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서영 원장 –감정노동의 지혜] 감정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윤서영 원장 –감정노동의 지혜] 감정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 이효상
  • 승인 2017.08.23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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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서영 원장 감정노동해결연구소


▣감정연구소: 그리고 사회적인 인식의 변화도 필요하겠습니다. 현재는 감정노동에 대한 영화, 미디어가 대부분 비정규직, 고객의 갑질에 관한 내용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 감정노동의 의미는 ‘긍정적 감정노동’에 국한되어 있으며, 대상은 서비스 노동자에 관한 내용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죠. 광범위한 범위에서 감정노동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윤 대리: 감정노동의 광범위한 범위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감정연구소: 하나만 말씀드리면,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로 여겨져왔던 감정에 대한 문제를 하나의 노동과정으로 새롭게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노동의 과정 중 감정노동이 발생한 부분에 대한 인지가 필요하다는 거죠.

○윤 대리: 감정노동이 노동의 한 부분으로 인지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해는 되지만, 참 새롭네요.

▣감정연구소: 그렇죠. 빠른 경제성장에 초점이 맞추어졌던 우리나라는 아직도 기업을 위해 사원의 희생을 강요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급여에 포함되지 않는 초과근무, 퇴근 후 집에서도 일하는 것은 물론, “연봉제는 너의 24시간이 내 것이라는 의미”라고 말하는 상사가 있는 사회죠. 일명 갑질이라는 것도 제가 경험한 바로는 고객의 갑질보다 실제로 갑·을 관계라고 표현되는 계약관계에서 더 심한 감정노동을 겪게 됩니다.

고객센터 아웃소싱 업체에서 근무할 당시, 계약 회사의 대리가 30대 후반의 미혼 여성이었죠. 계약 후, 고객센터 이전 작업을 하게 됐는데 우연히 결혼 시기와 맞물렸습니다. 신혼여행을 다녀온 저에게 자신은 이전 작업 때문에 결혼을 미뤘는데 왜 꼭 이 시기에 결혼해야만 했냐며 다그쳤죠. 당시 그 대리는 애인이 없었던 상황인데 말이죠.

○윤 대리: 대단하군요. ‘미생’이라는 드라마에서 ‘오 과장’이 친구와의 계약을 위해 친구를 갑으로 대해야 하는 상황을 본 게 생각나네요. 왜 사람들은 ‘갑’이라는 상황으로 타인 위에 군림하려고 하는 걸까요?

▣감정연구소: 그 대리가 하던 행동을 보면 알 수 있죠. 그 대리는 위에 부장님 한 분을 모시고 계셨는데, 마치 왕을 모시듯 했습니다. 한번은 상담사를 위해 파티를 준비했는데, 당일 저희 팀은 오후에 할 파티를 아침 다과를 하면서 회의를 하고 있었죠. 갑자기 나타난 그 대리가 작은 거 하나라도 먹으려면 자신이 모시는 부장님을 먼저 챙겨야 하는 것 아니냐며, 대체 이 회사는 어디까지 자신이 예절을 가르쳐야 하냐면서 화를 냈습니다. 그 대리의 말에 의하면, 다과 하나, 인사 하나도 우선순위로 보면 항상 부장님이 먼저라고 했죠. 저희 팀에 머리가 희끗희끗하신 상무님도 계셨는데 말이죠.

○윤 대리: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니고, 30대 후반인 여성이 그렇게 행동했다는 것은 좀 충격적이네요. 사회적 인식 변화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겠어요.

▣감정연구소: 우리에게도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군요. 점심식사 하신 뒤, 오후에 다시 한 번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윤 대리: 그럴까요? 마침 출출하던 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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