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 CEO 칼럼]순간(瞬間)이 인생을 바꾼다.
[전대길 CEO 칼럼]순간(瞬間)이 인생을 바꾼다.
  • 김용관
  • 승인 2017.08.30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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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봤을까? 날 알아 봤을까?‘

어느 날, 종로 번화가를 걸어가다 앞에서 옛날 애인이 갑자기 나타나 1초 사이에 옆으로 스쳐 지나갔다.

당황해서 뒤를 돌아보지도 못하고 한 마디 말도 건네지 못한 심경을 노래한 유안진 시인이 쓴 9글자의 ‘옛날 애인’이란 명시(名詩)는 이렇게 탄생했다.

1초(秒)의 찰나(刹那) 속에 수많은 생각이 시인의 뇌리에 주마등(走馬燈)처럼 흘러갔으리라.

가수지망생인 이선희 씨가 여러 공연기획사를 찾아다니며 오디션을 보았는데 모두 불합격(不合格) 판정을 받고 허탈하게 나오던 중에 쓰레기통 속에 마구 구겨서 버려진 ‘J에게’란 악보를 순식간에 발견했다.

‘이 악보의 작곡가도 나처럼 퇴짜를 맞고 나오다가 화(火)가 치밀어 손으로 악보를 짓구겨서 쓰레기통에 버렸나보다’란 생각이 들어 이를 집어 들어 편곡해서 강변가요제에 출전했다.

행운의 여신이 그 녀를 도왔는지 MBC 강변가요제 대상(大賞)을 받고 가수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김이곤 극동아트TV 총괄음악감독은 전한다.

이선희 여가수가 그 때에 쓰레기통에서 ‘J에게’란 악보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어찌 되었을까? 1초(秒)라는 순간의 찰나(刹那)가 운명을 바꾼 것이다. 그런데 1984년 MBC강변가요제 담당PD(Production Director)가 필자의 고교동창, 이기호 춘천MBC 前사장이었음을 뒤늦게 알았다.

그리고 시간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이야기를 찾아보았다.

한 평생 시계를 만든 시계명장(時計明匠)이 자기 아들의 성인식(成人式)에서 자신이 정성들여 만든 예쁜 시계를 선물로 주었다.

그런데 그 시계의 시침(時針)은 구리(銅), 분침(分針)은 은(銀)이었으며 초침(秒針)은 금(金)이었다. 시계명장(時計明匠)의 아들이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버지, 왜 시침은 구리, 분침은 은, 초침은 금인가요?’

‘아들아, 초침은 가장 중요하기에 금(金)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초를 잃는 것은 모든 시간을 잃는 것과 마찬가지다.‘
‘초를 아끼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시간과 분을 아낄 수 있겠느냐?
세상만사가 1초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잊지 말거라. 아들아!

지금부터 성인으로서 단 1초라도 하찮게 허비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라‘며 시계명장(時計明匠)은 아들의 왼 손목에 세상에 단 하나 뿐인 명품 시계를 채워주었다.

순간이 인생을 바꾸는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얼마나 오랫동안 열심히 발레연습을 했으면 10개의 발가락 모두가 휘고 꺾여서 관절염 환자처럼 볼품이 없기로 유명한 국립발레단 강 수진 예술감독의 “한 걸음을 걸어도 나답게”란 책에서 그 녀의 인생을 바꾼 사건에 눈길이 간다.

강 수진 감독은 ‘무용계 아카데미상’이란 ‘브누아 드 라당스’란 최고 여성 무용수상(舞踊手賞)을 수상하고 최고의 명장(明匠) 예술가(藝術家)에게만 주는 독일 ‘캄머 탠저린(궁정 무용가)’에 뽑혔으며 스위스 로잔 콩쿠르에서 우승을 한 세계적인 발레무용가다.

그 녀가 발레 연습에 몰두했던 중학교 3학년 때 ‘마리카 베소브라소바’ 모나코 왕립 발레학교 교장선생이 한국을 방문해서 강 수진 학생의 부모에게 ‘100,000명 발레리나 중에서 한 명 나올까 말까해요. 수진 학생을 더 큰 세상에서 발레를 배우도록 저를 믿고 유학을 보내주세요’라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유학을 권유했다.

이렇게 해서 세계 최고의 강 수진 발레리나가 탄생하게 되었다.

1초의 순간 속에 인간의 중대사(重大事)가 결정되는 일이 많다.
어떤 사람과의 우연한, 순간적인 만남이 사람의 인생을 바꾼다.

가수 이 선희 씨와 발레리나 강 수진 감독의 인생처럼 말이다.

번개처럼 스치는 깨우침이 성자(聖者)를 만들고 명작(名作)을 낳는다.

전 대 길
(주)동양EMS 사장
국제PEN클럽 한국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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