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훈 소장의 세상사는 이야기] 도전과 응전(청어와 메기)
[최승훈 소장의 세상사는 이야기] 도전과 응전(청어와 메기)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3.10.19 0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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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훈
•한국능률협회 전문위원
•연세대학교 외래교수
•한국생애설계포럼 대표

"인류의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역사"라는 명언을 남긴 영국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자신의 역사 이론인 '도전과 응전'을 설명할 때 청어 이야기를 자주 인용했다고 한다. 영국인들이 청어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훈제청어는 영국인을 가리키는 속어로 사용될 정도라고 한다. 

18세기 영국의 어부들은 동쪽 해안과 노르웨이 사이에 있는 북해나 베링해협 같은 바다가 멀었기에 싱싱한 청어를 먹기가 어려웠다. 런던의 어부들은 북해에서 잡은 청어를 싱싱하게 살려서 런던항까지 실어 오는 것이 큰 숙제였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청어도 뱃멀미를 하는지 런던에 도착하기도 전에 지쳐 죽는 것이었다. 어부들은 어쩔 수 없이 팔팔한 청어 대신 냉동한 청어를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살아있는 청어를 잡아 온다면, 냉동청어에 비해 2배 이상의 비싼 값에 팔 수 있었다. 

그런데 어떤 한 사람의 어부는 다른 어부와 달리 살아있는 청어를 부둣가에 내렸고 사람들은 거기로 다 몰려가는 것이었다. 살아있는 청어를 파는 그 어부는 냉동청어보다 두 세배 높은 가격에 팔아서 쏠쏠한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그런 일이 반복되자 다른 어부들은 그를 유심히 살펴보았지만 특별한 것은 없는 것 같았다. 어부들은 그의 환심을 사기 위해 밥도 사고 술도 사며 무슨 비결이 있는지 하소연 조로 묻고 또 물었다.

끈질긴 설득 끝에 그 어부는 “수조에 메기를 몇 마리 잡아넣으세요.” 메기는 청어의 천적인데 도대체 메기한테 청어를 잡아먹게 두라고 하다니, 어부들이 웅성거렸지만, 그 어부는 빙그레 웃기만 할 뿐이었다. ​

그런데 다른 어부들도 갓 잡은 청어 무리에 메기를 넣어주자 메기는 청어 사이를 휘젓고 다녔다. 긴 여정이 끝나고 배가 항구에 도착하자 어부들은 깜짝 놀랐다.

청어들이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것이었다. 메기는 이미 청어 몇 마리는 잡아먹었고 나머지 청어들은 메기가 버티고 있어서 계속 긴장을 유지하며, 지속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그래서 다른 어부들도 살아있는 청어를 냉동 청어에 비해 두 배 이상 비싼 값에 팔아서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그때부터 살아있는 청어가 런던 수산 시장에 대량으로 공급되기 시작했다. 그 비결은 수조에 청어의 천적인 물메기 몇 마리를 함께 넣는 것이었다. 그러면 청어들은 메기에게 잡아 먹히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도망 다니게 된다, 그런 긴장이 청어를 살아있게 하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토인비’가 청어 이야기를 자주 인용한 것은 가혹하고 고통스러운 환경이 문명을 낳고 인류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었다는 자신의 역사 이론을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를 ‘청어의 법칙’ 또는 ‘메기의 법칙’이라고도 부른다. 

우리 조상들도 논에다 미꾸라지를 키우면서 메기 몇 마리를 논두렁에 풀어 놓아 토실토실한 미꾸라지를 키울 수 있었다. 이것이 청어나 미꾸라지가 생존하고 성장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인생을 살면서 장애와 난관을 당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고난을 피할 수 있는 사람 또한 아무도 없다. 인생에는 왜 장애와 고난이 많을까? ​우리가 인생에서 역경을 피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

장애와 고난은 인생을 흔들고 우리를 넘어지게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 장애와 고난이 우리의 생존력을 더욱 강하게 하고 성장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캐나다 북부 초원 지역에 사슴과 이리가 함께 살고 있었다. 천적인 이리 때문에 사슴의 개체 수가 빠르게 줄어들자 캐나다 주 정부에서는 이리 박멸 작전에 나서게 되었다. 이리들이 숨기 어려운 한겨울에 사냥총으로 대대적인 사냥을 했다고 한다. 

이리가 사라지자 숲에는 평화가 찾아왔고 사슴의 개체 수가 급격히 늘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사슴들의 번식력이 크게 떨어지고 병약해지면서 집단으로 병들어 죽어갔다. 천적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사람은 살면서 수많은 고난과 환란을 당하게 한다. 그때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미래는 달라진다. 같은 바람이라도 바람을 타고 자신을 널리 퍼트리는 꽃씨도 있지만 바람을 맞고 추락하는 낙엽도 있다. 

똑같은 물을 먹어도 뱀은 독을 만들고, 젖소는 우유를 만든다. 같은 환란 앞에서 어떤 사람은 시인이 되고 어떤 사람은 폐인이 된다. 같은 질병이지만 어떤 사람은 그 질병으로 원망하며 죽어가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새로운 도전으로 건강을 되찾기도 한다. 

‘아놀드 토인비’는 그의 저술인 '역사의 연구'에서 인류의 역사를 ‘도전(挑戰)과 응전(應戰)’의 과정으로 설명하고 있다. 외세의 도전에 효과적으로 응전했던 동물이 살아남았고, 인간이나 문명도 살아남았지만, 그렇지 못한 동물과 문명은 멸망하고 말았다. 

또한 도전이 없었던 민족이나 문화와 문명도 현실에 안주하다가 사라져 버렸다. 20년 동안 26개의 문명권의 등장과 쇠락하는 과정을 연구한 그는 문화와 문명을 일으킨 자연환경은 지나치게 좋고 안락한 환경이 아니라 대부분 가혹하고 처절한 환경이었다고 설명한다. 

고대 문명과 세계종교의 발상지가 모두 척박한 땅이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일례로 이집트 문명, 수메르 문명, 미노스 문명, 인도 문명, 안데스 문명, 중국 문명, 고조선의 홍산문명(紅山文明) 등을 들고 있다. 

외부의 도전인 시련을 감당하지 못한 민족은 사라졌지만, 그 시련을 이겨낸 민족은 더 강하게 일어섰다. 세계에서 가장 수난을 많이 받은 민족으로 유대 민족이 꼽힌다. 

로마 시대에는 로마인들의 식민지가 되어 수 많은 유대인들이 죽어갔으며, 결국 나라를 잃고 2천 년 동안 세계로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그들을 반기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기독교가 지배하던 중세 유럽에서 유대인들은 예수를 죽인 민족이라 하여 가혹한 핍박을 받았다. 히틀러 치하에서는 600만 명의 유대인들이 학살을 당했다. 그런 시련을 겪고 살아남은 민족이기에 그처럼 강한 민족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세계 인구의 0.3%에 불과한 그들이지만 30%가 넘는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으며 세계적 유명인사, 세계적인 부자의 절반 정도가 유대인이다. 지금 미국을 실질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도 유대인들이다. 

유대인들은 제1, 2차 세계대전을 치른 후 미국으로 몰려들었다. 척박했던 서부를 개척하고 동부를 성공적으로 일구어서 미국을 주름잡고 있다. 2천 년 동안 세계를 떠돌면서 어떤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는 DNA가 그들의 혈통 속에 형성된 것이다. 

시련이 닥쳐왔다면, 그것은 응전의 기회이며 도전의 씨앗이 되는 것이다. 최근에 다시 발발한 중동의 ‘하마스’와 ‘이스라엘’과 전쟁 시련을 그들은 잘 극복하리라 본다.

요즘의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 속의 삶도 녹녹하지 않은 다양한 문제를 노정(露呈) 시키고 있다. 

1955년 10월 유엔 ‘한국재건위원회(UNKRA)’에 참여한 ‘벤가릴 메논’이라는 인도의 위원이 전후 한국을 일주일 정도 시찰하고 후일담을 증언하며 “한국에서 경제 재건을 기대하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가 피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expecting democracy to bloom in Korea is like hoping for a rose bloom in a garbage can)”고 평가하여 우리를 서글프게 했다. 

한국전 최고의 영웅인 ‘맥아더’ 장군도 6. 25전쟁으로 망가진 이 나라를 복구하려면 최소 100년은 걸릴 거라고 했다. 그러나 우리 대한민국은 그때로부터 67여 년 만에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 되었고, 그것은 엄청나게 엄혹(嚴酷)하고 치열한 환경에 대한 도전과 응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요즘 같은 어려움은 결코 장애가 될 수 없다. 우리 모두 굳게 마음을 다잡고, 시련과 난관이라는 도전에 응전해 나가는 슬기와 저력을 발휘할 때이다. 다 함께 파이팅을 외쳐보자. 대한민국 파이팅!

최승훈 
 •한국능률협회 전문위원
 •연세대학교 외래교수
 •사이에듀 평생교육원 교수
 •한국 생애설계연구소 소장 
 •한국 생애설계포럼 대표(경영지도사, 평생교육사, 생애설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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