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럽, 회계기준 "갈등" 조짐
미-유럽, 회계기준 "갈등" 조짐
  • 승인 2003.08.30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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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이 2005년부터 적용될 새로운 국제회계기준의 수위를 완화할 움직
임을 보이자 미국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 자칫 심각한 갈등으로 비화
될 조짐이 일고 있다.

미국 회계기준을 만드는 재무회계기준심의위원회(FASB) 봅 헤르츠 위
원장은 2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이
파생상품에 대한 글로벌 회계기준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미국과 유
럽 회계기준의 상호 호환성이라는 장기 목표가 크게 손상될 수 있
다"고 말했다.

헤르츠 위원장은 2005년부터 유럽연합(EU)의 상장기업들이 파생상품
회계를 포함해 대폭 개정되는 새로운 회계기준을 사용하는 것이 미국
과 유럽 회계기준의 상호 호환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며 이같이 지적했
다.

유럽연합이 일부 국가의 반대와 은행들의 반발에 밀려 당초보다 완화
된 회계기준을 마련하거나 국제회계기준 개정에 실패할 경우 유럽의
회계를 미국에서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경고로 비쳐진다.

이로써 내년 초까지 파생상품에 대한 새로운 회계기준을 마련해야 하
는 유럽연합은 상당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은 2005년부터 모든 유럽 상장기업들에 강제 적용되는 새로
운 회계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이는 미국과 유럽이 최종적으로 단일
회계기준에 도달한다는 장기 목표 아래 추진되는 것으로 새로운 국제
회계기준(안)은 미국의 재무회계기준을 상당부분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유럽 회계기준(국제회계기준)을 만드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
(IASB)는 파생상품 회계기준 개정안에 대해 은행들의 반발이 수그러들
지 않자 최근 은행들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는 쪽으로 선회하는 태도
를 보였다.

헤르츠 위원장은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그리고 회계기준의 상호인
정이라는 문제에서 볼 때 2005년 도입되는 국제회계기준은 매우 중요
하다"며 "포괄적인 일련의 회계기준들이 필요하며 금융상품에 대한 회
계기준은 그중 매우 중요한 일부"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에서 미-유럽 회계 상호 인정이라는 모멘텀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유럽이 함께 노력하고 있다는 인식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럽연합이 파생상품 회계에 대한 글로벌 기준을 채택하는데 실패할
경우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호환성과 관련해 절대적으로 부정적"이
라고 말했다.

유럽의 IASB는 지난 21일 은행들의 반발에 밀려 결국 당초보다 크게
완화된 새로운 파생상품 회계기준안을 발표했다.

당초에는 파생상품거래에도 공정가액법(또는 시가법)을 엄격히 적용
해 헤지효과가 확실하다고 인정될만한 파생상품 거래에 대해서만 헤지
목적으로 인정해 위험회피회계를 적용하도록 할 예정이었으나 은행측
이 자산 또는 부채 가격의 변동성이 커지고 비용도 많이 든다며 반대
를 굽히지 않자 한 발 뒤로 물러났다.

은행들은 또한 새로운 회계기준이 엔론이나 월드컴 사례에서 보듯이
문제가 있다고 입증된 미국 회계기준에 근거해 마련돼 왔고 기준안대
로 통과될 경우 위험관리에 상당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FASB는 특히 IASB가 매크로 헤징(macro hedging)에 대해서도 헤지목적
으로 분류하는 것을 허용한 것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
로 보인다.

최근 IASB가 은행측에 양보한 것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특정한 개
별 자산이나부채에 대해 헤지하는 마이크로 헤징(micro hedging)과는
달리 매크로헤징은 현물 자산이나 부채의 포트폴리오 전체에 대해 헤
지하는 것을 말한다.

IASB는 당초 마이크로 헤징에 대해서는 위험회피 목적을 인정해 공정
가액위험회피 회계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매크로헤징의 경우에는
헤지효과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매매목적으로 분류, 시가법에 의한 이
익이나손실을 당기손익으로 보고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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