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경기불황에 전 산업 구조조정 중…
국내외 경기불황에 전 산업 구조조정 중…
  • 곽승현
  • 승인 2008.12.02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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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부문 축소… 인력감축으로 이어져 글로벌 경기침체가 야기한 국내외 경기불황으로 국내 기업들의 86%가 내년에 구조조정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경제연구원이 국내 주요기업 85개사의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대상으로 내년 경영계획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자산매각ㆍ아웃소싱ㆍ인력감축 등 전방위에 걸친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구조조정 방법을 보면 ‘사업 부문을 매각하겠다’고 응답한 기업은 4.6%에 그친 반면 자산매각(32.3%), 아웃소싱(32.3%), 인력감축(30.8%) 등 현재의 사업규모를 축소하겠다고 밝힌 기업이 90%를 웃돌았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신규투자나 채용규모는 올해와 비슷하거나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 5곳 중 4곳이 내년 투자규모를 올해와 비슷하게 유지하거나 줄일 방침이라고 답했으며 10곳 중 9곳은 내년 채용규모를 올해와 비슷하게 하거나 줄이겠다고 밝혔다.

자동차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 물량은 26만882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감소했다. 국내 판매량도 10만5722대로 전년 동기 대비 0.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자동차업계의 감원감산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GM대우의 10월 수출량은 전년 같은 달보다 11.5%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앞으로도 상황이 악화된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라는 것이다. 이에 수출 주문량을 감안, 내년 3월까지 부평ㆍ창원ㆍ군산공장 라인 조업을 일부 중단하고 나머지 공장에 대해서도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한다.

GM대우는 과거 대우차 시절인 2001년 2월 생산직 1,750명이 정리해고 되고 회사 형편이 조금씩 나아지면서 1,605명이 복직했다. 하지만 국내외 판매량이 크게 줄면서 과거와 같은 일이 되풀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르노삼성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프랑스 본사로부터 매니저급 이상의 관리직 인원에 대한 희망 퇴직자를 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자동차 업계의 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전 임직원에 대한 인력 조정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쌍용자동차는 생산량 감축을 위해 잉여 인력 350명에게 유급 휴직을 제공하고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소형차 생산의 선전으로 미국 공장 생산량을 1만5000대 정도 줄인 것 외에는 아직까지 감원, 감산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조만간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건설 대형건설사들이 경기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조직 개편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인원감축에 돌입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일부 대형건설사와 중대형건설사들이 연말까지 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있거나 받을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림건설은 지난 8월 임직원 40여명을 감원한데 이어 기존 핵심 조직을 통합하면서 간부와 영업조직 중심으로 70여명의 직원을 줄였다. 한 대형건설사의 경우 1000명 감원을 목표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는다는 소식이 돌면서 직원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조선 지난해까지 조선업종은 호황이 지속되면서 중소 조선업체의 설립이 크게 늘었지만 경기침체로 선박 수주가 급감하면서 상당수 중소형 업체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다. 조선협회 관계자는 “지난 1~2년 새 20여개 업체가 선박 건조 사업에 뛰어들었고, 기존 중소형 조선업체들도 생산설비를 증설했다”며 “하지만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신용경색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데다 조선업 경기마저 나빠져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이미 하반기부터 조선업체의 부실 가능성을 우려해 신규 대출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로 중소형 조선업체에 대한 ‘옥석 가리기’를 통해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은 퇴출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은행 은행업계도 감원 조짐도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지난 9월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실시해 193명을 감축하고 영업점 업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본점 직원 140명을 영업점으로 내보냈다. 한국씨티은행도 연말까지 희망퇴직을 받고 있어 다른 시중은행도 인력 축소 대열에 들어설 전망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경영 상황이 악화되면서 인력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희망퇴직 등 다양한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 경영진은 임직원들에게 긴축경영 필요성을 수시로 강조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이종휘 행장이 직접 지역본부를 순회하면서 자구계획을 설명했고 '금융위기극복 결의대회'를 갖기도 했다.

식품 식품업계도 경기불황으로 인한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매출이 부진한 업체들은 공장을 폐쇄하고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으며 아직까지 매출 타격을 덜 받은 업체들도 생산라인을 통합하고 인원을 축소하는 등 조직 개편에 한창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몇 년간 누적적자가 쌓인 해태음료는 올 연말까지 커피류와 탄산제품을 제조하는 안산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안산공장에는 120여명의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또한 사무관리직을 포함해 직원들에게 희망퇴직을 받고 A/S부문과 물류 부문 업무도 아웃소싱하기로 결정했다.

기린도 자구책으로 10월 한 달 동안 희망퇴직을 받아 인원의 20%를 감원했다. 연말까지 영업중심의 2차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부산에 보유중인 토지를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오뚜기는 올 하반기 이후 석ㆍ박사를 포함한 연구소 인력을 27%가량 축소했고 삼양식품도 물류 수송을 일부 외주 업체로 전환해 사무직과 생산직 20명을 줄였다. 식품업계는 다른 업종보다 경기에 덜 민감하고 보수적이어서 좀처럼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 편이지만 심각한 경기침체가 아웃소싱 등으로 조직을 축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중소기업 중소기업 10곳 중 7곳 정도가 ‘이미 인력 구조조정을 했거나 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잡코리아가 직원 수 30인 이상인 중소기업 456개사를 대상으로 하반기 인력 구조조정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이미 끝마쳤다’(21.3%)거나 ‘진행 중’(12.7%) 또는 ‘진행할 계획’(34.0%)이라고 답했다. 전체의 68.0%가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것으로, 지난해 하반기(22.4%) 보다 세 배가 넘는다. 반면 ‘인력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는 기업은 32.0%에 그쳤다. 인력구조조정 방법으로(복수응답)는 ‘부서 통폐합으로 부서 재배치’(47.1%)와 ‘권고사직’(46.5%) 등이 주로 활용됐다. 이어 ‘명예퇴직’(16.5%) 신청을 받거나 ‘정리해고’(13.5%), ‘비정규직 감원’(12.3%)을 통해 인력구조조정을 마쳤거나 할 계획인 기업이 많았다. 인력구조조정을 하는 이유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가 62.9%로 가장 높고, ‘기업의 주요 사업이 변경돼서’(28.7%), ‘기업 규모의 축소’(17.4%)가 뒤를 이었다.

특히 올 하반기 기업의 인력구조조정 이유가 지난해와 다소 차이를 보였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 인력구조조정을 하는 기업이 지난해 대비 11.3%p 감소한 반면, ‘기업의 주요사업을 변경하거나 기업규모를 축소하기 위해서’ 라는 이유가 다소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잡코리아 김화수 사장은 “경기불황의 장기화 전망으로 기업의 생존력을 높이기 위해 긴축경영에 접어든 중소기업이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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