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권고사직의 공포' 조기퇴직 늘고 신입 채용 줄고...불황에 몸집 줄이는 기업들
[초점] '권고사직의 공포' 조기퇴직 늘고 신입 채용 줄고...불황에 몸집 줄이는 기업들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3.02.10 0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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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중심으로 부는 권고사직 열풍...팀 해체도 비일비재
정년 임박한 55세~64세 근로자 중 정년퇴직은 9.6%에 불과
대기업 세 자릿수 채용 줄이며 채용 규모 축소...해고 늘어도 고용은 안늘어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 속에 불안정한 경영 환경이 계속되면서 기업들이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다. 반면 신규 채용 규모는 계속 줄고 있어 청년층과 중장년층 모두를 아우르는 실업난,구직난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 속에 불안정한 경영 환경이 계속되면서 기업들이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다. 반면 신규 채용 규모는 계속 줄고 있어 청년층과 중장년층 모두를 아우르는 실업난,구직난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글로벌 경제 위기가 계속되면서 기업들의 인사 운영이 심상치 않다. 경영이 안정기에 접어들지 못한 스타트업은 경영 불안을 이유로 한 '권고사직'이 대기업과 중견기업에서는 희망퇴직과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직장인 중 정년퇴직까지 회사에 소속되어있는 비중은 단 9.6%라는 조사 결과가 나온 가운데, 기업들은 이미 채용한 직원들의 감축 뿐 아니라 향후 신규 채용 규모까지도 대폭 줄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불고 있는 퇴직 붐이 다른 인재를 뽑기 위해 기존 인력을 재정비하는 과정이 아니라 말 그대로 기업의 몸집 줄이기에 입각한 결과인 셈이다. 결과적으로 퇴직을 겪거나 구직을 준비하고 있는 근로자들이 몸 담을 수 있는 터전 자체가 좁아지면서 취업난과 취약계층의 생계 위기가 더욱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오늘은 출근, 내일은 퇴직 준비하러 갑니다
최근 심화되고 있는 고금리, 경기둔화, 물가 상승은 개인에게만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다. 가계 생활이 어려워지면 속된 말로 허리띠를 졸라 메듯 기업도 경제 불황의 여파를 고스란히 받으면서 긴축재정으로 위기 극복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기업이 가장 먼저 손질하고 있는 곳이 다름아닌 HR, 인건비 부분이다. 인건비는 기업의 판매관리비에서 지분이 가장 높은 요소 중 하나다. 불필요한 잉여 인력 뿐 아니라 팀이나 부서 자체가 사라지기도 하면서 직장인들은 권고사직의 공포에 떨어야 하는 상황이다. 

스타트업은 기업의 규모와 관계없이 권고사직 바람이 거세다. 부푼 꿈을 안고 입사한 회사지만 당장 내일의 퇴직을 걱정해야 하는 판국이다. 

국내 공유 오피스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패스트파이브는 지난달 31일 비핵심사업 부문 직원들을 대상으로 권고사직 통보를 시작한 것으로 확인된다. 

위치기반 서비스로 인기를 끌었던 스냅 사의 '젠리'는 서비스를 종료하고 팀을 대규모 해고하기에 이르렀다. 스냅 사의 대표이사 Evan Spiegel이 수익에 집중하고 손실을 피하기위해 비용구조를 조정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에 따르면 경제 불안 속 수익 발생이 낮은 서비스를 종료하고 인건비 등의 손실을 방지하기 위한 결정으로 파악된다.

직장인들의 커뮤니티 플랫폼인 '블라인드'에는 권고사직으로 고민하는 글이 적지 않게 올라와있다.
직장인들의 커뮤니티 플랫폼인 '블라인드'에는 권고사직으로 고민하는 글이 적지 않게 올라와있다.

지난 5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7일부터 14일까지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비자발적 실직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직장인 중 13.1%는 비자발적 실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자발적 실직의 경우 조건을 충족한다면 국가에서 지원하는 '실업급여'의 지원 대상이 된다. 재취업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해 생계에 어려움이 없도록 현금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그러나 비자발적 퇴직자 모두가 실업급여 지급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고용보험 가입 기간을 충족하지 못했거나 근로계약이 아닌 사업소득세 3.3%를 차감하는 프리랜서 계약을 한 경우 등 수급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도 있지만 사직 자체가 '비자발적 퇴직'에 해당하는 권고사직, 계약 해지 등이 아닌 자발적 퇴직으로 처리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같은 조사에서 비자발적 실직 경험자 중 '실업급여를 받은 적이 없다'고 응답한 사람은 67.2%로 나타났으며 나머지 32.8%는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된다. 

그 사유로는 △고용보험에 가입하였으나, 실업급여 수급자격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함(26.1%) △수급자격 기준을 충족시켰지만, 자발적 실업으로 분류됨(15.9%) △신청자격을 충족시켰지만, 자발적으로 신청하지 않음(11.4%) △바로 재취업함(4.5%)등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일부는 절차적으로 권고사직, 해고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퇴사를 종용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자발적으로 퇴사를 선택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갑작스런 해고에 이어  실업급여 수급조차 받지 못하는 이들이 늘면서 생계 불안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 정년 못채우고 회사 떠나는 직장인 태반인데...채용 규모는 줄이는 대기업
해고의 위험에 놓인 직장인들이 정년까지 버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현행 법은 60세 정년제를 두고 있지만 실제로 노동현장에서 만 60세 정년 때까지 회사에 근속하는 이들은 극히 드물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지난해 3월 발간한 '투자와 연금리포트'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정년을 앞두고 있거나 정년퇴직을 겪었을 55~64세 연령층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의 주된 일자리 퇴직 연령은 평균 49.3세로 나타났다. 정년 60세는 커녕 50세도 채우지 못하고 회사를 떠나는 셈이다. 

퇴직 사유 중 정년퇴직은 단 9.6%에 그쳤다. 

일반적으로 정년퇴직, 조기 퇴직이 기업에서 활발히 이뤄진다면 나간 사람의 자리만큼 공석이 나기 마련이고 새로운 인력이 그 공백을 채울 것으로 예상한다. 일각에서 정년 연장을 반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년이 연장될 경우 신규 고용이 위축됙 청년 취업이 더 심화될 것이란 의견이다. 그러나 요즘 추세는 근로자들이 기업을 더 빨리 떠남에도 불구하고 고용은 더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크루트가 조사한 결과 올해 채용을 계획하고 있는 기업 비율은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전년대비 증가했지만 채용 규모는 세 자릿수 채용이 크게 줄며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크루트가 최근 조사한 결과 올해 채용을 계획하고 있는 기업 비율은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전년대비 증가했지만 채용 규모는 세 자릿수 채용이 크게 줄며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채용플랫폼 인크루트가 2월 9일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채용을 계획하고 있는 기업 비중은 전년보다 늘었지만 그 규모는 역으로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대기업 75개사를 포함한 총 751개사를 대상으로 진행됐는데, 올해 대졸 신입사원 채용계획에 대해 설문조사 한 결과 채용하겠다고 밝힌 기업은 79.3%로 집계됐다. 이 중 51.7%는 채용계획을 확정했고, 27.6%는 채용일정과 인원 등 세부 계획을 조율하는 중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대기업의 채용 계획은 2022년 대비 73.0%에서 72.0%로 1% 줄었다. 반면 중견기업은 49.5%에서 75.5%로 크게 늘고 중소기업도 46.0%에서 81.3%로 늘었다. 그러나 전체적인 규모는 줄었다. 대기업의 채용 감소가 큰 영향을 미쳤다. 중소기업은 채용 계획이 크게 늘엇지만 86.8%가 한 자릿수 일자리에 해당돼 큰 영향력을 가지지 못했다. 

대기업의 경우 한 자릿수 채용이 2022년 13.0%에서 올해 20.0%로 크게 늘었고 두 자릿수 채용도 62.0%에서 77.1%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세 자릿수 채용은 25.0%에서 2.9%로 급감했다. 

중견기업도 세 자릿수 채용이 3.2%에서 2.5%로 줄면서 전체적인 일자리가 줄어든 것으로 해석된다. 작년과 비교하면 대기업의 한 자릿수와 두 자릿수 채용계획은 증가했지만 세 자릿수 이상 채용계획은 급감했다.

이에 대해 이대성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는 "경기 불황이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 노동 경직성이 큰 우리나라 노동 시장은 해고와 동시에 채용 위축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근로자의 고용 안정성은 해고나 실직히 생계 위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대처 방안을 마련해 확보하고 기업이 채용에 적극적일 수 있도록 고용 유연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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