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의 CEO 컬럼]죽일면장(面長) 이야기
[전대길의 CEO 컬럼]죽일면장(面長) 이야기
  • 김민수
  • 승인 2017.05.1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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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想像)하다’는 '실재하지 않는 것을 생각해 보다'란 뜻인데 실제 코끼리(象)에서 유래되었다. '상상(想像)하다'의 '상상'은 ‘생각할 상(想)’과 ‘코끼리 상(象)’이다. 코끼리를 생각하는 뜻의 ‘상상하다’이다.


고대 중국의 황하(黃河)유역인 허난(河南省)에는 코끼리가 많이 서식했다 한다. 그런데 이 지역의 기온이 낮아지면서 코끼리들은 따뜻한 남쪽으로 점차 이동했는데 그 후, 허난(河南省) 사람들은 코끼리 뼈의 흔적들을 보고 코끼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얼마나 컸을 지를 생각했다고 한다.

이에 ‘상상(想像)’은 허난 지방의 중국인들이 코끼리를 생각하며 나왔다는 게 그 유래(由來)이다.


‘캐논(cannon)’이란 카메라 상표도 유명하다.

그런데 못 사람들은 이 상표가 ‘대포(Cannon)’에서 따 온 줄로만 짐작한다. 그러나 ‘관음(觀音/관세음보살의 약칭)’에서 유래되었다는 진실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캐논은 히브리어로 ^정확성ㆍ규칙^을 뜻하는 말이다. 그래서 진짜 좋은 카메라라임을 연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관음(觀音)을 일본어로 읽으면 ‘칸농(かんのん)’, 영어로 표기하면 ‘Cannon’이 된다.

관음(관세음보살)은 불교에서 ‘소리를 듣고 눈으로 모든 것을 다 보아 중생의 고통을 알아주는 보살’이다.

대중적 이미지가 좋은 보살을 가리킨다. 뿐만 아니라 캐논이라고 하면 미국의 유명관광지인 그랜드 캐년(Grand-Canyon)의 프랑스어 표기법과 같다. 아름답고 깊은 협곡(峽谷)의 이미지를 갖춘 카메라 렌즈의 초점이기도 하니 안성맞춤의 이름이다.

‘정로환(正露丸)’은 배탈, 물갈이, 설사병 등에 잘 듣는 약의 보통명사이다.일본 제국주의가 한창 팽창하던 1903년에 만주지역에 파병된 일본군의 설사병을 막으려고 제조된 일종의 지사제(止瀉劑)이다.

일본 육군군의학교 도츠가가 교관이 ‘크레오소프트劑’가 디푸스菌‘에 대해 탁월한 억제효과가 있음을 발견하여 다이코약품에서 그 약을 만들었다.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뒤 정복하다는 뜻의 ‘정(征)‘자와 러시아라는 뜻의 ’로(露)‘자, 환약의 ’환(丸)‘자를 붙여 러시아를 정복한 ’정로환(征露丸)‘이란 약(藥)이 되었다.

러일전쟁과 제2차 세계대전 직후에 일본은 국제적 신의상(信義上)이란 이유로 정복하다의 ‘정(征)’자를 바를 ‘정(正)’자로 고쳐 쓰도록 일본의 모든 제약회사에 명령했지만 일본의약품회사만은 여전히 ‘정로환(征露丸)’을 고집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자체기술로 개발된 D제약의 정로환(正露丸)도 그 약이다.

역사를 왜곡(歪曲)하고 독도를 호시탐탐 노리는 나쁜 일본을 정복하기 위해서 우리는 ‘정로환(正露丸)’이란 이름을 ‘정일환(征日丸)’으로 바꾸면 어떨까? 그 밖에도 북한을 정복하자는 ‘정북환(征北丸)’과 중화사상을 정복하자는 뜻의 ‘정중환(征中丸)’이란 약품명으로 바꾸어 보면 어떨까?

‘신토불이(身土不二)’란 1989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타결 이후에 한호선 농협중앙회장이 일본에서 들여와 퍼트린 말이다.

1990년에는 가수 배일호가 부른 ‘신토불이‘란 노래로 유명해졌다.
그 당시 서대문 농협중앙회 건물 외벽에 ‘신토불이(身土不二)’란 대형 현수막을 보고 경총 노사대책부장으로 일하던 필자는 ‘노사불이(勞使不二)’란 신조어를 만들어 노사현장(勞使現場)에 전파한 바 있다.

우리나라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신토불이(身土不二)’는 ‘몸과 땅은 둘이 아니고 하나라는 뜻으로 자기가 사는 땅에서 산출한 농산물이라야 체질에 잘 맞음을 이르는 말’이라고 기술하고 있다.그리고 1907년 이시즈카(石塚) 일본 육군의 약제감이 식양회(食養會)를 만들면서 처음 사용한 말이란다.

중국 원나라(13세기) 때 보도법사가 펴낸 “노산연종보감(蘆山蓮宗寶鑑)”에서 ‘몸과 흙은 본래 두가지 모습이 아니다‘란 뜻의 ‘신토본래무이상(身土本來無二像)’이란 글귀를 기초로 삼아 농협은 민중서림의 엣센스 국어사전 1375쪽에 ‘신토불이(身土不二)’를 올렸다고 한다.

‘신토불이(身土不二)’란 한자(漢字)를 고집하지 말고 우리 말로 “우리 몸엔 우리 땅에서 난 것”, “우리 몸엔 우리 땅 농산물”이라고 쓰면 어린이들도 쉽게 이해할 것이다. 우리말의 70% 정도가 중국의 한자에서 영향을 밥은 게 사실이지만 굳이 한자(漢字)를 써야만 할까?

우리나라 지명(地名)에 관해서도 재미난 이야기가 많지만 그 중에서도 ‘죽일면장’, 죽일면 사람들‘의 일화(逸話)는 참으로 독특하다.

중부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의 호법분기점(Junction)을 지나 안성시 일죽 나들목(IC)을 지날 때엔 100년 전 죽일면장의 얼굴이 떠오른다.지금의 안성시 ‘일죽면’은 옛 날에는 ‘죽일면’이었다.

조선 태종13년(1413년), 안성군(安城郡)은 충청도에서 경기도로 편입되었다. 안성유기그릇에서 유래한 ‘안성맞춤’과 풍물놀이 ‘바우덕이’로 유명한 안성시(安城市)는 공도읍, 보개면, 금광면, 서운면, 미양면, 대덕면, 양성면, 원곡면, 고삼면과 일죽면, 죽산면, 삼죽면 등으로 이루어진 인구 18만명(2016년말 기준)의 도시이다.

조선시대에 죽산군 북일면의 6개 동리를 관할해 오던 일죽면을 1910년 한일합방 후 1914년 3월1일, 조선총독부령(제111호)에 의거 북일면, 북이면, 남일면, 남이면과 제초면의 극동리, 능동리와 음죽군(陰竹郡) 서면의 조목동 일부 등 5개면을 군면병합하여 일제(日帝)는 안성군 죽일면에 편입한다. 조선을 지명찬탈(地名簒奪)한 사례 중 하나다.


그런데 죽일면이란 지명(地名)이 어이가 없고 기(氣)가 찰 노릇이다.
안성군 면장회의 때마다 “죽일면장 이야기하라”, “죽일면 사람들은 어떤가?”라는 이야기가 터져 나오곤 하니 ‘살 면장’이라면 몰라도 ‘죽일 면장’이라니 죽일면장과 죽일면 사람들은 ‘그 얼마나 분통이 터졌을까?


3.1독립운동이 일어나기 2년 전인 1917년에 지명개명(地名改名)을 위한 행정소송에서 승소한 ‘죽일면장, 죽이면장, 죽삼면장‘은 고민 끝에 그 해 6월1일자로 “죽일면을 일죽면(一竹面)으로, 죽이면을 이죽면(二竹面)으로, 죽삼면을 삼죽면(三竹面)”으로 두 글자로 된 면(面) 이름을 앞뒤 맞바꾸어 개명(改名)했다. 지금으로부터 꼭 100년 전에 실제 있었던 실화(實話)다.

그런데 우리말로 ‘비아냥거리다, 이기죽거리다’는 의미가 담긴 ‘이죽면’이란 지명(地名)을 1992년에 이죽면민들은 “죽삼면(竹三面)으로 다시 바꾸었다. 이런 재미난 이야기가 있었음을 세상에 알리고자 호기심이 발동한 게 사실이다.

따라서 인명(人名), 지명(地名)이나 상품명(商品名)과 일상 생활용어의 작명(作名)은 우리 모두에게 쉽지 않고 어렵지만 중차대(重且大)한 일이다.

최근에 대한민국 문재인 신임 대통령께서 인천국제공항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非正規職) 10,000명의 근로자들을 한꺼번에 정규직(正規職)화한다는 뉴스를 보고 노동용어의 뉴앙스(Nuance)로 인한 오해의 소지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규직, 비정규직이란 용어는 양극화의 심화(深化)와 국민통합을 바라지 않는 이들이 조어(造語)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비정규직(非正規職)’이란 노동용어는 바람직한 말이 아니다. ‘한정근로계약직(限定勤勞契約職)’으로 쓰는 게 옳다.

우리 사회는 청소원을 ‘미화원’이나 ‘여사님’으로 목욕탕의 때밀이를
‘세신관리사(洗身管理士)’로 운전기사를 ‘기사님(技士님)’으로 부르고 있지 않는가? ‘공원(工員)’이란 말도 ‘현장사원’으로 쓴지 오래이다.

끝으로 “높이 올라 우리의 미래를 멀리 바라보자!”

실업자(失業者)란 말을 ‘구업자(求業者)’로, 고용지원센터를 ‘취업지원센터’로 바꾸어 쓰자. ‘고용노동부’란 이름도 R노동부장관이 취임 전에 필자가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용어로 바꾸어 쓰자고 건의한 적이 있다.

잘못된 용어부터 바로 잡는 게 적폐척결(積幣剔抉)의 첫 걸음이다.
지금부터 바른 말, 고은 말, 적합한 말을 쓰자는 캠패인을 펼치자.
우리 후손들을 위해서 말이다.

전 대 길
(주)동양EMS 사장,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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