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결과는 복수노조와 노조 전임자 임금 개혁안 실시가 내년으로 다가오자 노사 모두 큰 부담을 느낀 것이 5년 유보 합의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결국, 5년 유보안에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를 막으려는 노동계와 복수노조 체제에 부담을 느낀 재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다.
개혁안은 지난 1997년과 2002년 두 차례에 걸쳐 10년 동안 시행이 유보된 바 있다. 정부는 내년 시행을 위해 올 3월부터 노사정대표자회의를 개최해 로드맵을 논의하기 시작했지만 노사 간 입장차가 워낙 큰 데다 논의시간도 촉박해 갈등이 증폭돼 왔다.
특히, 노동계는 전임자 임금 지급이 금지되면 노동운동 자체가 힘들어진다며 강력 반발하는 한편 노조 상급단체의 영향력 유지를 위해 산별노조 조직에 속도를 내는 등 재계를 압박했다. 지난 6월 30일에는 현대ㆍ기아차 노조 등 13개 노조가 금속 산별노조 전환을 가결, 조합원 13만명의 ‘공룡 노조’를 탄생시키
재계는 복수노조가 허용되고 산별노조 결성이 가속화되면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고 판단했다. 산별교섭 시 이중, 삼중 교섭과 정치파업이 크게 증가하는 것은 물론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교섭창구 혼란, 교섭비용 증가, 노노 갈등, 노조의 선명성 경쟁 등으로 재정 부담이 늘어난다. 게다가 노무 분야에 공력을 투입해야 해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했다.
정부가 노사의 유보안을 받아들이면 복수노조 도입과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방안은 세 번에 걸쳐 무려 15년간이나 유예되는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 이럴 경우 정부로서는 노동개혁이 후퇴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그러나 대화는 없고 대립만 있는 현재의 노사관계에서는 5년 후에도 노동개혁이 난망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한노총과 경총, 대한상의는 지난 2월 제10차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유보안을 내놓으면서 ‘노사관계의 미성숙’을 그 이유로 들었다.
특히 노동계가 해마다 이어지는 정치파업과 대기업 노조의 장기파업 등 투쟁 일변도의 노동운동을 고집하고 정부 및 재계와의 대화를 번번이 단절했던 전례를 반복한다면 향후에도 입장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합리적인 노사관계와 상생의 논리가 하루 빨리 자리잡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노사정대표자회의 및 노사정위원회 등 노사정 대화채널의 위상을 높이고 참여의무화 규정을 강화하는 등 노사정 간 대화가 끊기지 않고 지속되도록 유지하는 것이 향후 제반 여건을 갖추는 데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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