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비정규직, 불안정한 일자리 머무는 시간 길어
프랑스 비정규직, 불안정한 일자리 머무는 시간 길어
  • 김연균
  • 승인 2014.10.10 1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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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통계청(INSEE)이 지난 9월 17일 발표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간접고용 혹은 계약직(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불안정한 일자리에 머무는 기간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결과는 ‘단기 계약직이 정규직으로 이동하는 가교 역할을 한다’는 기존의 생각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 연구에서 INSEE는 노동시장에서 근로자의 진입과 퇴출을 측정하며, 근로자들의 회전(로테이션)에 주목했다. 회전 수치 지수를 통해, 민간부문에서 지배적으로 나타나는 불안정성을 정밀하게 측정한 결과, 지난 30년간 프랑스의 노동력 회전율은 5배 가량 증가했다. 기업 내에서 ‘고용 및 해고(계약 중단 및 만료)’ 행위는 1982년 근로자 100인 기준으로 38회였던 반면, 2011년에는 177회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의 주된 원인 중의 하나는 기간제근로계약(CDD)의 확산이다. 그리고 2000년대에 두 가지 요소가 이러한 동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는데, 불안정 고용 및 근로계약의 다변화와 함께 그 계약기간이 짧아졌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간접고용의 경우 현재 평균 계약기간이 2주에도 미치지 못한다. 1982년 평균 계약기간은 한달 이상이었다.

비슷한 경향은 기간제근로계약(CDD)에서도 나타난다. 한 해 동안 체결된 고용계약 중 3개월 미만의 단기 근로계약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데, 그 비중은 1982년의 경우 40% 미만이었던 반면 2011년 80%를 넘어섰다.

이에 반해, 정규직 근로자의 비중은 1982년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 줄어들긴 했지만, 지난 10년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오늘날 민간부문의 정규직 비중은 87%에 이르며, 정해진 계약기간 없이 고용된 근로자가 같은 기업에 머무는 기간은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1982년의 경우 6년이었고, 이는 2011년 기준 평균 10년으로 늘어났다.

통계청은 이러한 변화를 ‘노동시장 경직화’의 한 형태라고 평가하고 있다. 노동시장의 한편에서는 2000년 이후 그 비중이 크게 변하지 않은 불안정한 일자리의 양이 고착되어 가고 있으며(불안정한 일자리의 계약기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위치에 놓인 근로자들이 다니던 회사를 떠날 의향이 점점 더 줄어드는 현상이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기간제근로계약(CDD)이나 간접고용 근로자가 1년 후 정규직(CDI)으로 이동할 확률은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연구의 저자들은 “안정적인 일자리와 불안정 고용이 서로 분리된 두 개의 영역을 형성하고 있으며, 특히 불안정 고용은 근로자들에게 일종의 덫이 되고 있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직업적 불안정성을 가장 높게 나타나는 계층이 15세 이상 24세 이하 청년세대라는 것은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들은 앞서 언급한 회전율 측면에서 매우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청년층에 비해 양호하지만 노년층의 상황 역시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60세 이상 근로자 중 기간제근로계약(CDD) 비중은 1990~1994년 기간 중 2%에 불과했지만, 2007~2011년에는 8%로 증가했다.

이에 대해 연구 자료는 “노년층들이 일자리를 떠날 경우, 영구적으로 직업활동를 중단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단기계약을 통해 정년 연령까지 일을 계속하기 위한 목적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한편, 회전율이 높은 직업군은 예술 및 공연 분야, 판매원, 요식업 부문 등으로 1990년대 초반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반대의 직업군은 은행, 보험업종의 관리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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