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구조개편 합의 실패
노동시장 구조개편 합의 실패
  • 김연균
  • 승인 2015.04.0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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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 제외 대다수 쟁점서 이견 많아
노동시장 구조개편을 논의 중인 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구조개선특위(특위)가 합의 시한 내 타결에 실패했다. 노사정 대화 주체는 회의를 거듭하고도 통상임금을 뺀 대다수 쟁점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시한을 넘겨 협의를 계속하더라도 일부 쟁점을 빼곤 선언적 수준의 합의를 넘어서기 어려우리란 전망이 많다.

노사정위원회 이민우 대외협력실장은 31일 밤 11시 정부서울청사 노사정위원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노동시장구조개선특위 논의 마무리가 쉽지 않다. 4월1일이라도 합의안이 만들어지면 특위 회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노사정위가 지난해 말 시한으로 삼은 3월 안 타결은 물 건너 가고 4월까지 이어서 논의가 진행될 전망이다.

특위는 이날 고영선 고용노동부 차관, 최영기 노사정위 상임위원, 이병균 한국노총 사무총장,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 등 특위 소속 위원 4명과 특위 산하 전문가그룹 4명 등 8명이 모인 이른바 ‘8인 연석회의’를 오전부터 열어 합의안 도출에 나섰으나 워낙 쟁점에 대한 이견이 커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김대환 노사정위원장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 박병원 경총 회장 등 노사정위원회 대표자들도 오후 5시부터 모여 막판 담판을 시도했으나 의미 있는 결과를 내는 데는 실패했다.

이날 논의에서 특위는 정부와 사용자 쪽이 제기한 이른바 ‘개방조항’(통상임금 개념에서 빠지는 각종 수당 항목을 노사 합의로 정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은 도입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노동시간 단축과 통상임금 범위 설정, 정년 연장에 따른 대책 등 이른바 ‘3대 쟁점’은 물론 비정규직 대책을 포함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대책과 관련한 이견을 해소하지 못했다.

특히 한국노총이 전날 논의 의제에서 빼지 않으면 더는 협상을 진행할 수 없다고 내세운 이른바 ‘5대 불가사항’에 대해 정부와 사용자 쪽이 계속 논의에 포함하자고 요구해 협상이 난항을 거듭했다. 5대 불가사항은 △일반해고 요건 완화 추진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기간제 노동자 기간제한 2년에서 4년으로 연장 △파견노동 확대 △임금체계 개편이다. 한국노총은 이 5가지 항목이 노동자의 불안정성을 크게 확대하리라고 우려한다.

반면 사용자 쪽은 정리해고 요건 강화 등 노동유연성을 강화하는 대책을 주문하며 맞불을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논의의 분수령은 오후 2시부터 열린 한국노총의 중앙집행위원회 회의였다. 그동안의 논의 경과를 보고한 자리에서 결정되는 한국노총의 방향 설정에 따라 노사정위 논의의 물줄기도 바뀔 수 있어서다. 결국 한국노총 중앙집행위원회는 “5대 불가사항의 철회 없이 합의는 불가하다. 다만 노사정 논의는 계속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노사정 합의에 반대하는 노동계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다. 양대노총의 금속·화학·고무 등 관련 노조·연맹이 노사정위 논의 중단을 요구한 데 이어 이날에는 한국노총 소속 공공노련·공공연맹·금융노조, 민주노총의 공공운수노조와 보건의료노조가 모인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조’가 오전 11시 노사정위 사무실이 있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사정 합의 중단을 요구했다. 민주노총도 이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과 문화제를 열어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편 중단을 요구한 데 이어 서울 정동 사무실에서 비상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노사정위 논의 상황에 따른 총파업 등 투쟁 계획을 논의했다.

노사정위 주변에서는 시한을 넘기더라도 일부 쟁점에 대한 합의와 포괄적인 선언을 담은 수준의 합의문이 나오리란 예상이 나온다. 6월에 임기가 끝나는 김대환 위원장은 3월31일까지 합의안이 나오지 않으면 중도 사퇴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라, 1일 김 위원장의 거취 표명에도 눈귀가 쏠린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이날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소득분배 개선치 등을 고려한 내년 최저임금을 심의해달라는 요청 공문을 최저임금위원회에 보냈다. 위원회가 심의한 결과를 6월 말까지 결정해 통고하면 고용부 장관은 8월5일까지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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