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법안 不처리가 남긴 것들
비정규법안 不처리가 남긴 것들
  • 승인 2005.08.08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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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법안 不처리가 남긴 것들]

지난 6월 비정규법안이 결국 처리되지 못했다. 법안을 주도했던 여당과 정부는 민주노동당의 회의장 점거때문 이라는 표면적 이유를 내세우고는 있지만, 과연 그럴까?

비정규법안이 노사정 간의 첨예한 대립각을 세워왔던 것이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 여당이 6월 처리를 강력하게 천명한 상태에서 지난해부터 몇 번이나 시도했던 법안처리 불발 사태의 원인을 감지도 하지 못하고 종국에는 대처도 하지 못했다는 것을 상식적으로 이해를 할 수 있는가.

한 마디로 그렇게 강력하게 추진할 의사가 없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지나친 억측일가? 결국 여당은 포퓰리즘 정치에서 자유롭지 못한, 믿을 수 없는 정당이라는 낙인을 받으면서까지 도대체 다른 무엇을 선택했단 말인가.

민주노동당의 회의장 점거는 누구나 예견한 사태인데도, 법안 처리 불발의 원인을 오직 민주노동당에게만 덮어 씌우고 ‘이제 더 이상 할 마음도 할 일도 없다’는 ‘배째라’ 자세가 책임정당이 보여주어야 할 정상적인 모습이란 말인가.

욕먹을 짓은 철저히 하지 않겠다는 자세로 잘도 요리조리 빠져나갔던 제1야당이 이제와서 갑자기 ‘법안이 잘 못되었으니 당차원의 법안을 다시 상정하겠다’고 외치는 것은 또 뭐란 말인가.

이번 사태를 진행하면서 가장 많은 욕을 얻어 먹고 심지어는 퇴진 압박까지 시달리고 있는 관계 장관은 또 뭐란 말인가.

갖은 고도의 전술전략으로 결국에는 목적을 달성한 노동계가 이번에는 총파업이라는 초강수를 두고있는 것이 씁쓸하게 비쳐짐은 무엇인가.

6월 비정규법안 불처리가 노동계와 민주노동당의 위대한 승리를 남긴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정치, 경제, 사회 시스템의 총체적 문제의 현 주소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 그나마 남긴 것이라면 남긴 것일 게다.


[대기업 임금상승률 57.1%, 結者解之해야]

최근 대기업 근로자의 임금상승률이 경쟁국에 비해 너무 높다고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대기업 근로자의 임금동결과 관행과 제도의 개혁을 주창하고 나섰다.

전경련은 보고서를 통해 1997~2003년 동안의 임금상승률을 보면 우리나라가 57.1%인 반면에 대만이 19.5%이고 선진국인 미국은 19.8%, 일본은 오히려 0.5% 감소했다는 수치를 들고 나왔다.

보고서는 이러한 임금상승이 결국 고용 감소를 초래해 실업난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때문에 올해 종업원 1000명 이상인 대기업 근로자들의 임금을 동결해 여유 재원을 신규 채용에 써야 한다고까지 촉구하고 나섰다.

반대로 노동계는 ‘배가 고프다’며 궁극적으로는 임금을 더 올려달라고 총파업에 들어갔다. 누구 말을 믿어야 하는가. 새로운 신분제로까지 불려지고 있는 대기업 근로자와 중소기업 근로자 간 임금차의 심각성은 비단 오제 오늘만의 일이 아닌데, 이제와서 불쑥 통계까지 들이대며 외치는 경제단체의 빤한 속이




야 누군들 모르겠냐만은 그래도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또 한번의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에는 충분한 내용인 것 만은 분명하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제3국의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업인들이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우리나라에 들어와 기름때를 묻히고 있는 것이나 중소기업에서 전문적인 일을 하느니, 차라리 대기업에 들어가 아무 일이나 하겠다는 청년실업자들의 바램이 별 반 차이가 없어 보이는 씁쓸함마저 낳게 하고 있다.

이렇게 까지 된데에 대해 대기업이 과연 근로자 탓만 할 입장인가 되묻고 싶다. 대기업들이 그동안 협력업체에게는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전전긍긍하면서 자사 직원에게는 호사를 부려왔던 것이 사실이 아닌가.

어차피 結者解之할 수 밖에 없다. 또 이같은 통계를 3년 후에 낼 것이라면 이 보고서는 무의미할 뿐이다.


[비정규직문제 해결은 정규직의 고임금 수술이 필수]

정규직 노조가 중심이된 올해 하투(夏鬪)의 최대 쟁점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다. 그런데 해결의 실마리는 쉽게 보이지 않는다.

기업 입장에서는 현재의 고임금 정규직 고용 구조 하에서는 도저히 받아 들일 수 없는 조건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의 경우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를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3,000억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해, 지금과 같은 임금 구조 하에서는 해마다 반복되는 인건비 상승, 노사갈등문제 등으로 생기는 비용 때문에 실제 현대차가 감당해 내기가 힘들 것이다.

이렇듯 지금의 고임금 구조 하에서는 실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힘들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도 요원하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들은 전혀 생각치 않은채 노동계의 요구는 너무나 단호하다. 그러니 협상의 여지가 있겠는가.

정규직 노조가 진정으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다면, 자신들의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나는 개혁하지 않고 상대편은 바꾸라는 것은 억지일 뿐이다.

또한 노동계의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구호가 나를 보호하기 위한 방편이지 진정 비정규노동자를 위한 것이라는 ‘신빙성’이 크게 보이지 않는다. 실제 정규직 노조는 그동안 자신들의 보호를 위해 기업의 비정규직 활용을 암묵적으로 묵인해 왔다.

실제 대표적인 사례로 현대자동차노조는 지난 2000년 6월에 노사간 완전 고용보장 합의서를 체결하면서 현대차가 비정규직 근로자를 일정 비율로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에는 정규직 노조의 지나친 이기주의로 비정규직 노동들과의 노-노 갈등이라는 새로운 갈등구조를 만들어 놓기도 했다.

‘내 밥그릇은 절대 뺏길 수 없다’는 정규직의 절대적 가치관이 변하지 않는한 ‘하투’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전혀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올해 초 수출입은행은 노사합의에 의해 정규직의 임금 수준을 내리고 임금체계의 수술을 통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결국 비정규직 문제 해결은 정규직의 고임금 수술에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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