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조직의 긴장 센서를 작동하라'
LG경제연구원 '조직의 긴장 센서를 작동하라'
  • 남창우
  • 승인 2007.04.05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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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경영 환경이 점점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경영자와 조직 구성원들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적절한 긴장감으로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다양한 기업 사례를 통해 조직이 긴장 센서를 작동하기 위한 요건들을 살펴 본다.

“우리는 규칙 없는 게임을 하고 있다” 제록스Xerox)의 전임 CEO인 폴 올래어(Paul Allaire)의말이다. 정해진 룰(Rule)이 없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 한시도 긴장감을 잃지 말라는 충고이다.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기업이라도 긴장의 끈을 놓고 현실에 안주하거나 위협 요인을 소홀히 여기면순식간에 시장에서 사라질 수 있다.

1980년대 중반까지 할인점 업계 부동의 1위 자리를 유지했던 K마트(Kmart)가 그 예이다. 1991년 월마트(Wal-Mart)에게 1위 자리를 뺏긴 이후, 결국 2002년 법원에 파산 보호를 신청하였다. K마트의 가장 큰 실패 원인중 하나는 마진율이 낮더라도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상품을 강조한 나머지, 인지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저렴한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한 월마트의 추격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는 점이다. 이처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리라 예상했던 기업들도 한 순간의 방심으로 무너질 수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1917년 포브스 100대 기업 중 1987년까지 살아남은 기업은 39개에 지나지 않으며, 이중 17개만이 100대 기업 리스트에 남아 있었다고 한다.

5년, 10년 후를 내다보기 힘든 경영 환경이 펼쳐지고 있다. 이 속에서 기업이 지속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변화의 조짐을 미리 간파하고 위기요인에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생물학자찰스 다윈이 “끝까지 생존하는 종은 강하고 두뇌가 좋은 종이 아니라 변화에 잘 대처하는 종이다” 라고 했던 것처럼 말이다. 기업이 변화에 잘 대처하기 위해서는 사업 경영, 조직 관리 측면에서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양한 기업 사례를 통해 조직이 건강한 긴장감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와 요건들을 살펴본다.

긴장감 없이 미래는 없다

프로축구단의 경우를 보자. 각 구단의 감독들은 정규 시즌이 끝난 뒤 동계 훈련 기간을 매우 중시한다. 다음 해 팀 성적이 이 기간에 결정되기 때문이다. 감독들은 선수들이 자칫 긴장감을 잃고 자기 관리에 소홀히 하거나 다른 팀들의 플레이를 놓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트레이닝과 전술 훈련에 몰입한다. 더불어 감독들은 다음 시즌의 팀 운영 방식과 전술 변화를 코치진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고민하기도 한다.

기업 경영도 마찬가지다. 끊임없는 긴장감으로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1년 후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 조직이 가져야 할 긴장감이란 일종의 위기 의식으로 ‘항상 변화에 깨어 있게 만드는 힘’ 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긴장감은 경쟁사에 비해 시장 변화를빠르게 인식하고, 위기 발생 시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잘 나갈 때 조심하라’ 는 세간의 말이 있듯이 사업 환경이 유리할수록, 성과가 탁월할수록 미래의 변화와 위기 요인들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현 상황에 안주하거나 일시적인 성공에 자만하는 기업들은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20여 년 동안 GE의 경영을 맡았던 잭 웰치(Jack Welch)도 구성원들에게 지속적으로 긴장감을 이야기했다고 한다. 이것이 시장 가치 120억 달러에 불과했던 GE를 4,500억 달러의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전시킨 원동력이 아닌가 싶다.

긴장 센서를 작동하기 위한 네 가지 요건

긴장 센서를 작동하기 위해서는 시장 환경 변화를 예측하고 주기적으로 모니터링 하는 것은 물론, 조직 내 관행을 깨뜨리고자 하는 의도적인 활동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1. 고객을 주시하는 안테나를 작동하라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시장에 대한 정보, 특히 고객에 대한 정보가 중요해 지고 있다. 고객의 기호변화나 소비 패턴을 경쟁사에 비해 얼마나 빠르게 예측하고 적시에 포착하느냐 여부가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는 말이다. 이런 측면에서 파이어스톤(Firestone)과 미쉐린(Michelin)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파이어스톤은 1900년 설립된 이후 1970년대까지 미국 타이어 업계의 절대 강자로 군림했다. 그러나 파이어스톤의 영광은 경쟁사인 미쉐린이 래디얼 타이어를 시장에 내놓으면서 시들기 시작했다. 미쉐린은 가벼우면서도 지면과의 마찰이 적은타이어에 대한 고객들의 니즈를 경쟁사보다 빨리 간파했던 것이다.

미쉐린은 이 신제품으로 유럽시장을 잠식하는 한편, 포드(Ford)가 1972년부터 모든 신차종에 래디얼 타이어를 장착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미국 타이어 시장도 독식하기에 이른다. 결국 파이어스톤은 쇠락의 길을 걷다가 1988년 일본의 타어어 업체인 브리지스톤(Bridgestone)에 의해 합병되고 말았다. 파이어스톤과 미쉐린의 성패는 고객의 니즈를 감지할 수 있는 안테나가 얼마나 잘 작동했는지 여부에 의해 결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

기업이 고객을 주시하는 안테나를 잘 작동시키려면 고객의 실제 삶에 깊숙이 들어가 고객의 생활과 소비 패턴을 직접 관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킴벌리 클라크(Kimberly-Clark)는 마케팅 직원이 고객의 집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유아용 입는 기저귀에 대한 엄마들의 니즈를 간파할 수 있었다. 동사는 이러한 고객 관찰 결과를 신제품개발과 연계하여 큰 성과를 창출할 수 있었다.

고객을 연구하는 전담 조직을 운영하는 것도 기업이 고객을 이해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P&G의 경우, 2000년 초 고객 중심 경영을 가속화하기 위해 전 세계에 20여 개의 혁신 센터를 운영했다. 이 조직은 고객이 상품을 구매하는 시점과 고객이 구매한 제품을 사용하는 시점을 면밀하게 연구하는 것이 주된 역할이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통해 건강, 미용 사업 분야에서 고객의 니즈에 적합한 상품을 출시하였고, 높은 수익 성장 효과를 창출했다고 한다.

또 다른 방법으로, 신제품 개발 시 연구 개발 부서 뿐만 아니라 여러 기능의 부서들을 함께 참여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마케팅과 영업 부서는 고객이필요로 하는 기술과 경쟁사의 동향에 대한 정보를, 생산 부서는 좀 더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연구 개발 부서에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도기기를 만드는 기업,모엔(Moen)은 좀 더 빠르게 소비자니즈에 가까운 제품을 만들기 위해다양한 부서의 인력들로 개발팀을 구성하였다. 이 전략 덕분에 동사는 신제품 출시 기간을 기존에 비해 3배 정도 줄일 수 있었고 다양한 소비자들의 니즈도 충족시킬 수 있었다. 그 결과 동사는 시장 점유율 3위에서 1위로 급부상할 수 있었다.

2.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작성하라

긴장하는 조직은 변화를 예측하고 인식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그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준비한다. 시나리오 기법은 당초 1950년대 군사 전략에서 사용되던 방법으로서 1970년대 후반부터 기업 경영에 접목되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미래학자이자 경영전략가인 피터 슈워츠(Peter Schwartz)는“미국에서 실시한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 기업 중 시나리오 기법을 경영 전략 수립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기업이 약 31%에 이른다”고주장하기도 했다.

시나리오 기법이 기업 경영에 실제로 적용된 대표적인 사례로 석유업체 로열 더치 셸(Royal DutchShell)을 꼽을 수 있다. 동사는 시나리오 기획을 담당하는 전담 부서를 설치하여 유가가 안정적이던 1968년 중동의 산유국들이 미국의 이스라엘지원에 반발해 정치적으로 협력할 수 있다는 가설을 바탕으로‘에너지 위기 시나리오’를 작성했다. 당시 그리 주목 받지 못했던 이 보고서는 1973년 중동 전쟁으로 에너지 위기가 닥치자 그 효력을 발휘했다. 동사는 미리 준비된 시나리오에 따라 석유 파동 발생 시 경쟁사에 비해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었고, 이를 계기로 업계 2위로 도약할 수 있었다.

이처럼 오늘날과 같은 불확실한 환경에서 시나리오는 기업에게 변화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키우고, 실제 위기 발생 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기업이 평소에 이런 경영 시나리오를 준비하려면 셸의 사례와 같이 전담 조직을 구성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 보다는 모든 구성원들이 자기가하고 있는 일에 대해 나름대로의 시나리오를 구성해보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영자가 구성원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출현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 예기치 못한 위기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여기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3. 주기적으로 자기 진단을 실시하라

외부의 변화에만 몰입하다 보면 자칫 내부를 소홀히 할 수 있다. 주기적으로 내부를 살피고 위협 요인들을 찾아 사전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록스를 예로 들어 보자. 제록스는 1983년 ‘품질 제일’ 운동을 전사적으로 실시하면서 전면적인 품질관리에 돌입한 적이 있다. 약 7만 명의 직원이 6일간의 품질 관리 교육에 참여하였으며, 리더들은 새로운 변화가 현업에서도 적용될 수 있도록 솔선수범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갈수록 개선의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자체 조사 결과, 소수의 직원들만이 의사 결정 과정에서 품질을 최우선 순위로 고려할 뿐 나머지는 관행을 답습하고 있었다. 결국 실행력이 뒷받침 되지 않은 것이 변화를 더디게 만든 주된 이유였다.

경영진은 회사의 경영 방침이나 전략 방향이 구성원들에게 충분히 전파되어 체화되고 있는지 진단을 해야 한다. 임직원 설문 조사나 내부 진단 팀을 구성하여 활용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이를 통해 각종 제도나 시스템이 전략 방향에 적합한지, 조직문화에 변화가 필요하지는 않은지 진단해 볼 수 있을 것이다. IBM, HP 등 글로벌 기업들도 주기적인 임직원 설문 조사와 결과 분석을 통해 내부를 살피고 있다고 한다. 외부 컨설팅 업체를 활용하여 조직 진단을 실시해 보는 방법도 있다. 외부의 시각에서 조직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지, 내부 역량이 경쟁사에 비해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평가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4. 내·외부 자극을 이용하라

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한 만큼 잠시 넋을 잃거나 현상만 유지하려고 한다면 시장에서 도태되기 십상이다. 이를 방지하려면 조직을 이끄는 리더뿐만 아니라 조직 분위기 또는 구성원 의식 속에 적절한 긴장감이 살아있어야 한다. 그 중 한 가지 방법으로 내·외부 자극을 이용하는 것이 있다. ‘메기로 청어를 긴장시킨 어부’ 이야기가 조직 내 자극의 유용성을 잘 설명해 준다고 할 수 있다.

북해에서 청어를 잡아 육지로 운송하는 어부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장시간의 운송 시간 동안 청어의 신선도를 어떻게 유지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이 고민거리를‘메기’로 해결한 어부가 있었는데, 이 어부는 청어가 담긴 수조 속에 항상 메기 한 마리를 넣었다고 한다. 메기가 청어를 잡아먹기 위해 헤엄쳐 다니는 동안 청어들은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아나야 했는데 이런 긴장감이 청어들의 긴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었다고 한다. 조직 내부에도 이런 긴장감이 살아있으려면 ‘메기’같은 인물이필요하다. 이들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핵심 인재’, ‘ 스타 직원’ 이라할 수 있는데 탁월한 역량 발휘와 성과 창출로 다른 직원들의 역할 모델이 되기도 하며 경쟁 의식을 자극하기도 한다.

이런 인재들은 내부에서 육성할 수도, 외부에서 확보할 수도 있다. P&G는 내부 육성을 통해 인재들을 길러내는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이다. 동사는 창업 이후‘내부 육성과 모든 직원의 CEO화’를 중시했다고 한다. 이런 전략은 인재의 유실을 방지하면서도 적절하게 경쟁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한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MS)는 적극적으로 외부에서 인재를 확보하려고 노력하는 기업이다. 외부에서 인재를 발탁함으로써 내부 구성원들의 경쟁 의식을 고취시키는 한편 조직 내 관행들을 깨뜨리고자했던 목적이 강하기 때문이다. 리더들이 어떤 방식을 선택하던 아니면 두 가지방식을 병행하던 중요한 것은 내부 구성원들이 현실에 안주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내·외부 자극에 노출시키는 것이다.

지나친 긴장이 스트레스가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조직에 긴장감이 없는 것도 문제이지만 긴장감이 지나친 것도 결코 좋은 것은 아니다. 적절한 긴장은 조직을 건강하게 만들지만 지나친 긴장감 유도는 구성원들의 반감을 유발하여 조직에 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려면 효과적인 리더십 발휘가 필수적이다.

무작정 리더가 구성원들을 몰아붙이기 보다는 조직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설득함으로써 공감대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이대로 가다가는 조직의 미래가 없다. 변화에 항상 깨어 있어야한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구성원들에게 전달하며, 자발적인 참여를이 끌어내야 할 것이다. 이것이 건강한 긴장감으로 조직의 생명력을 길게 유지하기 위해 리더가 신경 써야 할부분이다...조범상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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