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선택제 일자리의 명암(明暗)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명암(明暗)
  • 이준영
  • 승인 2014.02.24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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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사회의 가장 절박한 과제 중의 하나가 “일자리 창출”이라는 것에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20대 청년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여 졸업 이후에도 수년 동안 도서관과 취업학원을 전전하고 있다. 중장년층이라고 일자리 사정이 좋은 것은 아니다. 직장인들은 40대 중반이 되면 언제 회사를 그만 두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여 정부는 2017년까지 “고용률 70% 달성”을 국정목표로 제시하면서 일자리 창출을 어떠한 것보다 앞서는 중요 국정과제로 추진할 것임을 약속하였다. 2013년 현재 우리나라의 고용률(15-64세)는 64.4%로, 고용률이 70%를 웃도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고용률 70% 달성”의 구체적인 방안으로 작년 5월에 “고용률 70% 로드맵”을 발표하였다.

이 로드맵에 따르면 2017년까지 15-64세 고용률(취업자 수/생산가능인구) 70%를 달성하기 위해 238만개의 일자리를 늘리는데 이 중에서 약 93만개(39%)의 일자리를 양질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창출을 통해서 늘린다는 것이다. 즉,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핵심 과제이다.

작년 11월에 발표된 「시간선택제 일자리 활성화 추진계획」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우리나라 시간제 근로자의 비중은 임금근로자의 약 10.3% 수준으로, 네덜란드(37.2%), 영국(24.6%), 독일(22.1%)는 물론 OECD 국가 평균인 16.5%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양질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충을 통하여 그 동안 전일제로 일하기 어려웠던 기혼여성과 중고령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고용률을 제고한다는 정부의 계획은 일단 타당하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산에 대해 찬성 의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노동시장의 비정규직화를 가속화 시킬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이후 약 15년 동안 비정규 근로자의 증가와 이로 인해 발생하는 고용불안, 정규직과의 차별, 불평등 확대, 빈곤증가 등의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 왔다. 정부는 이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기존의 비정규 일자리와는 다른 임금, 승진, 사회보장 적용 및 고용안정성 등에서 정규직 일자리와 차별이 없거나 아주 적은, 양질의 일자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양질의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기존의 법·제도와 상충되는 부분도 적지 않게 존재한다. 현행 기간제근로자 보호법에 따르면 기간제 근로자를 채용하는 기업은 고용기간이 2년을 초과하면 의무적으로 이 근로자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만약 이 조항이 시간선택제 근로자에게 적용이 된다면 기업은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2년 이상 계속 고용할 경우 이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거나 아니면 고용기간이 2년이 되기 전에 이들을 해고해야 할 것이다. 전자의 경우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크게 가중될 것이며 후자의 경우가 발생한다면 시간선택제 일자리도 기존의 비정규 일자리와 다를 바가 없는 고용이 불안정한 일자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처럼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모두 가지고 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먼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이 중장기적인 전략 하에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단순히 “4시간 근로”와 “6시간 근로” 중의 택일이 아니라 근로자가 필요에 의해서 “전일제 근무에서 시간제 근무”로, “시간제 근무에서 전일제 근무”로 자유롭게 전환하고 선택할 있는 고용환경을 조성하고 정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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