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일용직 노동자들 극심한 저임금, 차별개선 시급
학교 일용직 노동자들 극심한 저임금, 차별개선 시급
  • 승인 2003.05.2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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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초중고교의 비정규직인 일용영양사, 조리사, 조리보조원, 도서
관사서, 과학실험보조원들은 정규직과 확연히 차별되는 열악한 근무
조건 중에서도 방학기간에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 것을 가장 큰 불만으
로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여성노동조합과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가 지난 4월 한 달 간 실
시한 ‘학교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근로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
사 대상인 전국 11개 지역 4개 직종 학교 일용 여성노동자 2,369명
가운데 69.1%인 1,622명이 ‘방학기간에 임금이 지급되지 않아 생활
이 곤란하다’는 것을 열악한 노동조건 사항 중 첫 순위로 꼽았다.
이 외에도 ‘낮은 임금’, ‘정규직과의 차별’이 그 뒤를 따랐다.

이 같은 결과는 일용직인 학교 비정규직의 경우 봄,여름,겨울 등의
정규 방학에 임금을 한 푼도 받지 못 할 뿐 아니라, 학기 중에도 소
풍이나 운동회 등 학교 행사와 학교장 재량 임시휴일인 효도 방학이
끼어 있을 때도 일당이 삭감되어 상시적으로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9년 간 한 푼 오르지 않은 일급 2만8천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학교 비정규직의 하루 평균임금은 28,426원이었
으며, 직종별로 보면 경기도 지원금으로 채용하는 경기도지원사서가
33,400원, 그 외 시도 학교의 일용직 사서 31,913원, 일용직 영양
사 31,312원, 조리사와 조리원이 28,136원이었으며 과학실험보조원
이 가장 낮은 27,167원 이었다.

문제는 이렇게 낮은 임금 수준 뿐 아니라 일용직 형태로 고용하기 때
문에 ‘일하는 날’에만 임금이 지급된다는 것이다. 이들의 근무 일
수는 평균 255.11로 연봉은 725만1,757원에 불과하다. 가장 임금
이 낮은 비정규 조리원의 경우 666만4천원에 불과해 저임금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응답자들의 96.4%가 시간외 수당이나 상여금이 전혀 없다고
응답했는가 하면 연차휴가는 12.4%만, 생리휴가 역시 56%만 적용 받
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학 중 급여가 지급되지 못하는 것 이외에도
일용직 노동자에게도 당연히 적용되어야 할 근로기준법 각종 조항이
학교 비정규직에게 전혀 적용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인 것이다.

또한 이들은 한 학교에서 1년 이상 근무하는 경우가 72..8%나 되었
고 3년 이상 근무한 경우도 38.7%나 되지만 호봉인정이 되지 않기 때
문에 몇 년을 근무하든 승급의 개념이 없다. 심지어 한 학교에서 19
년을 근무한 한 일용조리사의 경우도 19년 동안 받는 일급이 2만8천
원으로 전혀 변화가 없었다.

일용영양사의 경우도 정규직이 초봉 1400만원에서 10년차가 되면
2,560만원으로 인상된 것에 반해 10년차 일용영양사의 경우 여전히
초임인 820만원을 10년이 지나도록 똑같이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정규직과의 임금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
다.

-학교 비정규직 차별문제, 공공의 문제로 봐야

전국여성노조와 한여노협은 이 같은 조사결과를 토대로 학교 비정규
직 여성노동자들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21일 국가인권위원
회 배움터에서 ‘학교 비정규직 여




여성노동자 근로실태 및 차별해소 방
안 마련 토론회’를 가졌다.

발제에 나선 전국여성노조 최순임 조직국장은 “학교 비정규직들은 상
시적인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만큼 단계적으로라도 정규직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며 “일시적인 정규직화가 어렵다면 차별해소
의 방안으로 시급하게 저임금을 개선하고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각 종
수당을 적용 받도록 해야 하며 특히 ‘방학 중 임금 미지급’에 대한
대책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박승흡 이사장 직무대행도 “방학
은 학교의 모든 노동자들이 양질의 교육을 위해 재충전할 수 있는 기
간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생존을 위협하
는 기간으로 전도되고 있다”며 “방학 중에도 학교가 필요할 때는 근
로를 하도록 되어 있다는 점으로 볼 때 사실상 방학기간에도 일용노동
자들은 학교와 사용종속 관계에 놓여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강
조했다.

역시 토론자로 참석한 교육인적자원부 조혜영 사무관은 “근본적으로
학교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하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이 사안은 교육인적자원부만의 문제가 아닌 인력과 예산편성을 하는
각 시도 교육청과 행정자치부, 노동부, 기획예산처 등의 범정부 차원
의 검토가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한계를 밝혔는데, 이에 대해 토론
회에 참가한 일선 학교 비정규노동자들은 ‘어느 부처에서도 학교 비
정규직의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떠 넘기기에 바쁘
다’며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안산의 한 학교급식 조리원은 “남편이 병으로 사망해서 5일 동안 휴
가를 갔더니 경조사비는커녕 일당과 주차휴가까지 깎여서 60만원 남
짓하던 월급마저도 40만원 밖에 받지 못했다”고 토로하며 “꼭 돈
문제가 아니라 비정규직에 대한 이 같은 차별은 ‘인간적인’면에서라
도 시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호소했다. 또한 이들 학교 비정규직
들은 “학교급식과 도서관, 과학실험 들이 ‘예산 때문에 집행하지
못 한다’는 핑계로 이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의 근무여건을 최악의 상
황으로 몰고 가는 것은 당장의 이익에 눈이 어두워 공교육을 망치는
행위”라며 정부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 ‘작은 정부’를 지향한 정부가 공무원수를 동결
하고 부족인원을 비정규직으로 채우기 시작했으며 감사원의 감사를 통
해 방학 중 급여까지 지급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 지금의 심각한 차별
문제로 불거지기 시작했고 이는 노동자들의 고용불안과 저임금으로 이
어져 작업능률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이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경기도 교육청 앞에서 매주 토요일
‘학교 비정규직 처우개선 촉구대회’를 갖고 있다. 요즘 아침 저녁
으로 들려오는 언론보도는 여기저기서 터져대는 ‘이익집단’들의 불
만과 단체 행동 때문에 엄청난 사회적 혼란이 오고 있는 것처럼 보도
된다. 학교 비정규직은 이날 조사된 4개 직종 외에도 기간제교사, 임
시강사, 사무보조원 등을 포함에 약 10만 명에 달한다. 한달 60만
원 남짓한 돈을 받으며 달력의 빨간 날인 휴일을 겁내고 방학에는 굶
어야 하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러한 행동들도 과연 ‘이익집
단’의 집단이기주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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