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경비·청소 노동자들 임금체불 잦아
서울대 경비·청소 노동자들 임금체불 잦아
  • 김연균
  • 승인 2012.10.15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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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경비원인 박모씨(62)는 지난해 용역업체로부터 20여만원의 연차와 특근 수당을 받지 못했다. 박씨처럼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국제교육관 담당 경비·청소원들은 43명이다. 이들이 받아야 할 돈은 1000만원이 넘는다.

이들은 고용노동부와 법원에 진정과 소송을 냈다. 지난 5월 서울남부지법은 해당 업체에 돈을 지급하라는 이행권고결정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6월 업체 대표를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없다. 업체 관계자는 “이미 노조에서 요구한 대로 돈을 지급했고 서울남부지법 판결에 대해선 이의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공대 담당 경비원 22명이 임금계약서에 명시된 기본급 98만원보다 적은 93만~95만원만 받아 논란이 됐다. 서울대 경비·청소원 일반노조는 업체와 학교 측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지금껏 돈을 받지 못했다.

노조 관계자는 “지난해 또 다른 단과대 경비·청소원들도 유사한 사례를 당했다”며 “체불액이 적거나 노동자 개인이 대응할 방법을 몰라 외부로 알려지지 않은 사례는 더 많다”고 말했다.

서울대 경비·청소원들의 임금체불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대학 측은 용역업체와 노동자들의 문제라며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문제가 일어나는 이유는 1년마다 단과대별로 용역업체를 교체하는 서울대의 용역관리제도와 그때마다 재계약을 해야 하는 경비·청소원들의 비정규직 신분 때문이다. 서울대가 계약한 경비·청소용역업체는 22개나 된다. 418명의 경비·청소원들이 22개 업체에 따로 고용돼 있다.

서울시내 다른 대학이 많아야 5개인데 반해 서울대는 유독 업체 숫자가 많다.

류남미 공공운수노조 미비국장은 “대학들이 경비·청소원들이 늘어나 노조를 결성하면 용역업체 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노조 조직력을 와해시키곤 했다”고 말했다.

서울대 본부 관계자는 “서울대는 운영·관리상의 이유로 22개 단과대가 개별적으로 용역업체를 고용하기 때문에 다른 대학보다 업체 수가 많다”며 “대학 본부가 업체별로 발생하는 문제를 모두 알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노조가 있는데 임금체불은 있을 수 없다. 그런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경비·청소원들이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는 비정규직이라는 점도 임금체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요인이다. 계약이 끝나면 노동자들은 자동으로 해고되고 업체는 사라진다. 서울대는 새 업체와 계약을 맺고 노동자들은 새 업체에 고용돼 일할 수 있길 기다려야 한다. 박씨는 “과거에도 임금 체불 사례가 수도 없이 많았지만 문제를 제기했던 경비나 청소원들 중 재계약을 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 다들 불만을 얘기하는 것을 꺼린다”고 말했다.

노조 관계자는 “노동자들은 불이익이 두려워 문제제기를 못하고, 업체는 계약기간이 끝나면 사라지고, 대학본부는 자기들 소관이 아니라고만 하는 가운데 임금체불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류 국장은 “홍대 청소노동자들의 사례에서 보듯 서울대 청소·경비노동자의 임금·고용불안을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주체는 원청업체인 대학 측”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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