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회사 그만두면 내일 뭐하지?]4-직장생활도 일생이 있다.
[여보! 회사 그만두면 내일 뭐하지?]4-직장생활도 일생이 있다.
  • 이효상
  • 승인 2017.04.05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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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직장 생활을 잘 했을까? 다시 기회가 온다면 직장생활을 할까?
10년 이상 직장생활을 하면 뇌의 구조가 직장인 스타일로 굳어진다고 하는데 직장생활은 절대 하지 말까?

대학을 1985년도에 입학해서 85학번이라고 한다. 이때만 해도 대학을 진학하는 수가 사회로 진출하는 수보다 많이 적었다. 필자도 85학번으로 대학시절을 보내며 역사책에서 언급하는 몇 가지의 사건들과 마주하였다.

'87항쟁'의 시작을 알리는 86년부터 극렬했던 데모로 군 입대를 앞둔 학생들에게 공부의 중요성을 가볍게 만들어 주었다. 87년 입대 후 88서울 올림픽 준비와 개최를 군 생활과 함께 보내고 예비역이라 불리는 복학생으로 남은 대학생활을 이어갔지만 극심한 학내 투쟁으로 대학교 3학년 2학기는 거의 수업을 받지 못하고 4학년을 시작하였다. 4학년 1학기가 지나자 어느덧 친구들 일부는 취업하고 1학기 종료시점에는 상당히 많은 동기들이 취업을 확정하였다.

이렇듯 우리 세대는 지금 대학생들보다 공부를 조금 덜한 것 같지만 그래도 졸업 전 대부분 취업을 하여 4학년 2학기 수업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필자 또한 이렇게 하여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직장 생활하면서 운 좋게 회사가 나날이 성장하였고 나 또한 같이 발전하여 그 성과를 함께 나누고 조직에서도 빨리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름대로 열심히 생활하여 누구보다 많은 성장의 혜택을 누린 것 같다.

이 당시에는 내가 잘나서, 내가 일을 잘 해서 등 스스로 자만을 마음 깊은 곳에 간직해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회사가 순식간에 내리막길을 걸어 천명 단위의 구조조정을 몇 번 하고 나니 조만간 그만둘 때가 된 것을 자주 느꼈다. 선배, 상사들, 주변 동료들, 같이 근무하던 팀장들이 대부분 회사를 떠나고 선임이 되어 후배들과 같이 일할 때는 항상 다음 차례의 주인임을 공언하면서도 퇴직 이후를 대비하는 준비는 그다지 한 것이 없었다.

누구나 퇴직을 생각하고 이후를 고민하지만 진정 퇴직이후를 준비하는 직장인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이에 대한 대답은 퇴직한 중장년층들이 누구보다도 더 잘 알 것이라 생각한다.

20년간 한 회사를 다니며 몇 번 퇴사를 고민한 적은 있지만 막상 스스로 결정한 것이 아닌 퇴사를 하니 복잡한 그 마음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그나마 강의를 하여 회사를 그만두고 강의를 계속할 수 있어 당장 실업자, 백수라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다소나마 여유롭게 생활하였다. 퇴사 후 몇 개월간 회사에서 급여를 지급하기 때문에 더 더욱 퇴사에 대한 불안감을 실감하지 못하고 생활하였다.

퇴직 후 몇 개월간 강의하고 친구들, 같이 퇴직한 동료들을 만나고 여행도 다니고 나니 20년간 틀에 박힌 생활이 그리워지고 순간 순간 불안감이 생겨 헤드헌팅회사를 운영하는 후배를 만나 최근의 채용동향 등 채용정보를 알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후배가 하는 말이 다소 충격적 이였다.

후배 말의 요지는 한 회사에서 20년간 근무하기보다 2내지 3회 정도 이직하며 가치를 향상시키는 것이 보다 유리하다는 것이었다.

보수적인 사고방식으로 볼 때 한 회사에서 장기 근속하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이라고 판단하였지만 한 회사에서 만 근무하면 업무스타일, 기업문화 등 편향될 수 있으며 승진, 처우 등 직장인에게 유리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헤드헌터의 도움으로 상장회사 인사팀장으로 지원하여 면접도 보았다.

대학에서, 전경련에서, 협회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 중장년층, 취업을 지도하는 컨설턴트, 인력을 채용하는 기업체 인사담당자들에게 채용에 관한 수많은 강의와 컨설팅을 하였지만 직접 이력서를 작성한 것은 대학을 졸업하고 20년 이후 이때가 처음 이였다.
막상 이력서, 자기소개서, 경력기술서를 작성하려니 다른 사람들이 작성하는 스타일을 참고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면접은 어떠한가?

회사에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면접을 진행하였지만 막상 피면접자의 입장으로 돌아오니 이 또한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솔직히 몇 개월간 자유로운 생활을 하다 재취업을 할 생각을 하니 적극적인 마음이 살아져 “반드시 취업해야 겠다”는 의지는 별로 없었으나 추천해준 헤드헌터에 대한 마음과 내가 회사에 쓸 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확인하고자 면접에 응시했다.

신입사원 지원할 때부터 면접은 항상 자신 있었다.

많은 면접에서 지원자를 평가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감과 진정성만 머리에 새기면 큰 어려움 없을 것이라는 확신으로 면접에 응시하였고 그 결과 합격했다는 연락이 왔지만 면접이후 재취업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사라져 연봉을 전 회사보다 더 많은 금액을 제시하였다.
실제 전회사의 연봉 수준은 우리나라 대기업 중 상급에 해당된다.

연봉 불일치면 채용하는 회사나, 지원하는 지원자나 둘 다 서로 충분한 명분을 가지고 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외로 회사에서 요구한 연봉을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지원한 회사에 근무하려면 이사도 해야 하고, 집사람 일, 애들 교육 등 등 여러 가지를 정리해야 하는 문제가 있고 더 이상 직장생활을 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지 않아 애들 교육상(이때 유학계획으로) 입사하기 어렵다고 정중하게 거절하였다. 이 사실을 와이프가 알면 재취업하라고 할 것 같아 애초에 알리지 않았지만 나중에 수입이 부족할 때는 그때를 후회하기도 했다.

이 후 작은 회사지만 창업하여 6년간 열심히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 재취업이 필요한 중장년층 취업을 도와주고 파견회사를 경영하며 지금까지 회사의 HR경력을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 중장년층 직장인이라면 필자와 비슷한 과정을 거처 지금의 자리에 서 있을 것이다. 중장년층중 지금도 창업을 준비하거나 창업한 사업을 위해 고민하고 재취업을 위해 열심히 무엇인가를 배우고, 취업정보를 찾고, 취업에 필요한 과정을 준비하며 하루를 아낌없이 쓰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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