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영업 정지... PDA업계 급속 냉각
이동통신 영업 정지... PDA업계 급속 냉각
  • 승인 2002.11.30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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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개발비용과 광고 홍보비용을 포함해 직접 비용만 100억원
정도가 들어갔는데 손해가 막심합니다. 기회비용과 고객 불만까지 포
함하면 피해를 측정하기도 힘들어요.”

강희준 대양이엔씨(대표 이준욱) 기획팀장은 ‘망연자실’이란 말로
상황을 설명한다. 올 초부터 11월을 목표로 준비해 온 신사업이 이동
통신 영업정지로 중대 기로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학습보조기구 엠
씨스퀘어로 유명한 대양이엔씨는 ‘모띠’라는 신사업을 준비해왔었
다.

‘모띠’는 전용 PDA폰을 통해 각종 온라인 학습은 물론, 기존 엠씨
스퀘어의 기능까지 갖춘 새로운 학습도구. 대양 측은 이미 엠씨스퀘
어를 사용하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모띠로 전환할 경우, 보상해 주겠
다는 대대적인 마케팅 활동을 전개해 왔다. 문제는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한 SK텔레콤이 11월 21일부터 한달 간 영업정지를 먹은 데 있다.
서비스 시판 시기와 영업 정지가 겹쳐 시작단계부터 완전히 어긋난 셈
이다.

강 팀장은 “이미 예약 가입자만 1만명을 넘어섰다. 일일이 전화를 하
며 양해를 구하고 있지만 고객 신뢰는 무너져 버렸다. 직접적인 금 전
적 피해도 문제지만 소비자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지 난감하다”고 토
로했다. 그는 “본격적인 사업은 12월 20일이 넘어야 가능한데 ‘ 시
험기간 다 끝나고 무슨 소용이냐’는 항의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고 덧붙였다.

▶PDA 업체 영향 큰 이유는:

지금까지 국내 PDA 업계는 포스트 PC의 대명사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
게 시장형성이 안된 게 사실이다. PDA업계는 올해 시장 규모를 15만
∼20만대까지 예상했으나 단순 기능의 PDA가 국내에서 인기를 끌지 못
하면서 최근까지 판매가 당초 목표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어
려움을 겪어왔다.

업계에선 올 연말 쯤 휴대폰과 인터넷 기능을 합친 50만∼70만원대 P
DA폰들이 시판되면서 ‘대목’을 기대했다. 올 연말과 연초를 국내에
PDA 폰의 출발점으로 삼은 것. 대부분 PDA 제조업체들은 이동전화회
사별로 전용 PDA폰을 공급하기 위해 올 초부터 상당한 자금을 쏟아 부
었지만, 투자비를 회수해야 하는 시점에 영업정지를 맞았다.

실제 100여사가 난립하고 있는 소규모 개발회사들은 존립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서울의 T벤처 빌딩과 S벤처 타운 등에 밀집해 있는 이들 소
규모 개발 전문 회사는 판로가 사실상 막혀 심각한 상황이다. 영업 정
지가 자금사정 악화로 이어져 일각에선 연쇄도산 우려도 제기된다.

직원이 20명에 이르는 C사는 개발 전문회사로 OEM을 통해 일부 판매
도 하고 있다. 이 회사 임원 말. “연말 특수를 노리고 올 초부터 60
억원 이상을 들여 무선용 PDA 신제품을 개발해 왔다. 연말에 본격적
인 마케팅에 들어갈 예정이었는데 판매 손실에다 자재비용 독촉마저
심각하다. 도산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소 PDA폰 업체들이 1~2개 통신업체에 집중적으로 납품하고 있어 자
구책 마련도 쉽지 않은 상태다. 일부 발빠른 PDA폰 업체들이 여유 자
금을 단말기 임시 개통에 쏟아부었지만 차기 모델을 위한 재료 확보
를 위해 자금을 쓴 업체들은 이조차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용구 스마트솔루션스 사장은 “연말 연시 특수가 기대되는 상황에
서 영업 정지가 돼 아쉽다”면서 “PDA폰 시장이 시작 단계에서 위축
된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밝혔다.

▶얼마나 손해 보나:

업계 전체로는 4분기에 신규 PDA폰만 약 5만∼7만대 판매를 예상했지
만 절반 정도에 그칠 것으로 내다본다. 업체별로는 영업 정지 기간 동
안에 50% 이상의 매출 감소도 예상된다며 울상이다. 예상 피해 규 모
는 업체에 따라 줄잡아 10억∼20억 정도에서 최고 50억원 이상의 직
접 피해가 예상된다.

PDA폰을 전문 생산하는 W사 임원은 “PDA 매출의 절반 정도는 법인 영
업용이다. 법인영업은




번호를 따야 하는데 영업정지로 타격이 크다 ”
고 지적했다.

SK텔레콤에 전용 폰인 ‘포즈’를 공급 중인 싸이버뱅크 측은 11월과
12월을 통 털어 2억∼30억원 손해가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 회사 이
승현 팀장은 “내년 초를 목표로 016, 019를 대상으로 하는 포즈 신
형도 준비했는데 이마저도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SK 텔레콤
을 통해 ‘넥시오’를 공급해온 삼성전자도 당분간 판매를 포기했다.
또 내년 초 포켓 PC 운영체계를 탑재한 신제품을 선보일 계획이었지
만 이마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2, 3군데 이통사에 납품하는 업체들은 그나마 타격이 덜한 편이지만 1
개 업체에만 납품하는 업체들은 발만 구르는 실정이다.

SK텔레콤에 월 평균 1만대 이상을 납품하는 제이텔은 내년 1월 공급
물량까지 부품 주문을 끝낸 상태에서 주문량 재고 처리에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TF에 납품하는 스마트솔루션스는 영업 정지 기간
에 매출의 25% 정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7월에 신제품
을 내놓은 B사 관계자는 “유통 쪽에서 물량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본
다”면서 “올해 매출 목표 100억원에서 최고 20억원 감소를 각오하
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망은:

PDA 업체들의 어려움에 대해 이동통신사들은 일단 ‘앓는 소리’로 일
축한다.

KTF 홍보실 측은 “지금까지 이동통신 업체들이 대신 영업을 해준 게
얼마냐”며 “협력업체들이 통신 서비스 업체들을 도와줘야 하는 상
황”이라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영업정지에 들어가기 전에 가입자
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협력업체들이 이동통신 3사를 돌아가
면서 영업하면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대양이엔씨 관계자는 “이유야 어찌됐건 정통부의 정책 결정사항으로
이뤄진 일이라 (통신사에게)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요구하기도 힘들
다 ”고 털어놓았다.

일부에선 이번 영업정지로 PDA폰 업계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
위기론’도 내놓는다. 지난해 적자만 100억원대에 이른 M사 관계자
는 “광고나 홍보비용을 포함하면 개발비가 50억∼60억, 많게는 100
억원대에까지 이른다”면서 “올해 시장 활성화를 바탕으로 흑자 전
환이나 적자 보전을 생각하던 기업들이 모두 포기한 상태”라고 토로
했다. 이 관계자는 이동통신사들의 적극적인 보상도 요구한다

“사실 SK텔레콤은 답답할 게 하나도 없다. 한 달 정도 신규가입을
못 받는다고 해서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특히 임시 개통 물량이 상
당하기 때문에 가입자를 받는 데에도 어려움이 없다. 단말기, PDA 업
체들만 애꿎은 피해를 보게 됐다” 오히려 각종 보조금과 마케팅 비
용의 감소로 충분한 이익을 내고 있는 이동통신 회사들에게는 이익이
라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등 대기업 공세도 문제다. 삼성전자, 한국HP 등 대기업은 내
년 초부터 시장 공세를 강화할 작정이다. 중소 PDA폰 업체로선 ‘ 사
면초가’에 처한 셈이다.

PDA 업체들은 현재 산자부에서 추진 중인 PDA 보조금 허용 법제화에
기대를 걸고 있는 실정이다.

이승현 싸이버뱅크 기획팀장은 “이통사의 영업정지 시기 결정이 늦
어져 PDA업계가 생산일정을 맞추지 못하는 등 피해가 더욱 커졌다”
면서 “PDA폰 보조금 지급 예외 조항을 마련하는 등 대책이 필요한 시
점”이라 말했다.

【잠깐 용어】

PDA(Personal Digital Assistant):휴대용 컴퓨터의 일종. 손으로 쓴
정보를 입력하거나 개인 정보관리, 컴퓨터와의 정보 교류 등이 가능
한 휴대용 개인정보 단말기를 말한다. 초기에는 계산이나 일정 관리
등 제한된 용도로 사용되다가 정보통신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포스트 PC’의 대명사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에는 무선 통신망과 인
터넷에 접속이 가능해지면서 새로운 데이터 통신 기기로도 활용이 넓
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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