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 쓰고, 부동산 팔고, 법원에 소송하는 등의 일을 전문가에게 맡
기던 시대가 가고 있다.
인터넷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그래서 시간 많이 들고 귀찮아서 하기 싫은 소위 누가 좀 해줬으면하
는 일을 대신해주는 인터넷 대행업들이 날로 번창하고 있다.

램프의 요정 지니처럼 인터넷은 하고싶은 일만 했으면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교묘하게 파고들면서 날마다 새로운 신종 업종들을 배출해내
고 있다.

주문을 걸듯이 인터넷 검색창에서 대행을 치면 웬만한 것은 다 나온
다.

레포트나 문서작업을 대신 해주는 것은 이제 새로운 서비스 축에 끼지
도 못한다.

인터넷에는 요즘 초등학생 방학숙제부터 중고생 논술숙제, 대학생 논
문을 대행해주는 사이트가 성황이다.

가령 소설 메밀꽃 필 무렵 뒷이야기를 구성하는 숙제를 하려고 국어수
행평가 대행업체 사이트에 들어가면 몇 개의 답안과 함께 작가 이효석
과 소설의 줄거리, 감상의 길잡이 등이 토털로 제공된다.

현장답사를 대신하고 답사기를 써주거나 기자를 대신해 취재를 대행하
는 것도 있다.

과외안내 대행(www.joinedu.com)이나 백일장대회 인터넷접수 대행
(www.suljm.com)도 가능하다.


◆숙제부터 이혼까지 인터넷에 물어봐 명절 때 벌초를 대신 해주거나
장례와 관련된 각종 서비스를 해주는 사이트도 있다.

최근에는 가사일 전문 대행업체도 생겼다.

반찬만들기부터 동화책 읽어주기, 기저귀 세탁(www.agiz.net), 장보
기 등 주부대행업체가 인기를 끌고 있다.

결혼대행에 이어 이혼대행(www.divorcehelp.co.kr)업체도 등장했다.

가처분신청이나 가압류만 전문 대행(www.ccourt.com)하기도 한다.

쇼핑이나 취미를 대신하는 사이트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공동구매는 물론 국내에 없는 제품을 대신 사주는 해외쇼핑대행
(www.wizwid.com) 업체도 인기다.

여기에는 e베이 구매대행부터 옥션 판매자를 대신해 제품을 등록, 판
매하는 대행업체도 있다.

각종 인터넷사이트에서 진행중인 경품정보 제공을 대행하는 업체도 있
다.

아조아(www.ajowa.com)나 와르르 같은 곳은 현재 진행중인 경품행사
목록과 경품달력을 대신 모아 준다.

경품 당첨 노하우와 퀴즈정답까지 제공한다.

한 곳에서 여러 경품행사 응모도 가능하다.

이외 싸인을 대신 만들어주는 싸인대행업체, 귀찮은 명함정리를 대신
해주는 명합입력대행업체, 게임 캐릭터 주인을 대신해 경험치나 레밸
을 대신 쌓아주는 부주대행서비스까지 등장했다.

심지어 친구가 없어 외로운 사람들을 위한 우정대행, 하객을 빌려주
는 하객대행까지 외부에 맡기는 인터넷 생활아웃소싱이 우리 삶 전반
에 걸쳐 퍼져 있다.

이는 전문지식을 제공하는 대행업무나 기업들이 비용절감과 전문화를
위해 도입하는 아웃소싱과는 차원이 다르다.

특별한 지식이나 노하우를 필요로 하지 않는 일까지 남의 손을 빌리
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은 "소비자들이 시간과 삶의 질을 중
시하면서 각종 업무대행서비스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삶의 여유와 여가를 위해 웬만한 것은 외부에 위탁하고 있다는 것.

이소장은 "특히 소비수준이 높은 지역일수록 쇼핑대행, 기저귀나 죽
배달 등 대행서비스 수요가 높아 관련 창업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덧
붙였다.

넘쳐나는 정보홍수와 인간 소외에서 비롯됐다는 설명도 있다.

현대인의 욕망의 변화를 통해 사람들의 소비행동을 설명한 책 욕망의
진화 저자 멜린다 데이비스는 이를 정보홍수와 가치관의 혼돈속에서
살아야 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으로 설명하고 있다.

인터넷의 발달로 넘쳐나는 정보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안내자를 갈구하게 되고 이것이 각종 업무대행서비스를 찾는 것
으로 표현된다는 것.

살기 위해 자신의 삶마저 아웃소싱해야하는 시대.

쉽고 빠른 것을 갈구해온 현대인들이 부른 신종유행병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