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회사 그만두면 내일 뭐하지?]2-퇴사는 누구에게나 속이 쓰리다.
[여보! 회사 그만두면 내일 뭐하지?]2-퇴사는 누구에게나 속이 쓰리다.
  • 이효상
  • 승인 2017.03.21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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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를 하면 누구나 속이 쓰리다. 예상치도 못한 돌발 퇴사일 때는 속 쓰림뿐만 아니라 상사, 회사, 세상까지 분노가 치민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두 번씩 경험했을 법한 필자의 속 쓰림은 이렇다.

몇 년간 쉴 새 없이 성장하던 회사의 경영상황 악화로 2년간 천명 단위로 직원들을 구조조정 두 번하고 백명 단위로 구조조정을 몇 번하였다.

이런 과정을 통하여 언제나 누구든 퇴사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갖고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돌발퇴사가 잦은 생활 속에서eh 그 누구도 '다음에 내 차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매일 매일 생활 태도에 변화가 없었다. 필자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것이 직장인의 한계일것이다.

많은 직장 동료들이 회사를 떠나 조직이 안정화 되지 못하고 술렁일 때 선임 부장으로 조직안정화에 최선을 다하고 있을 무렵 뜻하지 않은 명예퇴직이라는 그림자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회사 경영상황이 어려워지며 항상 누구든 퇴사하여야 한다는 각오를 하고 있었으나 막상 그날이 왔을 때는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이상한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기분을 상하게 한 것은 무시당한 듯 한 인상이었다. 퇴직 정보는 대상자들에게 가장 먼저 직접적으로 알려주어야 한다는 것이 퇴직자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라고 생각하였지만 과정은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미팅때 일부 부하직원들은 팀장이 이번 명예 퇴직자에 포함된 것을 알고 있었고 당사자인 필자는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담당자에게 사실을 확인하고 혼자 속으로 부하직원들이 아침 미팅 시간에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얼마나 웃기는 광경이었을까? 부하직원들이 속으로 뭐라 말했을까?

이러한 생각으로 퇴직에 따른 불안보다 화가 많이 났다. 나중에 확인한 결과 일부 부하직원들은 3일 전에 이미 알고 있었다고 했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하여 20년간 다닌 회사에서 이런 대접을 받고 있다는 생각에 하루라도 더 회사에 나가기 싫어 다음날부터 출근하지 않았다.

다만 정리할 사항들이 있어 1주일 후 하루 출근하여 모든 것을 정리하고 회사와 연을 끊었다.
그리고 퇴직한 이후 아직 회사에 한 번도 간적이 없다.

퇴직하고 한동안은 이때의 기분으로 속이 많이 상해 회사에 대한 불만과 분노가 가슴 가득 차 있었다. 필자와 같은 경영지원본부 소속의 다른 팀장은 인사고과나 모든 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회사에 줄 수 있는 것이 많아 오래 근무할 것이라고 항상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 또한 분노로 작용하였다.

필자가 퇴직한다는 소리를 들은 많은 직원들이 놀라고 의아해 하였다. 공채 기수 중 가장먼저 승진하고 사내 수상실적과 성과를 가장 많이 이룩하여 더더욱 그렇게 생각한 것 같다.
많은 후배들이 위로한다고 한마디씩 하면 태연한 듯 한 모습으로 회사의 오너가 아니면 모두가 퇴직하여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논리로 대응하고 있다.

심지어 먼저 퇴직하신 본부장님께서는 박팀장이 퇴직한다는 것이 전혀 상상이 가지 않는다고 까지 위로하셨다.

퇴직하고 서울, 지방 할 것 없이 바쁘게 강의를 다녔지만 항상 가슴속 한구석엔 무시당했다는 분노가 자리 잡고 있었다. 가끔 같이 퇴직한 동료들과 모여 술 한 잔하며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같이하였다.

같이 퇴직한 동기는 몇 개월간 낮에 등산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또 다른 친구는 별로 하는 일 없이 시간만 죽이고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강의로 바쁜 가운데도 가끔씩 퇴직에 대한 분노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하곤 하였지만 가족들에게는 항상 태연하게 보이려고 강의 이외의 시간에 헬스장, 수영장에서 열심히 운동을 하였다. 이렇게 편하게 생활할 수 있게 도와준 와이프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특히 와이프가 일을 하여 경제적으로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이 가장 큰 위안이 되었다. 퇴직 6개월이 흐를 때쯤부터 마음속 불안은 더 커지고 가끔은 와이프와 불화도 생기고 종종 잠을 설치는 날까지 생겼다.

지금 되돌아보면 입사하면 누구나 퇴직해야 한다는 아주 기본적인 상식을 깨우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퇴직으로 조직에 대한, 상사에 대한, 동료에 대한 분노를 치유하는데 6개월 이상 걸리는 것 같다.

또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버리는데 최소한 1년 이상 걸릴 수도 있을 것이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적응하고 자리 잡기까지는 완전히 해소되기 어려울 것 같다.

더 더욱 퇴직 이후 가족과 불화, 경제적인 압박 까지 겹쳐지면 두세 배의 분노와 불안감을 느껴 감당하기 어려운 스트레스로 작용할 것이다. 수 많은 퇴직자들이 이러한 경험을 하고 지금도 경험하고 있을 것이다.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당시에는 엄청난 스트레스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은 나날들이다.

지금 퇴직의 아픔을 겪고 있는 직장인들이 있다면 마음이라도 편하게 “이 또한 지나가리다.” 를 반복하면 어떨까? 퇴사했다고 세상이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

정년퇴직한 분들도 차이는 있지만 환경 변화에 따른 퇴직의 스트레스는 존재한다.
직장인들에게 퇴사는 속을 쓰리게 하고 한층 성숙해 지는 기회를 제공하거나 새로운 일을 찾아 행복한 삶으로 인도하기도 하고 심한 고통과 좌절로 삶을 상하게 만들 수 도 있지만 누구나 경험해야 하는 과정이다.

두 번의 속 쓰림 없도록 우리 모두 중년의 행복을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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