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은 ‘인력아웃소싱’, 도급은 ‘위탁경영’으로
‘용역’은 ‘인력아웃소싱’, 도급은 ‘위탁경영’으로
  • 김연균
  • 승인 2013.12.30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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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16일 ‘바른 용어를 통한 사회통합 모색’이란 주제로 한국경제연구원이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주최한 2차 토론회가 열렸다.

우리나라 정치, 역사, 복지, 문화 분야에서 사회갈등을 부추길만한 소지가 큰 용어들을 이제부터는 바르고 정확한 개념의 신용어로 새롭게 바꾸어 쓰자는 바람직한 두 번째 시도였다.

특히 (정부나 여/야 정치권, 언론사나 시민 단체 등) 특정집단이 자신들만의 사리사욕만을 추구하기 위해 국민의 눈과 귀를 현혹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맨 처음 조어(造語),작명(作名)했던 왜곡된 용어들을 바로 잡자는 취지이다.

지난 5월 1차 토론회에선 ‘자본주의’를 ‘시장경제’로, ‘과당경쟁’을 ‘시장경쟁’,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기업의 사회적 공헌’으로, ‘재벌’을 ‘대기업집단’ 등으로 새롭게 바꿔 쓰자는 주장이 있었다. 그런데 이날, 한경련 2차 토론회에서 제기된 ‘기존용어’와 새롭게 대체하자는 주요한 ‘신용어’를 알아본다.

‘경제민주화→경제적 평등추구’, ‘사회민주화→복지확충’, ‘보수와 진보→우익과 좌익’, ‘복지수요→복지욕구’, ‘복지투자→복지지출’ 또는 ‘복지재원 투입’, ‘무상교육→세금(국가)교육’, ‘무상급식→세금(국가)급식’, ‘사회보험 사각지대→사회보험 미적용 지대’로, ‘00문화제(文化祭)→시위현장 공연’으로 바뀌어야 하며 ‘민중예술’이란 단어는 ‘기층선동’으로 새롭게 바꾸어 쓰는 게 바람직하며 타당하다는 것이다.

일찍이 공자는 ‘정치를 하게 되면 맨 처음 무엇부터 하겠느냐’는 질문에 ‘맨 먼저 이름을 바로 잡겠다’고 답하면서 ‘이름과 실재가 일치하지 않을 때에 야기되고 초래될 수 있는 세상의 혼란’을 경고하면서 ‘정명론(正名論)’을 주창했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가상국 오세아니아’의 정부부처 이름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전쟁을 관장하는 ‘평화부’, 사상범죄를 관장하는 ‘애정부’, 배급량 감소만을 발표하는 ‘풍요부’와 온갖 정보를 통제하고 조작하는 ‘진리부’ 등의 4개 부처가 있는데 그 명칭을 왜곡시킴이 참으로 가관이다. 언어를 조작하고 새로운 용어를 만드는 학자, 사임(Syme)은 “언어가 완성될 때 혁명이 완수될 것”이라며 ‘전체주의 특성’은 ‘언어의 의미가 극도로 왜곡되고 통제되는 것’임을 특별히 강조했다.

어디 그 뿐이랴. 기업과 경제단체에서 지난 40여 년간 경영/인사/노무관리와 집단노동관계 일해 온 필자는 이제는 ‘노동복지용어의 대혁신’을 과감하게 실행할 때라고 두 손을 높이 들고 소리 높여 외친다.

우리나라 법률용어, 특히 노동관계법 용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본의 각종 법령에서 나오는 용어를 원문 그대로 베껴서 옮겨 놓은 게 수두룩하다. 살아생전에 큰 가르침을 주시던 노동행정의 한 달인은 일본 노동법전을 놓고서 좋게 말하면 벤치마킹, 아니면 원문 그대로 베끼다시피 해서 우리 노동법령을 만들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한 적이 있다.

어찌 보면 참으로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 어렵고 힘든 옛 시절의 현실을 참작하면 어느 정도 공감이 간다. 법률적으로 공식용어인 ‘실업자’, 구두 발에 밟힌듯 한 느낌을 준다는 ‘失職者(실직자)’란 말도 그렇다.

쉽게 말해서 ‘취업희망자’ 또는 직업을 구하는 ‘구업자(求業者)’라고 부르는 것이 모름지기 바람직하지 않을는지.

고용노동부 등 국가기관, 각종 언론과 산업현장에서 아무 생각없이 공용어로 쓰고 있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란 용어는 어떤가.

‘정규직’과 ‘非정규직’이란 노동 용어를 어느 누군가가 최초로 이 용어를 만들어 사회적으로 통용시켰을까.

이는 흑백논리를 바탕으로 사회갈등을 부추기려는 조어자(造語者)의 고의적인 불순한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 같아서 씁쓸하다.

‘무기(無期) 근로계약직 사원’이나 ‘한정(限定) 근로계약직 사원’으로 명명(命名)하며 부름이 어떨까? 산업현장의 근로자들이 싫어하는 ‘실(失)’자나 ‘비(非)’자로 시작되는 노동 용어들을 굳이 우리들은 꼭 써야만 할까?

고용노동부 산하의 ‘고용지원센터’라는 이름도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다수의 국민들의 눈높이와 감성에 맞추어 ‘취업지원센터’라는 신용어로 바꾸면 어떨까? ‘실업급여’라는 용어도 ‘(재)취업지원 격려금’이란 용어로 말이다.

‘청소원’을 ‘환경미화원’으로, ‘운전수’를 ‘운전기사’로, 목욕탕 ‘때밀이’는 ‘목욕관리사’로 명칭을 바꾼 이후 돈 들이지 않고 그들의 근로의욕 향상과 자긍심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때때로 필자에게 ‘어떤 일을 하십니까’하고 묻는 이들에게 ‘네! 인력아웃소싱 일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하면 (건물강제철거나 덩치 큰 보안요원을 동원하는 일을 하는 것처럼 지레짐작으로) 약간은 얕잡아 보는 듯한 표정으로 눈을 아래로 깔면서 ‘아~ 용역사업이군요’라고 말할 땐 그냥 마음속이 우울하고 답답하기만 하다.
옛날 일제 침략시대부터 탄광촌에서 일꾼들을 구할 때 쓰던 ‘덕대(德大)’라는 용어도 사라진지 오래인데, ‘용역’이란 용어는 이제 휴지통에 던져버리고 ‘인력아웃소싱(Manpower Outsourcing)’이란 용어로 쓰여 지길 간절히 바란다.

‘도급’이란 말도 ‘위탁경영’이라고 함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덧붙인다.
끝으로 수많은 위원회가 존재하지만 국가미래 사회발전을 위해서 강력하게 설치 운용을 제안하고 싶은 ‘위원회’가 있다.

대통령 직속기구 또는 국무총리실 소속 아니면 고용노동부 소속으로 정부가 주도하기보다는 민간인 중심인 노사정공 포럼 산하조직으로 가칭 ‘산업사회 용어(심의제정)위원회’ 또는 ‘노동복지 용어 위원회’를 상설 운영하여 사회/노동 용어의 왜곡으로 인한 극심한 폐해를 예방하고 잘못된 용어들을 바로 잡고 제대로 된 방안이 하루 빨리 마련되길 제안한다.
디지털 세상에서 잘 알 수가 없는 약자(略字)쓰기와 각종 외래어가 난무하는 판에 우리 말 표현방법 등도 함께 심의, 제정함도 바람직하리라.

물론 여기에는 국민총의를 모으기 위해서 ‘노(勞)/사(使)/학(學)/언(言)/정(政)/군(軍)’은 물론 한글학회 대표도 참가하는 순수한 목적의 위원회면 참 좋겠다.

끝으로 요즘 철도노동조합의 최장기 불법파업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농성 자들은 이마에 ‘투쟁’이라는 붉은 띠를 매고 있다.

어느 한문학자는 ‘투鬪’자는 원래 ‘투우鬪牛’, ‘투견鬪犬’, ‘투계鬪鷄’ 등 짐승들의 싸움에만 써지는 문자임을 강조한 바 있다.

굳이 억지로 쓴다면 우리 고유의 말인 노사 간의 ‘다툼’이라고 쓰자.
새 생명이 탄생하여 어린아이 이름을 작명할 때처럼 신용어를 만들 때에도 특별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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