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29] 때론 일단 저지르고 봐야 할 때도 있다
[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29] 때론 일단 저지르고 봐야 할 때도 있다
  • 편집국
  • 승인 2021.07.20 0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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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며칠 전 잘 보고 있던 텔레비전이 맛이 갔다. 어찌 된 일인지 소리는 나오는 데 영상이 나오지 않는다. 텔레비전 시청이 유일한 낙이신 장인, 장모님에게 비상이 걸렸다.  

비상이라고 표현한 것은 95세, 90세이신 장인 장모님의 일과 중 텔레비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아침 7시쯤부터 밤 11시 넘어까지 우리 집 텔레비전은 항상 켜있다. 

심지어 장인어른이 신문을 보시거나 낮잠을 주무실 때도 그리고 장모님이 빨래하시거나 부엌에 계실 때도 텔레비전은 보는 사람 없어도 혼자 계속 떠든다. 이렇게 잠시도 쉬지 않던 텔레비전이 멈췄으니 두 분 입장에선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문과 출신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일단 리모컨으로 이것저것 눌러보는 것인데 아무런 효과가 없다. 다음 조치로 전원을 껐다 켜보기도 하고, 인터넷 세트 박스를 다시 연결해봐도 여전히 문제 해결이 안 된다. 언제나 친절하게 응답해주는 지니에게 물어도 도와줄 수 없다는 대답뿐이다.

할 수 없이 제조사인 D 사 애프터서비스센터에 연락했더니 점심시간이니까 다음에 연락하라는 녹음된 음성 메시지가 들린다. 예전에는 점심시간에도 교대로 근무하면서 고객 서비스를 했었는데 이제는 철저하게 점심시간을 지킨다. 한편으론 이해가 되면서도 고객 입장에서 불편한 건 어쩔 수가 없다.

1시가 넘어 전화해서 서비스 신청을 했더니, 내일 기사가 연락할 거라고 한다. 우린 한시가 급한데, 내일 기사가 온다는 것도 아니고 기사가 전화를 걸면 기사와 상의하여 약속 시간을 잡으라고 하니 방문이 언제가 될지 예측조차 할 수 없다. 

최소한 내일 몇 시부터 몇 시 사이에 전화할 거라는 예정이라도 알려줘야 무작정 기다리지 않을 거 아닌가 하고 불평을 늘어놓으려다 참았다. 이래서 전자제품은 대기업 제품이 애프터서비스가 신속하고 확실하니까 값이 비싸더라도 구매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비스 대응을 보면서 몇 년 전 텔레비전을 구매할 때 대기업과 같은 패널을 쓰기 때문에 화질도 문제 없고, 같은 크기인데 값이 저렴하다는 감언이설에 넘어가 구매한 것이 후회되었다.

다음 날 점심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도 기사에게서 연락이 없다. 다시 서비스센터에 전화하여 불평하니, 긴급 연락을 하도록 메시지를 남기겠다고 한다. 잠시 후 기사에게서 전화로 연락이 와서 텔레비전 증상을 얘기하니, 90% 이상 패널 문제인 것 같다고 하면서 그래도 방문을 원하는지 묻는다. 

방문해서 진단만 내려도 방문 출장비는 받는단다. 90% 이상이 패널 문제라고 확신하는데 굳이 오라고 할 이유가 없는 것 같아, 패널을 바꾸는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물으니 60만 원 이상이 들고 시간은 2~3일 걸린다고 한다. 

주문해서 받는 데 그렇게 걸리고 출장 와서 교체하는 데도 추가 시간과 비용이 들 거라고 한다. 비용도 그렇고 시간도 오래 걸려 일단 생각해 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끊었다.

혹시나 해서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한 업체로부터 패널 문제 외에도 백라이트가 고장이 나면 그럴 수도 있다는 설명이 있어 전화로 문의를 하니 거주지를 묻는다. 아산이라고 하니까 자기 업소는 오산에 있고 수리를 맡기려면 직접 텔레비전을 갖고 와야 하니까 웬만하면 집 근처에서 수리를 맡기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또 수리도 며칠이 걸린다고 한다. 

장인어른께 자초지종을 설명해 드리니 패널 교체 비용이 그렇게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리면 아예 텔레비전을 바꾸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하셔서 그날 오후 S 사와 L 사 매장을 둘러보았다. 

현재 사용중인 텔레비전과 같은 사양인 55인치, UHD 모델은 한쪽 구석에 치우쳐져 있었고, 우리를 맞이하는 건 한눈에 봐도 확연하게 선명한 초고화질 화면의 대형 사이즈 텔레비전들이다. 

코로나 여파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더 크고 더 선명한 화질의 텔레비전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직원이 귀띔해준다. 일단 초고화질의 화면에 눈이 길드니까 다른 화질의 화면들은 눈에 차지 않는다. 

지금까지 만족해하며 잘 보고 있었던 UHD급 텔레비전이 구형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당연히 그에 따른 가격 차이가 있으니 장인어른도 초고화질 텔레비전이 마음에 들지만 선뜻 결정하지 못하신다. 

옆에 있는 L 전자 매장에서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우리가 찾는 55인치는 배송이 일주일이나 넘게 기다려야 한단다.

돌아오는 길에 집 앞에 있는 하이마트를 들러 보았다. 가격은 비슷한데 S 사와 L 사의 제품을 함께 비교해서 볼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여기서는 L 사의 제품도 바로 배송이 가능하다고 한다. 

일단 생각해보겠다고 하고 집으로 오는 동안 마음이 심란하다. 이럴 때 내가 고정수입이 있는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면 나중에 어떻게 갚든지 일단 저지르고 볼 텐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러지 못하는 처지가 씁쓸하게 느껴졌다.

집에 돌아와 보니 세종에 사는 처남이 와있다. 텔레비전에 문제가 있어 아버님은 교체하시길 원하신다고 하니, 처남은 무조건 제일 좋은 것으로 사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녁을 먹으면서 아버님이 할부로 매월 30만 원 내에서 지불하실 용의가 있다고 하셔서, 처남과 함께 최근에 문을 연 대형 하이마트 매장에 가보기로 했다. 

남자 둘만 가면 통제가 안 될 것 같아 아내에게 같이 가자고 하니 부득불 우리 둘만 다녀오라고 떠민다. 일단 일을 저지르고 보는 처남 성격을 알기에 불안해하며 갔는데, 역시 불안한 예감은 늘 틀리질 않는다.

하이마트 텔레비전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우리 눈을 확 사로잡는 건 65인치짜리 S 사의 Neo-QLED 텔레비전이었다. UHD에서 한 단계 진화한 QLED를 눈독 들이는 것도 과분하다고 생각하는데 거기다 사이즈도 더 크고, 더 진화한 Neo-QLED라니 언감생심이라 난 55인치 UHD 텔레비전 앞에서 서성이고 있는데, 처남은 계속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한다. 

그러자 직원이 솔깃한 제안을 해온다. 하이마트와 연계된 롯데 카드를 만들어 구매를 하면 1,100,000 포인트가 주어지고, P 상조회사에 매월 5만 원 회비를 내는 것으로 가입을 하면 1,000,000원 할인이 추가로 주어진다고 한다. 

그리고 현재 개점 기념으로 원래 판매 가격에서 대폭 할인을 해주고 있으니, 나머지 금액은 24개월 계약으로 하면 매달 75,000원 정도만 내면 된다고 한다. 일단 아버님이 지불하셔야 할 부담이 대폭 줄어들게 되는 게 마음에 들었지만, 원래 계획에 없던 옵션이라 망설이다가 처남의 부추김에 결국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처남 개인 사정이 있어 내 이름으로 카드 발급을 받게 되니 자연스럽게 모든 계약을 내 이름으로 하게 되었다. 당연히 결제도 내 통장에서 빠져나가게 되고, 신규 카드는 3년간은 유지해야 하는 조건이 붙었다. 

상조회사의 계약은 10년 만기로 만약 계약 동안 상조 혜택을 받지 않으면 계약 만료 시 납부금을 전액 돌려받는 조건이라서, 처남이 정기예금 드는 셈 치고 계약자는 내 이름으로 하더라도 납부금은 자기가 내겠다고 밀어붙인다. 

그래서 나는 신규 카드 발급 포인트로, 처남은 상조회 가입 축하 보너스로 각각 일정 부분 이바지를 해서 언감생심 생각지도 못한 초고화질의 대형 텔레비전을 사게 됐고 내일 설치를 하러 온다는 소식을 전해드리자 아버님은 설렘으로 잠을 이루지 못할 것 같다고 하시며 너무 좋아하신다. 

90이 넘은 연세에 코로나로 죽음 문턱까지 갔다 돌아오셨으니 남은 여생 이만한 호사(豪奢)는 누리셔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자 무조건 제일 좋은 것을 사야 한다고 주장한 처남의 판단이 옳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이순의 나이 중반을 넘기고 고희를 바라보면서 처남 덕분에 상조회에 가입하여 앞으로 10년간은 혹시 내가 죽더라도 (그런 일은 없어야 되겠지만) 장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으니, 때론 이것저것 따지고 주저하는 것보다 일단 일을 저지르는 게 나을 때도 있는 것 같다.

한상익(myhappylifeplan@gmail.com)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생애설계 전문강사 
•뉴질랜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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