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취포 청년 50만 시대.. 취업 포기 부추기는 정책이 웬 말
[이슈] 취포 청년 50만 시대.. 취업 포기 부추기는 정책이 웬 말
  • 손영남 기자
  • 승인 2023.04.06 1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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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단념청년에 최대 300만원 지급 청년도전지원사업 확대
구직단념청년의 취업 의지 부추긴다지만 실효성 의심돼
12개월 이상 구직을 단념한 청년이 5개월짜리 중·장기 특화 취업 준비 프로그램을 이수하면최대 300만원의 수당을 주는 청년도전지원사업의 실효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본 기사와 무관함
12개월 이상 구직을 단념한 청년이 5개월짜리 중·장기 특화 취업 준비 프로그램을 이수하면최대 300만원의 수당을 주는 청년도전지원사업의 실효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본 기사와 무관함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취업 자체를 포기하고 방황하는 청년들을 다시 일터로 나서게 한다는 목표로 도입된 청년도전지원사업의 확대 개편을 둘러싼 의구심이 예사롭지 않다. 아니 할 말로 정부가 취업이 아닌 취업포기를 부추기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가뜩이나 청년 취업률이 바닥으로 내리꽂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취업을 포기한 이른바 ‘구직단념청년’에게 최대 300만원을 지원한다는 청년도전지원사업의 확대개편 소식이 알려지면서 벌써부터 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어차피 가능하지도 않은 취업 대신 프로그램 이수만으로도 3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기회만 누리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그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제도의 오용을 막기 위해 취업률 등 성과와 연계하는 방안을 재검토해 실효성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한다는 입장이지만 구체적 실행방안이 담보되지 않아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높다는 의견이 뒤따르고 있다.

이대로라면 취업포기자들에게 계속 현 상태를 유지하라는 꼴밖에 되지 않는 모양새라 이에 대한 보완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지금까지도 별다른 변화의 조짐을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 국민의 혈세만 허공에 날릴 공산이 커보인다.

■ 취업 포기 청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 규모 기록

취업을 포기하는 청년의 숫자가 갈수록 늘어 지난 2월에는 사상 최고를 기록함으로써 청년들이 갈 곳이 없어 취업을 포기하는 현 세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자료제공 통계청.
취업을 포기하는 청년의 숫자가 갈수록 늘어 지난 2월에는 사상 최고를 기록함으로써 청년들이 갈 곳이 없어 취업을 포기하는 현 세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자료제공 통계청.

49만 7000명. 지난 2월 비경제활동인구(취업자나 실업자가 아닌 인구) 가운데 활동상태를 ‘쉬었음’이라고 답한 청년층의 숫자다. 취업을 할 의사가 없음을 보여준 청년이 이만큼이라는 뜻이다. 1년 새 4만 5000명(9.9%)이나 증가한 것이다. 

특히 2월뿐만 아니라 모든 월을 통틀어 2003년 1월 통계 작성 이래 최대 규모라는 점이 예사롭지 않다.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2019년 2월 38만6000명에서 2020년 2월 43만 8000명, 2021년 2월 44만 9000명, 지난해 2월 45만 3000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당장 반전될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청년 무직자 증가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통계청 조사에서 지난 4주간 적극적으로 구직 활동을 했고 즉시 취업이 가능한 상태였던 미취업자는 실업자로 분류된다. 만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 상태도 실업 상태도 아니었던 비경제활동인구는 활동 상태별로 육아나 가사, 재학·수강 등, 연로, 심신장애, 기타 등으로 나눈다.

이와는 대척점에 놓여있는 ‘쉬었음’은 이 중 기타에 속하는 경우로, 취업 준비·진학 준비·군 입대 대기와 구분되는 개념이다. 구직도 취업 준비도 하지 않고 말 그대로 쉬었다는 뜻이다.  

통계청은 1년에 한 번 ‘쉬었음’의 주된 이유를 조사하는데, 지난해 8월 결과를 보면 몸이 좋지 않아서(39.4%)가 가장 많고 이어 원하는 일자리·일거리를 찾기 어려워서(18.1%), 퇴사(정년퇴직) 후 계속 쉬고 있음(17.3%), 일자리·일거리가 없어서(7.8%), 다음 일 준비를 위해 쉬고 있음(7.1%), 일의 완료·고용계약 만료(3.4%), 직장의 휴·폐업으로 쉬고 있음(3.0%), 기타(3.8%) 순이었다.

그러나 이는 전 연령을 포괄한 조사 결과여서 청년층만 떼어 보면 ‘몸이 좋지 않아서’ 비율은 이보다 낮고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서’의 비율이 이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무리 구직활동을 해도 일자리를 찾을 수 없으니 차라리 맘 편하게 구직 시도를 중단하는 것인데 이보다 심각한 일은 또 없다.

구직도 취업 준비도 하지 않는 청년층이 늘어난다면 우리 경제가 활력을 잃게 되리란 것은 삼척동자도 알 일이다. 이들 세대가 취업전선에도 뛰어들지 못한 채 현재와 같은 생활을 계속 이어가 노년이 된다면 당연히 빈곤에 시달리게 된다. 그를 감당하는 것은 또 당연히 국가의 몫이 된다. 나라에서 감당해야 할 각종 비용이 늘어난다는 것인데 이는 고스란히 국민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조속히 대책이 마련되어야 하는 이유다.

■ 실효성 담보되지 않으면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할 판

고용노동부가 구직단념 청년들의 자신감 회복과 구직 지원을 위해 시행하는 청년도전지원사업이 정작 취업포기를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료제공 고용노동부.
고용노동부가 구직단념 청년들의 자신감 회복과 구직 지원을 위해 시행하는 청년도전지원사업이 정작 취업포기를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료제공 고용노동부.

현 정부가 야당이던 시절,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청년 취업 시장을 놓고 엄청난 비판을 가해온 것을 모르는 이는 없다. 근본적인 대책을 내어놓는 대신 그때그때 임기응변식의 대처로 일관한다는 식으로 전 정권을 비난해왔지만 막상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달라진 것은 없다. 오히려 전보다 못해진 것이 수치상으로도 드러나는 상황이다.

지난달 청년 취업자는 2022년 2월보다 12만 5000명 감소한 385만 3000명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전년도보다 14만 2000명 줄어든 2021년 2월 이후 2년 만에 최대 감소 폭이다. 이 기간 청년층 고용률은 1년 전보다 0.4%포인트 떨어진 45.5%를 기록했다. 타연령대에 비해 청년층에 불어닥친 고용한파가 유독 시린 상황이다.

이에 현 상황을 타파하기 위한 여러 안건들을 논의하고 있지만 큰 기대감을 안겨다주는 것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수출과 내수 등 한국 경제 전반에 걸쳐 불확실성이 높기에 특별한 해결책이 없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얼마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중간 경제전망’을 통해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8%에서 1.6%로 0.2%포인트 낮출 정도로 사정이 여의치 않다.

그래도 이 상황을 좌시할 수는 없다. 그런 와중에 지난해 11월 정부가 취업을 포기한 이른바 ‘구직단념청년’의 취업을 위한 청년도전지원사업을 대폭 확대 시행키로 한 발표에 이어 지난 2월, 고용노동부가 '청년도전지원사업'을 수행할 자치단체 35개를 선정하고 2월부터 자치단체별로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행한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구직기간이 길어지거나 구직을 포기하기 전에 자신감 회복과 구직의욕 고취를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청년들의 경제활동 참여 및 노동시장 복귀를 지원한다는 명분을 들고 나온 청년도전지원사업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이어진 것. 실효성도 없고 구체적 실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다.

1~2개월 내외인 단기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50만원의 참여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고 5개월 이상 중·장기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참여수당 250만원에 이수 인센티브 50만원을 더해 최대 300만원을 지급받을 수 있다는 것이 주요골자인데,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걱정을 안 할 수가 없다.

사단법인 직업상담협회 신의수 이사는 “현 사업 구조로는 구직단념청년의 취업 의지를 되살릴 프로그램의 질을 담보하기 어렵다”면서 “인센티브 지급 기준을 강화하고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이 시급하다”고 당 제도의 미비점을 꼬집었다.

신 이사의 말대로 청년이 받는 수당과 운영기관에 제공하는 인센티브가 모두 ‘프로그램 이수’를 기준으로 지급되는 현행 체제로는 운영기관이 실제 취업 의지를 북돋는 것과 별개로 구직단념청년이 해당 프로그램에서 버티기만 해도 인센티브를 받아갈 수 있기 때문에 이 제도를 취업의 동기부여용이 아닌 돈 벌기 수단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상주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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