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세 이상 자영업자 42%, “150만원 주면 취업하겠다”
[아웃소싱타임스]만 55세 이상 장년층에 대한 파견 규제만 완화해도 영세자영업자 9만명에게 새 일자리를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파견법 개정으로 중소기업 인력난과 지나치게 많아진 자영업자 문제를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한국경제연구원의 ‘고령자 파견 허용과 영세 자영업자 과밀화 완화 가능성’ 연구 결과에 따르면 55세 이상 자영업자 6만1000여명과 퇴직을 앞둔 임금근로자 6만여명이 자영업 대신 재취업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년층 파견 규제를 풀 때 새로 생기는 일자리는 최대 9만개로, 이 일자리를 영세자영업자와 예비자영업자가 메울 것이라는 얘기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연구실장은 “최근 자영업으로 전환한 장년층의 49.4%는 비자발적으로 자영업을 선택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들의 월평균 수익이 150만원 안팎임을 고려하면 파견 일자리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 파견법은 컴퓨터·사무보조·디자이너·건물청소 등 32개 업무에만 최장 2년간 허용하고 있다. 55세 이상 근로자는 2년을 초과해 파견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하지만 장년층도 파견허용 업무는 32개로 묶여 있는 데다 대부분 컴퓨터 관련 전문가, 작가, 디자이너 등 장년층에는 부적합한 업무다. 이런 탓에 파견이 허용되는 업무에 종사하는 55세 이상 근로자(87만4000여명) 중 파견 근로자 비중은 0.79%(6883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파견 허용 업무에서 일하는 전체 근로자(470만여명)를 기준으로 해도 파견 근로자는 1.33%(6만3000여명)에 불과하다고 연구원은 내다봤다. 원활한 인력 수급을 목적으로 도입한 파견법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정부가 지난 2년여간 ‘중장년 일자리법’이라며 파견법 개정을 추진한 이유이기도 하다. 파견법 개정안은 32개 업무 외에 금형·주조 등 뿌리산업에도 파견을 허용하고 55세 이상 근로자와 소득상위 25% 이상 전문직은 파견 규제를 없애자는 게 골자다.
파견 규제를 완화하면 중소기업의 고질적인 인력난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근로자 300명 미만 중소기업의 인력부족률은 2.7%(23만여명)로 대기업(1%)에 비해 심각한 수준이다.
전체 업종 가운데 파견이 허용되는 업종 비중이 35.1%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300명 미만 중소기업 부족인력 15만여명(64.9%)은 파견 불허 업종에서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전체 부족인력의 60%인 9만여명이 파견 규제 완화로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승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관리본부장도 2006년 ‘파견허용 업종 연구’에서 파견 근로 허용으로 늘어난 일자리 가운데 13%는 상용직으로, 27%는 임시 일용직으로, 60%는 신규 일자리로 대체된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파견 규제 완화가 자영업 과밀화 문제를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는 근거도 제시됐다. 지난해 기준 국내 자영업자는 670만명으로 전체 취업자(자영업 포함 일자리를 갖고 있는 사람) 중 25.9%다. 이 중 287만7000여명(42.1%)이 55세 이상이다.
전체 취업자의 절반에 육박하는 자영업자 비중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상당수가 다른 선택의 여지 없이 창업을 하게 된 비자발적 자영업자라는 점이다. 지난해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55세 이상 자영업자 중 절반(49.4%)이 비자발적 자영업자였다. 55세 미만 창업자(27.7%)의 두 배 수준이다.
55세 이상 자영업자들의 수입은 파견 근로자의 평균 수입에도 못 미치고 있다. 자영업자의 평균 월수입은 187만원(2013년 기준)이었다. 50대는 180만원, 60대는 135만원으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평균 수입은 낮았다. 이렇다 보니 자영업자의 1년 생존율은 58.3%, 5년 생존율은 28.1%에 불과하다.
우광호 한경연 노동시장연구TF 부연구위원은 “유지가 어렵다 보니 55세 이상 자영업자 중 ‘정리하고 취업하고 싶다’는 사람이 6만1000여명에 달했다”며 “여기에 연평균 23만명의 퇴직인력 중 재취업을 희망한다는 6만여명을 더하면 약 12만명을 중소기업 파견 일자리로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영세 자영업자를 파견 근로자로 흡수할 만한 임금 유인 효과도 제시됐다. 변양규 한경연 거시연구실장은 “55세 이상 자영업자의 42%가 취업 시 월 150만~300만원의 보수를 희망한다는 조사 결과를 감안하면 월평균 158만원의 임금을 받는 파견 근로자로 전환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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