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훈 소장의 세상사는 이야기] 삶의 여백과 여유
[최승훈 소장의 세상사는 이야기] 삶의 여백과 여유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3.09.07 0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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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훈
•한국생애설계포럼 대표
•한국생애설계연구소장

최근 삶의 질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왕 인생을 사는 김에 만족스럽게 살아보자는 것이다. 즉 전반적인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경제적인 풍요가 만들어지면서, 보다 더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에 대한 관심이 점차 증대되어 가고 있다. 

다른 사람이 객관적으로 삶의 질을 평가하는 것 보다, 즉 국가, 사회, 조직 등이 구성원에게 무엇을 제공해 주고 있는 것보다는, 자신의 삶에 대한 주관적인 만족도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즉 제3 자의 입장에서 평가되는 삶보다는 각자 스스로가 얼마나 자신의 삶이 만족스럽다고 지각하고 있는지가 큰 관심의 초점이 되고 이것이 삶에 대한 평가의 준거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 중독증에 사로잡혀 있는 경향이 크다. 일 중독증(中毒症)은 생활의 양식이어야 할 직업에 사생활을 희생해 일만 하는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영어로 워커홀릭(Workaholic)이 라고 한다. 말 그대로 일 중독자나 업무중독자들을 일컫는다. 

미국의 경제학자 ‘W. 오츠’는 그의 저서 <워커홀릭>에서 현대 산업사회에서 자신의 모든 가치 기준을 일에 두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면서 이러한 일(업무) 제일주의는 단순히 성격적인 성향이 아니라 일종의 병이라고 규정하였다. 

사람이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 기쁨, 즐거움, 보람, 행복을 느끼면서 살아도 인생은 짧은 것인데, 불안 불만 두려움 스트레스 등을 받으면서 살아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아름답고 여유로며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워라밸’이 이 시대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데 ‘워크 앤드 라이프 밸런스(Work and life balance)’의 줄임말로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크 라이프 밸런스(Work-life balance)’에서 온 말이다. 

돈보다는 삶의 질을 우선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워라밸’을 직장이나 일의 선택기준으로 삼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마음의 여백이 없는 삭막한 사람일수록 자신이 잘난 줄 착각하고 용서와 화해에 인색하게 된다. 

‘워라밸’ 실현을 위해서는 과도한 일 탓에 삶의 균형이 깨진 우리에게 휴식과 여가활동을 통하여 오히려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고 개인과 가정의 화합을 도모하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일 중독의 사회가 된지가 오래되었다. 2018년 코트라(KOTRA.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아세안 지역을 대상으로 동아시아 3국의 이미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한국’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 1위로 ‘워커홀릭(Workaholic)’이 선정되었다고 발표했다. 

또 2019년에 KDI 경제정보센터가 ‘OECD 회원국별 행복지수 순위’(2018~2020년 기준)를 분석한 결과, 한국인의 연간 근로시간은 1천967시간(2019년 기준)이었다. 이는 OECD 회원국 중 멕시코(2천137시간) 다음으로 긴 시간이었다. 이에 따라 건강의 상실이나 심지어 과로사나 과로 자살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기도 한다.

대 다수의 사람들이 자기 자신이 일 중독자라고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일 중독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가치있고 보람있는 인생을 가꾸려면 새로운 변화와 혁신의 마인드를 업그레이드하여 행복한 삶을 구상하고 실천하는데 소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마치 작은 글씨가 빼곡하게 들어찬 책과 같이 인생을 여백이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하루 동안에도 눈부신 푸른 하늘과 창밖을 한 번 바라볼 수 있는 여유도 없이, 죽기 아니면 까무라치기 처럼 '인생은 전쟁'이라는 식으로 살아가는 것이 일상처럼 되어버린 것이 안타깝고 애잔스럽다. 

돈이 없어도 여백이 있는 사람이 있고, 돈이 있어도 여백이 없는 사람이 있다. 마음의 너그러움이 없이 자기 성찰이 없는 냉혈한이 되어 오직 돈만 보면 눈이 돌아가는 사람은 삶의 여백을 잃은 사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날카로워진 신경으로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참지 못하고, 반응하거나 자신의 내면의 마음을 다스리는 책 한 페이지도 읽지 않은 사람은 삶의 여백이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열심히 살아가는 어떤 맞벌이 부부가 있었다. 억척같이 벌어서 중심지에 이름값 하는 아파트도 마련했다. 집안 인테리어도 아주 근사하게 꾸며 놓았다. 거기에다 고급 음향기기에 80인치 화질 좋은 텔레비전과 고급 커피머신도 설치하고. 거실도 아주 쾌적하고 아름답게 만들었다. 

그러나 더 벌어야 미래가 보장된다는 믿음 때문인지 두 부부는 삶의 여유를 망각하고 비즈니스에 더욱 몰입했다. 이른 새벽에 집을 나서고 늦은 밤에 귀가하면 잠자리 들기가 일상이되어 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이른 아침 출장을 가다가 잊은 서류가 있어 차를 돌려 집으로 갔는데 도우미 아줌마가 ‘커피머신’에서 커피를 뽑아 안락한 소파에 기대어 음악을 즐기는 모습을 발견하고,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 버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이야기를 상상하며 실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이왕에 더 열심히 벌어 행복한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이른 새벽에 출근하던 어느 날, 아침 식사할 시간이 없어 아내가 챙겨준 샌드위치를 출근하던 승용차 안에서 먹다가 미처 신호등을 확인하지 못해서 앞차와 크게 충돌하는 바람에 목숨을 잃고 말았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커다란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여유 없고 여백이 없는 삶이 얼마나 허망한지 한숨이 절로 나온다.

반면에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하다가 퇴직을 한 시니어들이 갑자기 늘어난 여유 시간 앞에 마음의 여백을 찾기보다 당황하고 혼란해진 상황을 수습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퇴직 후 휴식과 여유를 찾아 행복한 노후를 기대했는데 눈앞에 닥쳐온, 여유 시간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또 다른 벽에 부디 치기도 한다. 

여유 시간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노년기의 적응과 삶의 만족도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지만, 특별히 하는 일 없이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게 됨으로써 고독, 소외, 허무감, 만성적 무료함 등 더 나아가 삶에 대해서 우울증을 느끼게 될 가능성이 증대된다. 

젊었을 때는 할 일들이 많았기 때문에 소극적인 여가활동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겠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둘씩 줄어들면 그제서야 여가활동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하게 된다. 여가활동이 삶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너무 늦게 깨달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행복한 노후생활에 꼭 뒤따라야 하는 것이 좋은 취미를 갖는 것인데, 취미생활은 삶의 질을 결정할 만큼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직장생활을 통해 자아실현을 하려는 사람이 많아서 취미가 곧 일인 사람이 흔하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했다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적지 않다. 

노후생활을 잘한다는 것에는 할 일 없이 남아도는 시간을 자신과 남을 위해서 봉사하면서 보낼 수 있는 여유를 갖는 것도 포함된다. 이렇게 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그중에서 신앙 또는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으로. 교회, 성당, 사찰 등에는 봉사할 일이 많다. 

봉사활동을 하게 되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고, 시간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으며, 관계의 폭도 넓힐 수 있다. 게다가 식사도 해결되고. 정신도 맑아지게 된다. 

성경이나 불교의 경전은 삶의 지혜를 담고 있는 베스트 명저로 성현의 삶의 지혜가 담겨 있는 글을 매일 읽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음도 기억하면 좋겠다.

최승훈
•한국생애설계포럼 대표
•한국생애설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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