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만 하는 ‘농부’ 강첨지 이야기
회의만 하는 ‘농부’ 강첨지 이야기
  • 이효상
  • 승인 2012.10.29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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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경기도 어느 마을에 강첨지라는 사람이 논 몇 마지기를 가지고 농사를 짓고 살았다. 하지만 농사를 20년 넘게 지었음에도 강첨지네 소출은 다른 집의 반밖에 되지 않았고 시간이 갈 수록 더 나빠지기만 했다. 그러다 보니 강첨지나 머슴들은 늘 풀이 죽어 있었다.

특히, 머슴들은 불만이 많았는데, 그도 그럴것이 강첨지네 머슴들은 모두 부지런하고 활달하여 자기 앞가림을 척척해 내는 편이었다. 그래서 모든 동네 사람들이 강첨지네 머슴들을 좋아 하였고, 인정해 주었다. 하지만, 이 강첨지네 소출은 나아지지 않고 점점 나빠지기만 해 머슴들은 세경을 못 받는 일도 있었다.

이렇게 된 이유는 강첨지의 유별난 성격 때문인데, 강첨지는 거의 대부분을 집안에서 꼼짝 않고 있는데다, 아집이 너무 강해 주변 사람들을 질리게 하는 버릇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같이 어울리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간혹, 타지에서 강첨지를 사귀어 보려고 찾아 오는 사람들도 몇 번 왕래하다 금방 실망하여 왕래가 끊기곤 하였다.

이런 강첨지를 동정하여 가끔 동네에서 나이드신 분들이 “이 사람아, 농사꾼이 집에만 있지 말고 농사일도 거들고, 타 동네 사람들과 사귀어 보라”고 충고를 하면, 강첨지는 불쾌해 하며 자기가 집안에만 있는 이유를 “농사를 잘 짓기 위해서다” 라고 말을 하곤 했다.

“그게 무슨 궤변인가?”하고 질책을 하면, 강첨지는 “나는 집안에 앉아 왜, 우리집만 농사가 안되는지 골몰해서 생각을 해 본다. 그리고 이것을 글로 적어 정리를 하고, 머슴들에게 교육도 한다. 또, 머슴들이 일하는 것을 잘 관리하기 위해 관리목록도 만들고, 매일 매일 일기도 쓴다” “ 그리고 머슴들에게도 일기를 쓰게 하고, 머슴들이 일기를 쓸 수 있게 일기장도 만들어 놓는다.

머슴들이 일기를 쓴 걸 보면서 다시 머슴들이 무슨일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다른 사람이 쓴 농사 잘 짓는 법에 관한 책도 읽는다. 그러다 보니 논에 나갈 시간이 없다”라고 자기의 처지를 강변한다.

이 말을 들은 동네 어르신이 “그러면, 머슴들이라도 일을 잘 할 수 있게 농기구도 사주고, 기운을 북돋아 주어야지, 허구헌날 들에 나가 일하는 머슴들을 일도 못하게 집안으로 불러들여 방해를 하는가?” 하고 말하면, “그것은 내가 생각하고 책에서 본 내용을 머슴들에게 알려주어 농사를 잘 짓게 하기 위해서다. 그러려면 일주일에 2~3일은 어쩔 수 없이 머슴들을 집에 붙잡아 두고 회의도 하고 가르치기도 해야 한다.”고 대답하곤 했다.

어떻습니까? 공감이 되시나요?

위 우화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을 가상으로 적어 본 것입니다.

혹시, 여러분이 강첨지 같은 상사는 아니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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