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물류기업 중국내 물류 점령
국내물류기업 중국내 물류 점령
  • 김상준
  • 승인 2006.10.09 12: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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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세울 때 가장 어려운 점은 첨단 장비를 안전하게 모셔오는 일이다. 반도체 제작용 스캐너 등은 작은 충격에도 바로 고장이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비를 운송해야 할 중국의 도로는 덜컹거리기 일쑤다. 더구나 중국 운송업체들은 계약된 차량을 비용이 싼 트럭으로 중간에 바꿔치기도 한다.

이 때문에 한국 제조업체가 진출한 중국에는 어김없이 한국 물류업체들이 들어간다. 현대택배의 현지법인 현대아륜은 하이닉스 우시공장 설립의 일등공신이다. 최대 난제였던 제조장비 운송 문제를 항온·항습·무진동 특수차량을 푸동공항 활주로까지 투입해 해결했다. 운송에만 그치지 않는다. 탄탄한 현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까다로운 통관을 척척 해결하기도 한다. 세관 관리들과의 ‘관시’(관계)를 잘 뚫어놓은 덕분이다.

한국 물류기업들이 중국에서 뛰고 있다. 씨제이GLS, 한진, 현대택배, 대한통운, 글로비스, 범한판토스, 한솔CSN 등이 그들이다. 최근 현지법인을 잇따라 설립하고 사업영역을 넓히면서 중국 진출 기업들의 든든한 도우미 역할을 맡고 있다. 이들의 역할은 제품 운송은 물론 상품분류, 통관업무, 재고관리까지 종합물류사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가장 활발한 기업은 씨제이GLS다. 지난해 5월 설립된 씨제이GLS 칭다오는 영업 1년여 만에 삼성SDI, 북경회원음료유한공사 등 30여개 중국과 한국 기업들을 고객으로 유치했다. 지난 8월에는 싱가포르 물류업체 어코드를 인수하고, 10개국 16개 법인을 총괄하는 ‘씨제이GLS 아시아’를 출범시켰다.

2003년 현대택배가 설립한 현대아륜은 현재 상하이 총공사와 베이징, 난징, 우시 등 15개 분공사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350억원이었던 매출이 올해 78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해운·항공의 복합운송 업무를 넘어서 통관, 육상운송, 택배사업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 3월 상하이에 한통물류유한공사를 설립한 대한통운은 지엠, 엘지-다우, 오웬스코닝, 삼성전자 등 중국진출 기업들이 한국, 일본 등으로 보내는 화물을 맡고 있다. 한진그룹의 육상운송 부문 계열사인 ㈜한진도 지난해 9월 칭다오 법인을 설립했다. 한진그룹은 9개 현지법인을 운영중인 한진해운, 지난달 중국 최대 물류회사인 시노트랜스와 항공화물합작사를 세운 대한항공과 함께 중국에 육·해·공 종합네트워크를 구축 중이다.

대형 택배업체들의 중국 진출은 국내 기업 지원뿐 아니라 새 수익원을 창출하려는 뜻이 숨어있다. 2004년 중국의 물류비 총액은 38조위안(4조5800억달러)이며, 해마다 20~30%씩 성장하고 있다. 중국은 기업부담 물류총원가가 국내총생산(GDP)의 20% 이상을 차지할 만큼 물류 후진국이지만 계열사 등에 맡기지 않고 외부에 위탁하는 ‘제3자물류’의 비중이 60%에 이를 정도로 매력적인 시장이다.

중국시장 진출은 택배업체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현대차의 물류 계열사인 글로비스는 지난해 7월 현지공장을 세운 현대차와 기아차를 겨냥해 베이징글로비스와 장쑤영창글로비스를 설립했다. 엘지전자 등의 물류를 책임지는 범한판토스는 칭다오·상하이 등 18개 거점을 운영하고 있다. 2004년 1260억원이었던 중국 관련 매출이 올해 2600억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글로비스와 범한판토스는 그룹 주력사 외에도 체리, 질리 등 중국 업체들을 고객으로 갖고 있다. 한솔의 물류 계열사인 한솔CSN도 노르스케, 삼성테스코 등의 중국 내 물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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