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사는 것과 돌아서게 하는 것
마음을 사는 것과 돌아서게 하는 것
  • 남창우
  • 승인 2006.06.15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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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주의 이면 ‘깜짝인사’ 불평불만 양상

직원에 대한 ‘관심과 정성’이 마음 잡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한 대기업이 처한 곤경에 많은 사람들이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존경과 부러움을 한 몸에 받던 기업이 대대적인 수사의 대상이 되고 그들이 저지른 잘못이 속속들이 드러나면서 우리를 우울하게 하고 있다.

그 기업의 잘잘못은 엄격한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고 결과는 법과 정의의 이름으로 처리될 것이나 그것이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을 생각하면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이 일이 벌어졌는지를 밝혀내거나 그것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일은 우리의 몫이 아니지만 이러한 일이 벌어진 배경을 두고 전개되는 여러 가지 논의나 분석 기사를 보면서 우리는 그 한가운데에 인사관리의 어려움이라는 중요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음을 알게 된다.

직접 그 기업의 인사관리 업무에 종사한 일도 없으면서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은 물론 위험하며 사실과는 먼 담론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공개된 자료에 따라 몇 가지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기업은 엄격한 성과주의를 통해 조직에 끊임없는 긴장을 유발시키고 이를 성장의 동력으로 활용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조직이 성과를 내야하는 것은 두 말할 필요조차 없고 성과를 낸 사람과 성과가 없는 사람이 똑같은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신사관리의 대원칙이다.

하지만 성과주의의 다른 한 면에는 이른바 ‘깜짝 인사’로 불리는 잦은 인사교체가 있고 예측할 수 없는 인사발령에 대한 불안감과 불평불만이 도사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보도내용을 볼 때 기업을 수사함에 있어 수사진이 가지고 있었던 정보의 질과 양에 우리는 놀라게 된다.
경영진과 간부들은 조사 받는 과정에서 회사내부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수사진의 날카로운 추궁에 속수무책이었다. 그것은 한 두 사람이 아닌 다수의 고위직 종사자들




들에 의한 조직적 제보나 고발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점에 주목하게 된다.

자기가 몸담고 있던, 자기와 가족의 생계터전이었던 정든 직장에 등을 돌리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여간한 결심이 아니고는 그런 일을 하기는 불가능하다. 아무리 정의의 이름으로 시비를 가리겠다는 시민적 사명감이 있더라도 그것은 분명 자기의 청춘을 불사른 직장에 대한 배반일 수박에 없다.

그렇다면 그런 배반의 근저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것은 뿌리 깊은 원한이 아닌가 생각한다. 깜짝 인사든 논공행상이든 ‘자신이 잘나갈 때’야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하지만 그런 사람일수록 느닷없는 철퇴를 맞고 나면 분노와 원한이 쌓이고 치욕을 되갚으려는 복수심에 불타게 될 것이다.

그들의 울분은 외부로 향해 공격적 성향을 띄고 자신의 내부를 향해 몸과 마음을 상하게 한다. 그리고 이번 일의 경우처럼 딥 스로트(deep throat)가 되게 한다. 행위가 도덕적·법률적으로 정당 한가 아닌가의 논의를 떠나 그들은 분명 자기가 헌신했던 조직을 배반하고 자기의 과거 행위를 스스로 부정하는 불쌍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런 사람들이 출현하게 된 배경이다.

다른 기업에도 비슷한 성격의 잘못이 있었다. 그 기업에도 수사진이 동원되었고 비슷한 수순으로 해결방법이 제시되기도 했다. 그러나 사태를 수습하고 봉합하는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잡음은 비교할 수 있는 정도가 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보면서 두 기업의 사람 다루는 솜씨가 차이를 내게 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 솜씨의 차이란 바로 사람의 마음을 사는 것과 마음을 돌아서게 하는 것의 차이이다.

평소에 ‘관심과 정성’으로 사람들을 보살피고 세심한 배려로 그 마음을 붙들어 놓을 줄 아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관리방식의 차이다. 사람의 마음 저 밑바닥에 딸려있는 기미를 알아차리고 대응하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의 차이는 실로 크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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