이 돼야 한다고 봤다.

중앙노동위는 “일 단위 근로계약을 84회가량 반복 체결한 바 계약의 형식만 일용직 근로자였을 뿐 실제로는 무기계약 근로자에 해당하거나 갱신기대권(재계약을 자동으로 기대해도 되는 권리로 채용 전제 인턴 등이 해당)이 형성돼 계속고용의 기대가 인정되는 근로자”라고 밝혔다. “초단기 근로는 주 15시간을 의미한다. 계약서상 초단기 근로자라고 해도 주 49시간을 일하는 김씨를 일용직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롯데호텔 측은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다. 지금은 말할 게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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