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해고 위한 초석? 노동연구원 인사관리 자료 발표 논란
쉬운해고 위한 초석? 노동연구원 인사관리 자료 발표 논란
  • 이준영
  • 승인 2015.08.03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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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소싱타임스]정부가 하반기 노동시장구조개혁 과제로 고용유연화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이 저성과자를 대상으로 한 합리적인 인사관리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해 논란이 예상된다.

2일 노동연구원은 ‘직무능력사회 정착을 위한 핵심적 과제로서 공정한 인사평가에 기초한 합리적인 인사관리’라는 자료를 냈다.

여기에는 기업이 성과 향상 프로그램(PIP·Performance Improvemenet Program)을 적용해 직무능력이나 실적이 뒤떨어진 근로자를 해고 조치한 실제 사례가 담겼다.

A씨는 1986년 입사해 2006년부터 영업본부 차장으로 고객 상담업무를 맡았으나, 2006∼2008년 인사평가에서 매년 최하위등급을 받았다. 이에 사측은 A씨를 직무능력 부진자 등의 능력 향상을 위한 ‘역량향상프로그램’ 대상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A씨는 프로그램에 성실하게 참여하지 않아 재교육 대상자 중 성적 최하위를 기록했다. 2010년 2월 사측은 그를 해고했고, A씨가 낸 부당해고 구제신청은 중앙노동위원회와 대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근로자 B씨는 2011∼2013년 인사평가에서 매우 낮은 고과를 받아 지난해 역량향상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프로그램을 마친 B씨는 현업에 복귀했으나, 작년 인사평가에서도 최하위등급을 받아 대기발령 후 해고됐다. B씨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으나, 위원회는 사측이 역량 향상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 등을 들어 해고의 정당성을 인정했다.

연구원은 “직무부진은 그 자체로 해고사유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에게 직무부진을 개선 기회가 보장됐음에도 이에 대한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점을 판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며 “정부는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인사관리모델 등을 적극적으로 발굴, 홍보해 우리 사회에 공정한 평가에 의한 합리적 인사관리모델을 정착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PIP는 저성과자 직원의 성과 향상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퇴직을 강요하고 구조조정을 우회하는 수단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노동계는 노동연구원의 이번 자료를 정부의 ‘쉬운해고’ 공론화 시도로 봤다.

이정식 한국노총 사무처장은 “△합리적이고 투명하며 민주적인 소유 및 지배구조의 확립 △노동기본권의 보장에 의한 노동자의 집단적 목소리 대변 및 경영견제 구조의 확립 △노동위원회 및 사법 기관의 전문성과 자본과 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이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 등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PIP는) 형식적 합리성과 내용상의 미사여구에도 자본에 의한 광범위한 인사 및 경영권의 재랑권 인정의 법리로 노동자의 쉬운 해고를 정당화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성식 민주노총 대변인도 “일반해고 도입을 앞두고 명분축적을 위한 의도가 있는 것 같다”며 “이같은 시도가 반복된다면 앞으로 규탄, 저지 투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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