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민노총 산하 산별노조 탈퇴해 기업노조 변경할 수 있다"
대법, "민노총 산하 산별노조 탈퇴해 기업노조 변경할 수 있다"
  • 이준영
  • 승인 2016.02.22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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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소싱타임스]산별노조를 핵심축으로 활동해 왔던 국내 노동운동에 지작변동이 예상된다.

대법원은 지난 19일 경북 경주시의 자동차 부품업체 발레오전장시스템코리아(옛 발레오만도) 노동조합이 민주노총 산하 산별노조인 금속노조 탈퇴해 기업노조로 변경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산별노조의 지회가 총회 결의를 통해 탈퇴가 가능해졌고, 산별노조의 영향력은 크게 약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산별 노조는 개별 사업장 단위가 아니라 동일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 전체를 대상으로 결성한 노조를 의미한다.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노조가 어떠한 조직 형태를 갖출 것인지, 이를 유지 변경할 것인지의 선택은 근로자의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의사결정에 맡겨져 있다”며 금속노조의 손을 들어줬던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이는 ”산별노조 지회가 독자적으로 단체 교섭을 진행하고 단체 협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만 기업별 노조에 준하는 지위를 가진다”는 기존 판례를 바꾼 것이다.

국내 노동운동은 1980년대까지 법적으로 기업별로 활동하는 게 원칙이었다. 외환위기 이후 노동조합은 산업별 노조로 재편됐고, 발레오전장노조도 금속노조에 가입하면서 별도의 노조를 두지 않았다. 2010년 발레오는 상급 단체인 민노총 금속노조의 강경 투쟁으로 직장폐쇄가 장기화하면서 경영난을 겪었다. 당시 노조 파업의 주된 이유는 경비업무 외주화였다. 이에 반발한 일부 조합원이 자체총회를 열어 금속노조 탈퇴를 결정됐다. 당시 조합원 601명 중 550명이 참석한 총회에서 97.5%인 536명이 기업노조 전환에 찬성했다.

그러나 금속노조 산하 지회장 등은 이들의 이탈을 막기위해 소송을 냈다. 발레오전장의 산별노조 탈퇴과정에서 노조의 주요 간부들 등 60명 가량을 직장폐쇄로 출입금지 시킨 상태에서 아무 권한이 없는 세력들이 탈퇴를 강행했다며 절차적 문제점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1·2심은 발레오지회 규칙상 금속노조 의사에 반하는 결정을 할 수 없고, 임금교섭이나 단체협약 체결도 금속노조 차원에서 이뤄진 만큼 금속노조의 손을 들어줬었다.

그러나 이번에 대법원은 노조 형태는 근로자의 의사에 달려있다고 판시한 것이다.

이에 대해 조합원의 80%가 산별노조에 속해 있는 민주노총은 “이번 판결은 민주 노조운동이 어렵게 성장시켜 온 산별노조운동의 토대마저 허무는 결과를 빚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박은정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산별노조는 노동관련 정책, 제도 개선 뿐만 아니라 사회전반의 의제를 개선하기 위한 활동도 병행해왔다”며 “산별노조에 소속된 노동자들은 자신이 어느 회사 소속이든 산별노조의 조합원으로서 공공의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강조했다.

사실 그동안 산별 노조는 개별 기업차원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자문제, 근로시간 단축 등 굵직한 현안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이번 대법원 판결이 노조법을 민법에 종속시킨 것으로서 매우 부당하고 산별노조의 해체를 촉진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며, 노동조합에 대한 사용자의 지배개입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높다”고 비판했다.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도 ‘노동조합을 사업장 내로 가두지 말라’는 비난성명을 “노조를 기업별 노조라는 틀에 가둬 사업장 내 이해관계에만 매몰되도록 하고 전체 노동자의 단결과 지위 향상을 위한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그동안 산별노조의 활동이 잦은 파업과 정치화 등으로 부담요인이 되기도 했다. 기업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그동안 지나치게 정치적 색채를 띠어온 노조 운동이 강경투쟁 일변도에서 근로자의 삶의 질이나 작업환경 개선 등에 더 집중하는 변화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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