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비슷한 직종 남녀 임금차별 부당
대법원, 비슷한 직종 남녀 임금차별 부당
  • 승인 2003.03.24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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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 소모가 많다거나 남자에게 적합한 기계 작동 관련 노동을 한다
는 이유로 여성노동자에게 남성노동자에 비해 낮은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남녀고용평등법에 위반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손지열 대법관)는 지난 14일 남녀 노동자에게 임금
을 차별 지급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타일 제조업체 H
사 대표 정아무개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이 같이 판결하고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본 사건을 수원지법에 환송한다”고 밝혔
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남자직원의 작업이 고도의 노동강도를 요하는
것이거나 특별한 기술이나 경험이 요구되었던 것이 아니므로 남녀간
임금의 차별지급을 정당화할 정도로 ‘기술’과 ‘노력’상 차이가 있
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공정에 따라 위험도나 작업환경에 별다른 차이가 없어 ‘작업
조건’이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없고, 이들은 모두 일용직으로
서 ‘책임’ 면에서도 별다른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
다.


"남녀 동일노동 차별임금" 시정에서
전체 "동일노동 동일임금"적용되길


따라서 재판부는 “남녀근로자 사이의 임금차별이 합리적인 기준에 근
거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자료가 없는 이상 이 회사는 여성에
게 동일가치의 노동에 종사하는 남성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에 대해 민주노총 법률원 권두섭 변호사는 “그동안 재계는 동
일노동을 판단할 기




준이 없다고 주장하고, 사법부는 보수적인 판단으
로 기준이 될만한 판례를 내놓지 않았던 현실에서 이 판결은 ‘동일가
치노동’의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말
했다.

또 여민합동법률사무소 김 진 변호사도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관한
최초의 판결이란 점에서 충분히 소중하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판결
이 실제 차액분만큼을 지급해 달라며 이 사건 당사자인 여성노동자들
이 제기할 수 있는 민사소송이나 비정규직 관련 사건과 직접 연계될
때 어느 정도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대법원 판결 소식이 알려지자 전국여성노조와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은
20일 공동성명을 내고 “현재 우리나라 여성의 임금은 남성의 64% 수
준”이라며 “이번 판결이 성 차이에 따른 불합리한 임금차별 해소
뿐 아니라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임금차별 해소로 이어지길 바란다”라
고 밝혔다.

민주노총 주진우 미조직비정규사업실장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는 남녀간, 또한 고용형태별 임금차별 해소가 포함돼 있다”며 “이
번 판결이 노동현장에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시
금석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H사 대표 정씨는 남녀 노동자간 학력, 경력, 기술에 별다른 차이
가 없는데도 95년 6월부터 97년 3월까지 남자쪽 일당을 여성보다 2천
원 높게 책정해, 해당 여성노동자 23명에게 남성노동자에 비해 총
2,200여만원을 적게 지급한 혐의로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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