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콜센터, ‘진상 고객’ 대처 강화
카드사 콜센터, ‘진상 고객’ 대처 강화
  • 김연균
  • 승인 2012.03.06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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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원이 먼저 전화 끊도록 지침 바꾸기도
하루에도 100통 이상 고객 전화를 응대해야 하는 카드사 콜센터 직원. 정상적인 전화 응대만도 버거운데 갈수록 성희롱이나 폭언 전화까지 늘면서 감정노동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고 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이른바 ‘진상 고객’들의 전화가 카드사마다 한달 평균 50~80건에 달한다.

그래도 지금껏 콜센터 직원들은 제아무리 인격을 무시당하고 욕을 먹어도 응대 요령상 먼저 전화를 끊을 수 없었다. 진상 고객들일수록 나중에 매우 악의적인 민원을 제기하기 때문에 회사 전체가 타격을 입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조처였다. 고작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전화 떠넘기기’.

카드사 관계자는 “경험이 많은 선배나 남자 직원을 연결해주고, 그래도 통하지 않으면 관련 팀장이 직접 나서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최근엔 카드사들이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올 들어 막말 고객들에게 형사 처벌 가능성까지 언급하는 경고성 안내를 하고 있다. 성희롱을 하는 고객에게 상담원이 두 번의 구두 설명을 해도 변화가 없으면 전화는 바로 자동응답시스템(ARS)으로 연결된다. 그리고 곧바로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을 지속적으로 사용할 경우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12조에 해당하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는 안내 음성이 나온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는 최근 트위터에 “민원지수가 떨어져도 어쩔 수가 없다. 선진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올리기도 했다.

KB국민카드와 롯데카드도 업무와 무관한 얘기를 하는 고객들에게 설명을 한 뒤 상담원이 먼저 전화를 끊을 수 있도록 지침을 바꿨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직원들 보호는 물론이고, 성희롱 또는 욕설로 인한 콜 센터의 업무 지연 방지를 위한 자구책”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카드사들은 아예 이런 블랙컨슈머들만 따로 응대하는 전담반을 운영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성희롱 또는 욕설로 인해 심리적 상처를 입은 상담원들에 대한 사후조치는 미흡한 편이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간한 ‘콜 센터 텔레마케터 여성 비정규직 인권 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객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한 직원들은 ‘잠시 휴식을 취한다’(47%), ‘다음 전화에 집중한다’(21%)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카드사 관계자는 “고객전화를 먼저 끊을 수 있게 하거나 경고성 안내를 도입하는 건 환영할 일이지만 피해를 입은 직원들을 돌보는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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