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하청 2년이면 정규직
사내 하청 2년이면 정규직
  • 김연균
  • 승인 2012.02.24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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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전환요구·관련소송 이어질 듯
사내 하청업체에서 2년 이상 근무한 근로자는 정규직 직원으로 봐야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년 넘게 근무한 하청업체 직원은 원청업체가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해 비정규직보호법(파견근로자보호법)의 적용을 받는 파견근로자로 인정해야한다는 것으로, 정규직 전환 요구 및 관련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23일 현대자동차 (215,000원 4000 -1.8%) 하청업체 직원으로 현대차 공장에서 일하다 해고된 최모씨가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및부당노동행위판정취소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최씨는 2002년 3월 현대차 하청업체에 입사해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일하다 만 3년이 지난 2005년 노조활동과 장기무단결근 등의 사유로 해고당하자 "원청회사인 현대차가 실질적 고용주로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소송을 냈다.

1·2심은 "사내하청은 적법한 파견근로자로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0년 7월 "2년 이상 근무한 현대차 사내 하청 노동자는 정규직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취지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인 서울고법은 지난해 2월 대법원의 파기 취지대로 원고 승소 취지로 판결했다.

당시 서울고법은 "현대차는 최씨에 대한 일반적 작업배치권과 변경 결정권을 가진 채 구체적인 작업 지시를 했다"며 "하청업체 현장관리인 등이 최씨에게 지휘명령을 행사했더라도 이는 현대차가 결정한 사항을 전달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시했다.

이번 대법원의 확정 판결에 따라 현대차 뿐 아니라 사내하청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조선·철강·전자 등 제조업체 전반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가 2010년 300인 이상 기업 1939개소를 조사한 결과 41.2%의 사업장에서 사내 하도급을 활용하고 있으며 사내하도급 근로자수는 32만6000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24.6% 에 달한다.

특히 조선(61.3%) 철강(43.7%), 화학(28.8%), 기계금속(19.7%) 등이 자동차(16.3%) 업종 보다 사내하도급 근로자수가 많았으며 전기전자는 이 비중이 14.1%였다.

한국경영자총회(경총) 관계자는 판결 직후 "경영계는 도급계약을 통한 기업 간의 정당한 업무분업마저도 불법파견으로 판단한 것은 산업현장과 노동시장의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노총은 "이번 판결로 원청으로부터 직접적인 노무 지휘를 받고 있는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의 기회가 마련됐다"며 "제조업에서 사실상 관행으로 묵인되어온 불법파견이 금지되고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고용상의 차별이 철폐되는 길이 열렸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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