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 지휘자는 자신의 소리를 내지 않는다
오케스트라 지휘자는 자신의 소리를 내지 않는다
  • 남창우
  • 승인 2006.08.01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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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TV 프로그램 중에 ‘TV문화지대’라는 것이 있다. 신윤주 씨의 맛깔스러운 진행으로 더욱 빛나는 ‘음악 속으로’에서 한번은 ‘지휘자의 힘’이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는데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연주와 함께 지휘자의 힘은 무엇이며, 어디서 나오는지를 잘 조명해주고 있었다. 필자는 음악에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유명한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자주 찾아 즐기고 있던 터라 이번 프로그램을 아주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었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수많은 오케스트라 가운데 최정상으로 우뚝 서있는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소개되었으며, 한때 부천에 살았던 추억이 있던 필자로서는 더욱 관심을 갖고 보았다. 세계적인 명지휘자들의 멋진 모습이 소개되면서 특별히 창단 16년째인 부천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임헌정 씨에게 집중 조명을 하고 있었다.

그의 지휘는 기본적으로 박자를 센다기보다는 멜로디의 선을 그려나가는 듯하면서도 생명을 어루만지는 초월적인 유기성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완과 긴장을 반복하는 가운데 살아있는 유기체의 박동, 나아가 자연의 움직임과 같은 생생한 연주를 이끌어내고 있었다.

음악을 해석하기가 어렵고 까다롭기로 유명한 말러의 교향곡 10곡 전편에 도전하여 신선한 충격과 함께 말러 신드롬을 일으키며 아낌없는 찬사를 받아온 임헌정과 부천 필하모니. 말러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는 마지막 공연을 보면서 오케스트라의 멋진 공연 속으로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한마디로 ‘환상’ 그 자체였다.

살아있는 80여 개의 악기를 연주하는 지휘자. 작곡가의 악보는 지휘자 손에 의해 비로소 음악으로 태어난다. 오케스트라를 움직여 음악의 아름다움을 완성하는 힘. 그것이 바로 지휘자의 힘이다.

우리는 통상 지휘자를 일컬어 ‘마에스트로’라 칭송하면서 한없는 존경을 표한다.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자세히 살펴보면 내로라하는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 낸다. 80여 개의 살아 있는 악기들이 뿜어대는 소리는 지휘자의 손끝을 따라서 천상의 음악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러나 지휘자는 단지 지휘를 하는 사람이 아니다.

음악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과 역량이 있어야 함은 물론 단원들을 한 가족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과 열정을 갖추고 있지 않으면 안된다. 음악 전문가와




지휘자가 다른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각기 다른 성향의 연주자들, 각기 다른 경력과 능력을 갖고 있는 멤버들이다.

무엇보다 각자 다른 악기를 통해 고유한 목소리를 낸다. 작은 악기도 있고 커다란 악기도 있으며, 고가의 비싼 악기도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악기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휘자는 이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인정하고 하나하나 소중하게 받아들이며 수용해야 한다. 아울러 감싸주고 안아주어야 하며, 격려하고 칭찬해 주어야 한다.

그러는 가운데 숲을 보는 안목으로 지휘자 나름대로의 창의적인 색깔을 입히면서 음악을 만들어 가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휘자는 남다른 리더십이 필요하다. 지휘자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독특하면서도 다양한 색깔의 음률들이 모여 하모니를 이룰 때 비로소 멋진 작품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로 특이한 점은 수십 명의 단원들이 각기 다른 악기들은 통해서 독특한 소리를 내지만 정작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는 지휘자는 절대로 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순간 순간 피어오르는 영감을 마음에 담아 오직 가슴으로 소리를 낸다. 즉, 얼굴표정으로 말한다. 그리고 온몸으로 어쩌면 처절한 몸짓으로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떨리는 손끝에 지휘봉으로 단원들과 얘기하며 청중들과 함께 호흡하는 것이다.

지금 모든 기업들이 핵심인재를 확보, 육성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재전쟁이 치열한 것은 어쩌면 거역할 수 없는 기업환경의 냉정한 요청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과연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는가. 핵심인재가 아닌 수많은 인재들은 누구를 위하여, 무엇을 위하여 뛰어야 하는가. 인사담당자들은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지휘자의 심정으로 조직구성원들의 하모니를 생각해야 한다. 모두가 소중한 멤버들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인사 조직관련 컨설팅을 하면서 많은 인사담당자들을 만난다. 작곡가처럼 인사전략을 기획하고 제도를 만드는 데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만 정작 GWP를 만들고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서 그리고 조직의 하모니를 위해 온몸으로 지휘하는 인사담당자들이 많지 않은 것 같아 늘 안타까운 마음이다.

인사담당자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자신은 정작 소리를 내지 말아야 한다. 또한 중요한 것은 모든 구성원들에게 끝없는 푸른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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