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보호법? 차별유지법!
비정규직보호법? 차별유지법!
  • 승인 2004.09.20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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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지난 10일 정부가 발표한 비정규직 보호 입법을 둘러싼 논란이 진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어제부터 열린우리당 의장실을 점거하고 농성에 돌입했는가 하면 사용자 단체인 경총은 정부 입법안에 불만을 갖고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는데요. 비정규직 보호입법의 논란의 핵심은 무엇인지 당사자들을 연결해서 들어보겠습니다. ▶먼저, 노동부 근로기준국 엄현택 국장을 연결해서 들어봅니다.

◎ 사회/정범구 박사>
지금 정부가 내놓은 법안에 대해서 노사 양측이 다 반발하고 있습니다. 일단 노동계는 정부의 이번 방안에 대해서 오히려 비정규직을 더욱 확산시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 엄현택 국장>
정부로서는 고심해서 법안을 내놨는데 노동계에서 반대를 해서 아쉬움이 많습니다. 이번 법안의 취지와 특징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특히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불합리하게, 억울하게 차별을 받았을 경우에는 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신청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또 이에 대해 노동위에서 차별로 판정하면 기업에 시정 명령을 내리게 하는 등의 구제 절차와 시정 절차를 두고 있다는 것이죠.

또 세계적으로 비정규직 보호안을 가지고 있는 나라의 경우는 균등 처우 내지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하는 원칙들을 다 가져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비정규직을 확산한다고 말씀들을 하시니까 조금 오해의 소지도 있는 것 같습니다.

◎ 사회/정범구 박사>
현행법은 파견 노동을 26개 업종에 한정하고 있지만, 이번에 내 놓은 정부 개정안은 몇 몇 업체를 제외한 전 업종에 파견 근로를 허용하는, 소위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가기 때문에 노동계로서는 이렇게 되면 비정규직이 더욱 확대될 것 아니냐는 우려를 갖는 것이구요. 또 일본만 하더라도 지난 99년에 이런 방식으로 파견 근로를 전환한 후, 실제로 파견 노동자 수가 4년 만에 갑절 가까이 늘었다는 통계도 있는데요.

◑ 엄현택 국장>
저희도 파견 근로 대상 업종을 확대하다 보면 분명히 그 수가 늘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기 때문에 파견 근로자에 대한 근로 조건이 지금보다는 상당 수준 개선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기업 입장에서도 파견 근로자를 사용하는데 드는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에 파견 근로에 대한 수요가 그렇게 많이 늘어나기는 어렵지 않겠는가, 또 일본의 경우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금지 원칙이 아직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일본은 많이 늘어난 것이구요.

우리는 차별 금지 원칙이 있고, 또 3년간 파견 근로자를 사용했을 경우 3개월 동안은 파견 근로를 못 쓰도록 하는 휴지기간도 같이 도입을 합니다. 그러다 보면 기업 입장에서는 노무 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파견근로에 의존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생기죠.

그래서 업종 확대에 따라 늘긴 늘겠습니다만, 그렇게 많이 늘지는 않을 것이고, 현재 파견근로의 총 규모가 10만 명 정도이고, 기간제 근로의 경우 300만 명이 있습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400만 명이 넘는 행정 대상에 대해서 차별 금지를 가져가니까 전체적으로 비정규직은 오히려 감소하고 어떤 면에서는 고용이 축소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상당 부분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 사회/정범구 박사>
차별을 막기 위해서 차별 구제 위원회를 신설해서 구제 절차를 만들겠다는 정부안을 대단히 강조하시는데요. 반대로 경총 같은 경우는 차별여부의 판단을 위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무엇을 기준으로 차별 구제를 하겠다는 것이냐, 자칫 잘못하면 또 모든 사업장에서 소송이 제기 될 것 아니냐, 이런 반박도 하는데요. 차별을 가려내는 기준이 뭡니까?

◑ 엄현택 국장>
저희로서는 법적으로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한다고 가져갈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면 이러이러한 것이 차별이라고 법에 정하게 되면, 그 외의 것은 차별이 아니게 되는 결과가 나옵니다.

그러다 보면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교묘한 차별을 방지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포괄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사실상 근로자 보호에 적합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저희가 ‘불합리한 차별’이라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 사회/정범구 박사>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는 이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면 당연히 불만을 제기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 엄현택 국장>
그렇습니다만, 해고의 경우를 예로 들면, 현재 우리 근로기준법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해고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그러면, 정당한 사유라는 것이 뭐냐, 이것도 판단기준이 굉장히 애매하죠. 그렇지만 우리 사회가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나름대로 우리 사회에 통용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라는 것이 축적이 돼 왔습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물론 부당해고 관련 사건들이 많습니다만, 적어도 그 판단 기준에 대해서는 서로 다투지 않거든요. 그래서 이것도 시간이 좀 지나면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있는 것이 어느 정도 수준일 것인가에 대해서 나름대로 공감대가 이뤄질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 사회/정범구 박사>
지금 비정규직 노동에서 중요한 문제가 고용 안정 못지않게 임금 등에서의 차별 아닙니까. 동일 노동을 하면서도 정규직과 다른 임금을 받고 있는데요. 동일 노동에는 동일 임금을 적용한다는 조항이 이번 개정안에는 없죠?

◑ 엄현택 국장>
노동계에서 오랫동안 주장해온 내용이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원칙입니다. 그런데 원래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은 비정규직이라는 고용 형태가 없었던 옛날부터 같은 정규직 근로자인 남녀간의 임금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외국에서부터 문제가 돼서 입법화되는 과정을 겪어왔던 원칙입니다. 따라서 이것을 비정규직에 적용하기는 조금 어려운 측면이 하나 있구요.

또 하나는 우리나라 기업의 대부분의 고용 형태가 연봉급입니다. 즉 경력이 오래될수록 임금수준이 높아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장기 근속자와 갓 들어온 신입 사원이 같은 일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어요.

예를 들어 생산현장에서 용접 업무를 한다든가, 이런 경우는 10년차나 1년차나 다 같은 업무를 합니다. 이것을 동일 노동으로 볼 수 없지 않느냐, 현실적으로 임금은 10년차 경력자가 훨씬 더 많이 받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가져가게 되면 현실에 적용하기가 굉장히 어렵지 않겠느냐, 즉 우리의 임금 구조가 직무급 체계로 전환된 상황에서는 이 원칙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은데 현재로서는 힘들지 않겠느냐는 판단 때문에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보다는 오히려 광범위하게 불합리한 차별을 막아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판단했습니다.

◎ 사회/정범구 박사>
파견 노동과 기간제 노동의 최장 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이에 대해서는 노사가 다 불만인 것 같아요. 노동계는 파견 근로를 더 확대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구요. 사용자는 3개월씩 경과했다가 또 써야 된다는 것은 기업의 인사권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반발을 하고 있는데요. 어떤 입장을 갖고 계십니까?

◑ 엄현택 국장>
저희로서도 상당히 고민스러운 부분인데요. 우리가 파견법을 운영한지 6년이 됐습니다. 하다 보니까 파견 근로자가 1년 단위 계약을 체결한 경우가 많거든요. 1년 계약 체결 후 직접 그 회사에 고용되는 경우가 5%가 좀 안됩니다.

그런데 현재 최장 2년을 사용할 수 있는데, 2년을 근무한 경우에 정식 직원으로 채용된 비율이 15%로 세배 정도 늘어나더라구요. 이런 통계를 보면서 오히려 파견 근로자의 고용안정 측면에서는 2년보다 3년이 보다 정규직으로 직접 채용될 가능성이 높겠다고 판단했구요.

또 하나는 기간제 근로에 대해서 사용 기간을 최장 3년으로 가져가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기간제 근로나 파견제 근로나 다같이 비정규직 형태인데 기간을 맞춰주는 것이 합리적이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현행 2년을 3년으로 늘린 것에 불과하구요. 그래서 이것은 양쪽을 다 고려한 기간의 설정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사회/정범구 박사>
지금 노동계는 노동계대로 또 사용자는 사용자대로 정부안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 법안이 수정의 여지가 있는 겁니까?

◑ 엄현택 국장>
물론입니다. 지난 주에 발표한 법안은 사실상 지난 3년 동안 노사정 위원회를 중심으로 논의된 내용과 정부에서 이 법안을 받아서 관계 부처간에 협의한 내용들을 다듬어서 발표한 것이 거든요.

그래서 금주부터 입법 예고 중에 있습니다. 이 기간이 3주되는데요. 그 동안에 노사의견은 물론이고 국민들의 의견을 다 모아서, 그 중 합리적인 내용은 최대한 반영하고, 또 노사와는 지속적으로 대화도 하고 토론도 해서 가급적 사회적 합의에 이르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 이어서, 정부의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어제 열린우리당에서 열린 공청회에 참가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현재 이 법에 반대하면서 열린우리당사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는데요. 농성 중인 현대자동차 아산 공장 사내 하청 노조 오지환 사무국장을 연결해서 현장 상황을 들어보겠습니다.

◎ 사회/정범구 박사>
어제 열린우리당이 공청회를 연 것은 이 법안에 대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입장을 들어보겠다는 것 아닌가요?

◑ 오지환 국장>
물론 그렇지만, 지난 9일 이부영 의장은 양대 노총 위원장들과 만나서 노동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고 합의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다음날 노동부가 일방적으로 비정규직 관련 법안들을 입법예고한 것입니다. 그래서 의견을 수렴한다고는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 사회/정범구 박사>
열린우리당 관계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 오지환 국장>
사실상 현재까지 책임 있는 답변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면담 자체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황입니다.

◎ 사회/정범구 박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보기에 지금 정부가 내놓은 비정규직 보호 법안의 가장 큰 문제가 뭐라고 보십니까?

◑ 오지환 국장>
현행 파견법과 관련해서 파견 업종의 범위를 전면 확대하고 기간제 고용의 범위를 거의 전 업종으로 확대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되면 현재 이미 비정규직 숫자가 엄청나게 많은데 향후 합법적으로 비정규직들이 대량 양산될 수 있는 길을 활짝 터 준 것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 사회/정범구 박사>
노동부에서는 불합리한 차별이나 남용에 대해서 규제를 강화하는 것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 오지환 국장>
저는 일단 그렇게 묻고 싶습니다. 불합리한 차별이 뭐고, 합리적인 차별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희가 주장하고 요구하는 것들은 굉장히 단순합니다. 상식적인 수준이구요. 즉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하고 동일한 일을 하면, 비정규직도 동등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주장할 뿐입니다.

그런데 불합리한 차별이라는 규정 자체가 대단히 애매하구요. 노동부가 공청회 등에서 내 놓은 각종 자료를 보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 격차가 당연히 법 위반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사실상 기존의 차별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저희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죠.

◎ 사회/정범구 박사>
실제로 현장에서 파견 근로자들이 당하는 차별에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 오지환 국장>
머리에서 발끝까지죠! 현대 자동차 아산 공장 같은 경우는 현재 대규모로 불법파견이 이루어져 있고, 이와 관련해서 노동부에 불법파견 진정을 내놓은 상태입니다. 그런데 사업주들은 파견이 아니라 도급이라고 주장합니다. 즉 사업 경영이나 인사 노무 관리에 있어서 독립성을 가진 사업주라고 주장하지만 실제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죠.

또, 실제로 자동차 라인에서 정규직 노동자들과 섞여서 같은 일을 할 뿐 아니라 보통은 안타깝게도 더욱 힘들고 어려운 일들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임금은 대략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구요. 각종 성과급이나 상여금 등을 포함하면, 격차는 더더욱 커진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 사회/정범구 박사>
파견 근로자들을 씀으로써 사용자 측에게는 어떤 이익이 생깁니까?

◑ 오지환 국장>
일단 기본적으로 인건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구요. 두 번째로 정규직 노동조합의 힘이 아무래도 약화되죠. 노동자들의 수에서 전체적으로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범위가 넓다 보니까 노동조합의 조직률이 하락하고, 회사는 반사 이익을 챙기게 되는 거죠.

◎ 사회/정범구 박사>
언제까지 농성을 하실 겁니까?

◑ 오지환 국장>
일단 저희는 최소한 열린우리당이 진지하고 책임있는 자세로 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고, 두번째로는 현재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 입법예고안을 전면 철회할 것, 그리고 현재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이 같이 요구하고 있는 비정규직 권리보장입법들을 실현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 이전에 여러 가지 공약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는데 이런 공약들을 충실하게 이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진행:정범구박사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98.1MHz 월~토 오후 7시~9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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